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권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
박종권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
  • 시사안성
  • 승인 2018.05.0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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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재판과정에서도 미투 운동에 해를 입힐 수 있다
모의재판 변호인석 사진, 사진 가장 왼쪽이 필자, 법복은  실제 법원에서 사용하는 것을 빌려왔다
모의재판 변호인석 사진, 사진 가장 왼쪽이 필자, 법복은 실제 법원에서 사용하는 것을 빌려왔다

필자는 대학교 4학년 때인 196356일 법과대학 축제로 열린 모의재판 과정에서 성폭행 피해자에게 상당한 인격적 피해를 입히는 잘못을 저지른 듯 회상이 된다.

당시 진행된 피고인 문0(25)의 강간죄, 혼인빙자 간음죄를 적용한 가상재판에서 변호인 역을 맡아, 이길 목적으로 오히려 성폭행 당한 피해자 구0(23)에게 잘못이 있다고 조목조목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개교기념일(55)을 전후하여 열리는 축제기간에 법과대학은 전통적으로 형사모의재판을 조직하여 진행하여 왔다.

당시 이항령 학장은 인사말씀에서 이번 모의재판은 종래에 흔히 볼 수 있었던 흥미위주의 연극적인 구각을 탈피하여 어디까지나 진지하게 학구적 태도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재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책자표지(출처 개인소장/고대역사기록관기증 예정)
재판부구성 명단 책자 7쪽(출처-개인소장) 명단 중 일부는 추후에 고시합격되어 법조계로 진출하였음
재판부구성 명단 책자 7쪽(출처-개인소장) 명단 중 일부는 추후에 고시합격되어 법조계로 진출하였음

그렇지만 안내책자에 제시한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은 강간할 목적으로 활달한 성격의 여자 친구와 남산 팔각정으로 올라가 조용한데로 가자며 숲속으로 들어가,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반항하는 동녀의 입을 틀어막은 채.... 성폭행한 사실은 형법 제 297조 강간죄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보고 많은 대학생들이 흥미를 느꼈는지, 재판정으로 꾸민 대강당에 들어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입장한 상태였다.

필자는 가해자의 변호인 역을 맡아 다음과 같은 취지로 변론하여 범죄자인 피고인을 집행유예로 석방시키는 승소(?)로 검찰총장상을 수상한바 있다.

요지는 검사 측 논고에 대항하여, 형법 297조의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억압하는 항거불능 상태가 범죄 구성요건인데, 범죄 당시 현장에서 여성이 체념했거나 또는 소극적 협조로 성관계가 이루어졌다면 완전한 항거불능상태는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요즘 소위 말하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것이다. 여기서 글로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법의학적으로 볼 때도 여성의 협조 없이는 성관계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최근 TV등 매스컴에서 연속해서 다루고 있는 미투 운동의 성폭행 피해사례들이 공개되면서 가해자들은 오히려 강제성 없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면서 나는 잘 못이 없다는 주장을 너무나 뻔뻔스럽게 주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더구나 가해자들의 유명 변호인들은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서 피해 여성들의 약점을 최대한도로 파헤치기 위해 온갖 유리한 증거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추측이지만 만일 가해 인사(?)측에서 공개재판을 주장하거나, 공익을 위하여 범행한 사람들의 죄상을 낱낱이 알려서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이유로 재판을 생중계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하는 경우이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이지 강제는 아니었다는 식의 변론 장면이 TV에 생중계된다면 피해 여성 개인의 인격을 갈기갈기 찢는 결과를 낳을 것이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필자는 비록 대학축제에서 연극의 성격으로 구성된 모의 재판정의 구성이지만 배우는 법학도로서 형법의 이론적 쟁점과 법의 실천적 기능을 파악하고자 노력하였다.

남흥우 지도교수님, 실무지도 이석선 판사님은 물론 변호사 사무실, 특히 법의학 전문 의사, 사법시험 합격한 선배들을 찾아가서 많은 자문을 받았다.

강의실에서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을 배우던 것에 비하여 볼 때 실제로 생생하게 진행되는 재판에서 더 배울 점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또한 교수님들의 명 강의에서 범죄는 반사회적 행위이며 범인은 사회적 병자임으로, 이들을 개선 치료하여 정상적 사회의 일 구성원으로 복귀시킴에 형벌의 본질이 있다는 말씀에 감명을 받곤 하였다.

사진설명 모의재판 실행후 대학 평가에서 우수상을 받아 추후에 수령한 검찰총장상
사진설명 모의재판 실행후 대학 평가에서 우수상을 받아 추후에 수령한 검찰총장상

그 후에 교직에서 가르치는 동안에도 폭행이나 다른 범죄로 경찰서에 가있는 담임 반 학생을 보증서 데려온 적이 있으며, 학교 징계위원회에서도 해당 학생을 퇴학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생주임에게 학생들의 일시적인 실수를 용서하여 주고 바른 사람이 되도록 선도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던 생각이 새삼 떠오른다.

그렇지만 요즘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은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벌어지고 있어 그 성격과 본질이 다르다고 본다.

피해 사실 그 자체를 폭로하는 것이 사태의 본질이 아니라 사회구조와 제도가 변하자는 사회변혁 운동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선순위로 볼 때 인간의 평등권, 여성의 인격과 생명권 확보에 관한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하겠다.

앞으로 계속 재판이 진행될 터인데 편향된 시각이 아닌 진리와 정의에 입각한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약자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높은 시민의식과 특히 생명존중 정신이 고양되고 세계인으로부터 존경 받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법복 입고 찍은 고대 모의재판 출연 구성원과 법대학생회 임원일동 기념사진 (필자-사진향하여 우에서 두번째/ 재판장 법4학년 문호철 고시합격자-법복입/출처-개인소장) 법복은 판사, 검사, 변호사는 같은 검정색이나 법모와 법복의 가슴 마크 문양이 신분에 따라 것으로 기억됨/ 서기 두명은 가슴 문양이 없음) 법복은 학교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양해 받아 인출한 것임
법복 입고 찍은 고대 모의재판 출연 구성원과 법대학생회 임원일동 기념사진 (필자-사진향하여 우에서 두번째/ 재판장 법4학년 문호철 고시합격자-출처-개인소장) 법복은 판사, 검사, 변호사는 같은 검정색이나 법모와 법복의 가슴 마크 문양이 신분에 따라 다른 것으로 기억됨/ 서기 두명은 가슴 문양이 없음) 법복은 학교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양해 받아 인출한 것임

 

박종권(교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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