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장 울력
(기고) 김장 울력
  • 시사안성
  • 승인 2020.11.3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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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신옥자
필자 신옥자

언제부터인가?

일거리를 보면 저 힘든 일을 어떻게 하지?’ 하고 걱정이 앞서는 체력이 되어 버렸다.

김장을 하려고 배추를 뽑아놓고 걱정하며 쳐다만 보고있다.

가끔 오시는 용인 형님(시누)이 아침 일찍 오셨다.

김장은 언제 할꺼야?”바쁜 목소리로 묻는다.

아무때나 하려고요.”

그래! 그럼 지금 시작 하자.”

에에앵? 형님~ 김장 천천히 할래요.”

어머 뭘 미뤄, 내가 오늘 잘 왔구만.

나 있을때 얼른 해치우게 서둘러.

다른 일들은 다음으로 재껴두고 넷이서 울력하면 금방 하겠어

말을 끝나기가 바쁘게 배추를 쪼개더니 한 말씀 하신다.

오메에~ 무슨 놈에 배추 속이 이렇게도 노오랗데야? 맛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징하게 이쁘기도 하다.

올해 김치맛은 걱정할것 없겠다.”

고추가루만 넣고 간만 잘 맞 추면 김장 성공이다.”

형님 말씀대로 넷이서 힘을 모은 울력을 하니까 한 두시간 걸려 후다닥 간을 쳤다.

다음날 일어나야지 하면서 뭉그적거리다가 깜박 잠이 들어 버렸다.

김장 안할거여~?”

얼른나와

큰 소리로 오늘 일을 재촉 하신다.

부리나케 나갔더니 형님 옆에 한 분이 환화게 웃고 계셨다.

벌써 배추를 다 씻어 놓고 배추 버무릴 준비도 다 해놨다.

민망스럽고 곤혹스런 이 마음을 어찌하랴.

형님 날씨도 추운데 찬물에 배추까지 씻어 몸이 땡땡 얼었겠어요.”

따끈하게 밥부터 먹고 하게요

아니야 몰아부쳐 일했더니 덥네.

밥은 간단하게 먹고, 빨리 일 시작해.

그리고 자네는 김치통만 넉넉하게 준비 해놓고. 고기나 맛있게 삶아 봐.”

어제와 달리 한 명이 더한 다섯이서 울력을 하여 아주 빠르게 정리까지 김장을 다 마쳤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를 갓 버무린 김치와 노오란 배추에 쌈 싸서 먹으니 맛이 훌륭하였다.

뭐든지 시대적으로 배고프고 귀했던 우리 어머니들의 고생스러웠던 세월을 이야기 하였다.

오늘처럼 김장할 때 고무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씻고 버무리고, 기계도 없어 마늘생강도 절구에 찧고, 물사정도 지금처럼 좋지 않았던 어머니 시절....

우리가 지금 아무리 힘들다 해도 우리 어머니를 생각 하면 새발에 피지.

우린 호강스러울만큼 어머니께 죄송 할만큼 많이 누리고 살고있어.

일은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나에게 일은 걱정이 반이다.

걱정만 하다가 올 김장은 울력으로 훌륭하게 해내 버렸다.

 

신옥자(고삼면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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