고3 때 몰래 교실에서 숙박했던 빚을 청산했습니다 - 이승재의 안성 그리고 안법 이야기(41)
고3 때 몰래 교실에서 숙박했던 빚을 청산했습니다 - 이승재의 안성 그리고 안법 이야기(41)
  • 시사안성
  • 승인 2026.11.0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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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매주 목요일 “이승재의 안성 그리고 안법 이야기”를 연재한다.
이승재 안법 총동문회 회장은 안성초.안성중.안법고를 졸업했고, 한경국립대학교 전자정부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전)안성청년회의소 특우회장, 현)안성로타리클럽 회장, 현)안성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 현)청천의료재단.성혜원 감사, 현)안법총문회 회장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안법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무렵이었습니다.

학력고사를 앞두고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었던 것인지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시절의 풍경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야간학습이 끝나면 면 단위에 사는 친구들은 막차가 끊겨 집으로 돌아갈 길이 막막했습니다. 그렇다고 기숙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생각해 낸 묘안이 있었습니다.

각자 침낭을 가져와 교실에서 자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선생님들께는 비밀이었습니다. 학교 당직을 서시는 분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창문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침낭을 어디에 보관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떠오른 곳이 바로 교탁 아래였습니다. 침낭을 숨겨 두기에는 그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가을바람과 겨울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마저 낭만으로 느껴졌던 시절, 우리는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의 친구들도 그 시절의 온기를 간직하고 있을까요?

기억은 희미해져도 저는 아직 그때의 온기를 몸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안법총동문회장으로서 진선관 기숙사 축성식에 참석해 비전을 선포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고3 때 몰래 교실에서 숙박했던 빚을 이제야 갚는구나.’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한때는 침낭을 교탁 아래 숨겨 놓고 잠을 청했던 학생이 이제는 동문들을 대표해 모교의 새로운 기숙사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벅찼습니다.

안법인의 자긍심을 다시금 가슴에 새겼습니다.

국적은 바꿀 수 있고, 세계 어느 곳에서든 삶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법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 안법인의 교적만큼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간직해야 할 자긍심이 아닐까요.

졸업생을 대표해 가슴 벅찬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교정을 나서는데, 청명한 가을 하늘이 제게 이렇게 인사하는 듯했습니다.

“오늘 수고했어.”

학창 시절의 작은 추억이 오늘의 감동으로 돌아온 하루였습니다.

안법의 인연은 졸업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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