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 안성 어디로 갑니까? - 2 우리에게 없는 것들
(연속기고) 안성 어디로 갑니까? - 2 우리에게 없는 것들
  • 시사안성
  • 승인 2021.02.20 07: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성 어디로 갑니까? - 2 우리에게 없는 것들

김학영 경기지방정책연구소 소장

김학영 예비후보
김학영 예비후보

민속의 날이라고 했던가요?

신정(新正)’이니 구정(舊正)’이니 하는 말은 이제 어른들의 기억 속에서나 쓰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매우 정상적이지 못하던 시절, 정부가 나서서 고유의 명절이었던 을 사실상 없애기까지 했습니다. ‘이중과세(二重過歲)’가 폐해라며 정부가 양력설만 쇠도록 했지만, 이제는 어느 때부터인가 이 제 자리를 되찾은 것 같습니다.

편의상 양력으로 11일에 신축년 새해라고 인사를 합니다. 허나 바로 설날부터 신축년(辛丑年)’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흰소의 해라고 하는 신축년 설을 맞아 시사안성 독자 여러분 댁내에도 평안과 건강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은 명절 인사부터 드리느라 사설이 길어졌습니다.

경기도 정책보좌관으로서 추진했던 일 가운데 농촌에서 한 달 살아보기라는 TV 체험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방송사 기자로부터 미리 귀농귀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강원도나 전라북도가 매우 적극적으로 호응을 하고 있는데,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면 좋겠냐며 의견을 물었습니다. 저는 은퇴를 하더라도, 노년층일수록 병원이 가까워야 하고 가끔은 병원이나 아이들 때문에 손쉽게 서울을 오가려 할 것이라서 서울로부터 한 시간 정도 이내에 있는 곳이 적합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경기도에서 추진해보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경기도청의 농업정책과와 경기도 농식품유통진흥원의 담당자분들과 함께 논의해본 결과 우선 가평군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때부터 담당자들과 가평군을 찾아서 협의도 하고, 가평군에 먼저 귀농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리하기 곤란할 정도로 많이 생기는 가평의 잣 껍데기를 활용해서 블루베리를 키우는 분으로부터 가평에서도 가장 추운 산자락에서 커피농장을 운영하는 분까지 귀농귀촌의 모범이 될만한 분들을 만나서 귀한 경험을 직접 이야기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공사례라 할 만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일주일 내내 가족들과 떨어져서 혼자만 가평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만 가족들과 만나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귀농하자 했더니 이혼하고 가라 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귀농은 했지만,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 했습니다. 지금 가족이 함께 있는 분들도 처음에는 대답이 마찬가지였답니다. “이혼하고 가!”

재작년 평택역 앞 신평지역 도시재생 사업을 도울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도시재생이야기는 이후에 다시 드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평택시내의 쇠락한 신평동 지역으로 귀향을 하게 된, 은퇴하신 도시계획 전문가가 계셨는데, 이분 역시 우선은 혼자 평택으로 돌아와 신평동에서 살고 있다 했습니다. 가족들에게 귀향하자는 이야기를 했더니 이혼하고 가!”라 하더랍니다. “이혼하고 가!”라는 말을 배우자로부터 들었다며 멋쩍어서 허허웃는 분들을 물론 저는 안성에서도 여러 번 만났습니다.

안성에 좋은 일자리가 생겨서 안성으로 이사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이혼하고 가!”라 하더랍니다.

이런 이야기를 가평, 평택, 안성과 같은 경기도 변두리 도시에서만 들은 것은 아닙니다.

전라남도의 경우 광주광역시 내에 있던 도청, 교육청, 경찰청을 모두 전라남도의 무안군 삼향읍의 남악리라고 하는 곳으로 이전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전남도청이 있는 이곳 남악에 가면 도청, 교육청, 경찰청 건너편에는 아파트 단지도 있지만, 특히 혼자 지내는 공무원들을 위한 시설 나쁘지 않은 오피스텔들이 즐비합니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오전에 광주로 가는 시외버스와 기차는 미리 예약을 해두지 않으면 타기도 어렵습니다.

전남도 공무원들이 도에서 받은 월급이라도 전남 관내에 살며 써주기를 바라는 인근 도민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합니다.

자기가 어디에 살지는 자기가 알아서 할 문제이지만, 주변 주민들에게 눈총을 받으면서도 굳이 전남에서 월급 받아 광주에서 써야 하는 공무원분들도 나름의 사정이 다 있을 것입니다. 물론 주중에 내내 기러기 생활을 해야 하는 그분들의 고달픔을 누가 알아 주겠습니까?

전남도 공무원분들이 눈총을 받으면서도 남악으로 못 내려오고, 가평에 귀농하러 가시는 분들이 이혼을 해야지만 간다는 이야기를 듣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평택 신평동에서 만난 도시계획 전문가분은 평택을 놓고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하시더군요. 첫째 쇼핑할 만한 곳이 없고, 둘째 즐길 만한 곳이 없고, 셋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사교육이 없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건을 파는 가게들은 작은 점포에서 대형마트까지 없는 것이 아니고, 최근에는 스타필드까지 문을 열었으며, 안성맞춤 아트홀부터 바우덕이 남사당까지 역사적인 문화예술도시이고, ‘사교육이야 학교 앞 학원부터 기숙학원까지 안성에도 없는 것이 아닌데, 평택에 대한 도시계획 전문가분의 진단은 안성에는 맞지 않는 것일까요?

지난 주에는 동일한 생활권에 있는 진주와 사천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아무튼, 좋은 일자리, 좋은 교통이 안성을 발전시킬 중요한 여건이기는 할 텐데, 이런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월급 안정적으로 나오는 좋은 일자리와, 대처(大處)와 잘 이어주는 좋은 교통만으로는 그 지역이 살기 좋은 곳으로 인정받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민선7기 안성시의 슬로건이 더불어 사는 풍요로운 안성인 모양입니다. 안성시의 새로운 슬로건처럼 이웃들이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사는 안성이 되려면, 우리에게 없는 무엇을 가져야 할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그네 2021-03-05 05:34:18
공감합니다.
채울수있는것부터 하나씩 만들어 가는 안성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