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후의 통일교육이 절실하다
정상회담 후의 통일교육이 절실하다
  • 시사안성
  • 승인 2018.06.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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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 - 8

2018. 6. 12 화요일, 내일엔 우여곡절 끝에 북미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만난다. 세기의 회담은 한반도의 종전선언까지 이끌어 낼 수도 있겠다.

13일 한국의 지방선거와 맞물려 있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역사적인 장면이 세계만방에 펼쳐지는 뜨거운 한 주간이 될 것 같다.

지난 522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더니,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그 날 찬물이라도 끼얹는 듯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바로 뒤집은 바 있다.

그러더니 5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깜짝 제2차 남북 정상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만나 북미회담을 대비하여 조율하는 듯 하였다.

528부터 며칠 동안은 미국의 성 김 대사와 북한의 최선희 부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6. 12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이 역시 판문점에서 열렸다고 하니 마치 판문점 시대가 도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 지난 531일 뉴욕에 도착한 북한의 노동당 김영철 부위원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특사자격으로 61일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난 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열리게 되었다니 참으로 우여곡절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저 지난 달 427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추진한 2018 남북 정상회담을 기억한다. ‘판문점 선언을 채택한 역사상 최초로 비무장 지대인 판문점에서 열린 회담이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판문점 선언이 얼마나 중요한지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일본의 아베 총리까지 시급하게 서두르는 한, , 3국 수뇌회담까지 이끌어 냈던 것이다. 세기의 정상회담이 릴레이 경기처럼 숨 가쁘게 달리는 듯한 모습이 세계정세를 요동치게 한다.

 

2000년 남북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사진(당시 신문 원본/개인 소장)한국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위원장간의 감격적인 악수 장면이 인상적이다. 필자가 기념으로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던 경인일보 6월 14일자 신문 1면 톱기사를 축소 복사한 것이다
2000년 남북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사진(당시 신문 원본/개인 소장)한국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위원장간의 감격적인 악수 장면이 인상적이다. 필자가 기념으로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던 경인일보 6월 14일자 신문 1면 톱기사를 축소 복사한 것이다

필자는 또 하나의 정상회담인 18년 전 2000614일에 열린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양회담을 잊을 수 없다. 양 정상이 두 손을 꼭 잡고 포옹하는 극적인 장면과 함께 <南北 정상 손잡다>라는 타이틀로 대서특필한 신문과 사진을 보고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달 전 5월 말쯤인가 우연히 경기도 유력 지방지에 통일은 언어 이질감 극복부터라는 글을 보낸바 있었는데 8면 상단에 특별기고로 처리된 필자의 기고문도 함께 실려 있어서 더욱 잊혀 지지 않는다.

 

‘경인일보 특별기고문’ 사본(개인 소장) 2000년 6월 14일자 경인일보에 게재된 기고문의 복사본이다. 정상회담 톱기사가 실린 바로 그 날짜 신문 8면(오피니언 란)에 함께 실렸다. 필자가 신문 제호를 기고문 상단에 넣어 편집하여 스크랩북에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경인일보 특별기고문’ 사본(개인 소장) 2000년 6월 14일자 경인일보에 게재된 기고문의 복사본이다. 정상회담 톱기사가 실린 바로 그 날짜 신문 8면(오피니언 란)에 함께 실렸다. 필자가 신문 제호를 기고문 상단에 넣어 편집하여 스크랩북에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당시 기고문에서 언어 이질화 현상의 한 장면을 소개한 바 있었는데 여기에 다시 옮겨보겠다. 북한 관광길에 어느 공장을 둘러보던 중 북한 여성의 낯선 억양으로 노동자들에게 알리는 듯 안내방송이 울려 퍼져 나왔다.

끌끌하던 꼼무니의 유보도가 무등 무연하게 되었수다. 동무들은 호상 간에 이신작칙하여 끌끌한 꼼무니가 되도록 하갔시다.”

일행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무슨 말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을 때, 동행한 안내원의 통역(?)을 듣고서야 서로 웃을 수 있었다. “깨끗하던 우리 공장집단의 산책길이 상당히 무질서하게 어질러졌으니 공장 노동자들은 서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깨끗한 공단이 조성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라는 뜻이었다는 해석이었다.

실제로 2000427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제2차 사전 접촉에서도 언어 이질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시 북측 김영성 단장이 남측 양영식 수석대표에게 실무회담장소를 가리키며 통일각은 지난 85년 세운 집으로 서너 달 동안 <와닥닥> 해 제껴 지은 집 입네다라고 말했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남한 사전은 와닥닥에 대해 놀라서 갑자기 뛰어나오는 모양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저들이 혹시 무슨 일이 생겨 매우 급하게 통일각을 <후닥닥> 해치웠다는 이야기로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은 일을 매우 빠르게 해내는 모양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매사를 신속하면서도 저렇게 튼튼하게 건축하는 기술이 있다는 자랑거리로 알아들었어야 했다(연합뉴스, 북한소식, 북한어휘상식 연재, 2000, 7. 4일자 참조, 이하 같음).

남북 실무자들끼리의 대화에서도 우리 측 인사에게 당신은 참 이악하구려했을 때 제 잇속만 차리는 이기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욕하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성실하고 근면하다는 말로서 일상 업무를 충실하게 추진하거나, 생활력 있는 사람들한테 쓰이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오히려 상대방을 칭찬한 것이 되는 것이다.

필자가 위와 같은 사례를 드는 이유는 그동안 남북 언어가 오랫동안 고착된 상태에서 열리게 되는 남북회담이 잘 성공하려면 서로 이끌어가는 대화에서 이질감 없이 소통이 잘되어서 의제 하나 하나 마다 잘 풀려야 회담이 성공할 수 있겠다는 뜻에서이다.

올 해 판문점 선언을 합의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에 열렸던 정상회담에서도 혹시 언어 표현상의 문제로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 하에 회담에 참가하는 대표단과 수행원들에게 북한 언어 동시통역(?) 훈련을 거듭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래도 공식적인 회담은 전문가들끼리의 대화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겠으나 앞으로 각계각층 인사들의 상호방문이 봇물처럼 쏟아졌을 때 접촉과정에서 언어의 이질감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거론해 보건데, 한국의 표준어에 해당하는 북한의 공식 표준어는 소위 문화어이다. 주체사상에 입각한 북측만의 민족어를 평양중심의 북한 표준어로 설정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표준어가 서울 경기지방을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을 의식해서, 통일 이후 일종의 언어종속 현상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있었던 여러 차례 힘든 남북 접촉을 통해 통일 방안을 정하는 논의에서, 민족적 양심에 입각하여 원칙을 수립한다느니 자주와 민주적으로 해결한다느니 평화적으로 함께 노력한다느니 하였지만 <민족, 민주, 자주, 평화>라는 용어는 분명한 공용어인데도 이념에 따른 해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해결이 어려웠던 것이다.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남북언어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만일 분단이 더욱 장기화, 고착화된다면 정말로 북한말 통역관이나 전문적인 어문학자 없이는 도저히 이끌어 갈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부터 2년 임기를 시작으로 헌법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이래, 2003년부터 노무현 정부 시절 재 위촉된 이래 5년간은 물론, 이명박 정부 2011년까지 무려 10년간이나 활동하면서 비공개 북한정세, 북한상식, 국내외 안보견학 등 여러 차례 접해 온 적이 있다.

2003년도 대통령 자문위원 위촉장’ 사본(개인 소장)
헌법상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의장인 대통령 명의로 수여한 2003년 7월 1일자(2년 임기 연임 가능) 위촉장 양식을 축소 복사하여 소개해본다. 최초로 위촉받은 2001년도엔 김대중 대통령 명의, 2003, 2005, 2007년도 3차례는 노무현 대통령 명의, 2009년도엔 이명박 대통령 재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서 세 분의 대통령 재임 중 연속으로 10년간 위촉된 셈이다(장기 재임 덕분에 대통령 표창장과 기념품까지 받게 된다)

또한 통일교육 강사로 활동하기 위하여 부교재 260여 쪽의 스크랩 자료(북한 상용 특이용어 128, 북한 어휘 및 북한 사회 일반상식 120, 국가보안법에 대응한 북한의 법 규정 비교표 8)를 제작하여 가지고 있었다.

안성성당 민족화해위원 자격으로 몇 년간 탈북자 적응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방문하여 원생들의 상담을 도왔으며, 수료 후 퇴소하는 탈북 주민들의 행복한 정착을 위해서 결혼식 주례를 맡은 적도 있다.

그동안 탈북자들과 허심탄회한 만남에서 얻은 경험을 통하여 북한 동포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었으며 평생교육자로서의 열정 때문에 국어학자도 아니면서 이러한 언어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필자가 생각해 보건데, 지난 4월에 있었던 판문점 정상회담에서는 언어소통이 비교적 잘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선 당시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당국자들의 태도나 분위기도 좋았고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도 어느 때보다 컸던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발표된 종전선언과 판문점선언문의 내용과 발표문 선택도 고심한 흔적이 있고, 특히 <세기의 무성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도보다리단독 정상회담은 극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두 정상 간에 도대체 무슨 말이 오갔길래 언론에선 정상의 입술 움직이는 모양까지 보면서 대화내용을 밝히기 위해 복화술까지 동원하여 더빙을 맞추려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2001 고교생 통일교육’ 현장사진(개인 소장)필자가 교장으로 재직 시 2001년 11월 20일  민주평화통일 안성시 협의회 통일교육 강사 자격으로 안성여고 2학년 학생 450명을 대상으로 소강당에서 고교생 통일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2002년도엔 두 차례에 걸쳐 안성시민회관에서 연 929명의 민방위대원에게도 통일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2001 고교생 통일교육’ 현장사진(개인 소장)필자가 교장으로 재직 시 2001년 11월 20일 민주평화통일 안성시 협의회 통일교육 강사 자격으로 안성여고 2학년 학생 450명을 대상으로 소강당에서 고교생 통일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2002년도엔 두 차례에 걸쳐 안성시민회관에서 연 929명의 민방위대원에게도 통일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상회담 뒷이야기에 의하면 “27일 이루어진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격식을 갖추기보다 서로 술 한 잔 권하고 건배하며 식사했다. 참석자들은 그 어떤 만찬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라고 직접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생각하건대 청와대가 밝힌 내용보다도 훨씬 더 소통이 잘 되었었다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짐작컨대 이번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소통이 아주 잘 된 것 같이 보이는 두 사람을 고르라면 북한의 현 모 단장과 청와대 탁 모 행정관을 들겠다.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과 이번 정상회담 후의 만찬장면에서 공개된 화면을 보면서 행사 기획력을 평가할 수 있겠고 또한 명장면을 성공적으로 생산해 낸 것 같이 보이며, 아마도 서로가 염원하는 목표가 일치했기 때문에 소통이 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찬석상에서 제주 소년 오연준 어린이가 부른 바람의 빛깔공연 장면만 보더라도 두 정상은 물론 참석자들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드러냈으며 한 곡만 부를 예정이었지만 고향의 봄까지 불러서 완벽한 만찬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이야기이다(만화영화 주제곡인 ‘colors of the wind'의 한국어 개사 곡 중 첫 소절인 아마 그대 눈에는 내가/ 그저 야만인으로만 보여 지겠지요......”를 생략한 것은 가사 한 구절에서라도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세심하게 조절했다는 느낌이 든다).

‘제 22차 평화통일 한국지도자 국제세미나’ 사진(개인 소장)필자가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있을 당시 2005년 6월29일부터 7월1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서 ‘21세기 한민족의 비전과 평화통일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주제로 열린 국제세미나 참가자 전원에게 주최 측이 찍어 나누어 준 기념사진이다. 참가자는 주로 학계, 종교계, 문화 예술계, 경실련 등 시민단체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 22차 평화통일 한국지도자 국제세미나’ 사진(개인 소장)필자가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있을 당시 2005년 6월29일부터 7월1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서 ‘21세기 한민족의 비전과 평화통일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주제로 열린 국제세미나 참가자 전원에게 주최 측이 찍어 나누어 준 기념사진이다. 참가자는 주로 학계, 종교계, 문화 예술계, 경실련 등 시민단체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통일 방안설정을 비롯하여 각 분야에서(남북 평화협정, 남북 경제협력 방안, 연락사무소 설치, 남북 철도 시설 복원, 8. 15 이산가족 만남 등) 다방면으로 남북 접촉이 이루어질 것에 대비하여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차제에 북한의 언어와 문자정책은 물론이고 교류 방안까지라도 국민이 자유롭게 이해 할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차제에 북한의 언어규범과 문자체계는 물론이고 그들이 쓰는 상용 언어의 실상을 공개하여 우리 국민들이 자유롭게 읽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또 남북 언어의 맞춤법, 외래어표기법, 한자의 화법, 언어예절, 속담뿐만 아니라 남북 언어 사전이라도 발간하여 배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통일에 대비하려면 법률적, 제도적, 정책적 측면의 걸림돌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에 앞서 문화 예술과 인도적 측면에서부터 대책을 세우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특히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통일교육을 선행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언젠가 갑자기 닥칠지도 모르는 남북한 자유왕래에서 생길 수 있는 혼란과 충격을 예방할 수 있는 필수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모쪼록 내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여 한국까지 참여하는 남. . 3국의 종전선언까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박종권(교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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