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안성시민 김유수 시인 인터뷰...“다른 사람 이야기 듣는 작가가 되고 싶다”
2024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안성시민 김유수 시인 인터뷰...“다른 사람 이야기 듣는 작가가 되고 싶다”
  • 봉원학 기자
  • 승인 2024.02.0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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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들의 희망 중 하나는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는 것일 것이다.

작가에게 따로 자격증이 있을 수 없지만 신춘문예로 등단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작가로 인정받는, 제도권에서 인정하는 작가가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공도읍에 거주하는 김유수 시인은 꾸준히 시를 써왔을 뿐만 아니라 그 시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해왔고, 그동안 써 온 시들을 모아 시집을 내려고 계획하고 있었기에 이미 시인이고 작가였다.

그런데 별로 기대하지 않았고”(김유수 시인의 말), “신춘문예용 시와 거리가 있었던”(심사평 중에서) 시로 202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시부문에서 당선되어 제도권작가로 등단했다.

이미 박두진, 조병화, 정진규, 금은돌 같은 작가들이 나왔고, “문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안성시에 작가가 어디 김유수 시인뿐이겠는가 만은 이렇게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더 많은 안성시민들이 안성의 김유수 시인을 알게 되고, 시인의 시를 만나게 되고, 또 시인은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니 안성시민의 입장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다.

더욱이 시인은 신춘문예 당선이 "덫이 날 빠뜨리는 중이라 해도 기쁜 마음으로 입장하겠다"고 말하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김유수 시인은 1998년생으로 문기초등학교와 공도중학교를 졸업했고, 고등학교는 청주에서 대안학교를 다녔다. 현재는 공도읍에서 부모님(, 김진희, 모 유병이)과 함께 살고 있다.

김유수 시인을 지난 6일 안성시내 한 커피 파는 가게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질문과 대답순서는 일부 편집했음을 밝혀둔다)

김유수 시인
김유수 시인

기자 : 작가(시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

시인 : 어려서는 막연히 글쓰기 좋아하고 백일장 같은데 나가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중학교 3학년때 지금은 고인이 된 금은돌 시인을 만나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러 고민 끝에 부모님을 설득해 고등학교도 대안학교로 선택했다.(시인은 금은돌 시인에 대해 글쓰기 선생님이자, 친구의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친구로 대해주셨던 소중한 인연이다. 글쓰기 뿐만 아니라 관계맺기를 가르쳐 주었고, 강의의 즐거움을 알려주었으며, 길을 제시하고 걸어가는 방법을 제시해 주신 분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기자 : 대안학교에서의 생활이 작가가 되는데 어떤 영향을 주었나?

시인 : 학교가 청주에서도 시골에 있었다. 선생님들과 토론을 하는 수업방식이었고, 학생회 등을 통해 학교 운영방식등도 바꿀 수 있었다. 그런데 한편에서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느낌도 있다. 졸업했을때는 섬에서 나온 느낌도 들었다.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니까 학교에서 배운 것과 너무 달라 괴리를 느꼈다. 일반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들은 현실적이고 수동적인데 비해 나는 조금 더 이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졸업하고 상처도 많이 받았고 힘들었다.

 

기자 :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시인 :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대학진학을 포기했다. 작가와 함께 영화를 찍고 싶다는 꿈도 있어서 서울로 갔다. 서울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을 학교삼아 영화를 공부하려고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상자료원으로 가 영화공부를 하고, 또 한편에서는 글쓰는 친구들과의 교류와 만남도 계속했다. 그러다가 전자책 플랫폼 업체에 취직해 1년가량 근무하기도 했다. 이 시절에도 금은돌 시인과의 글쓰기 세미나가 이어졌는데, 시인이 작고한 후 그 모임이 흐지부지 되었다.

그러면서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없어 좌절하기도 했다. 그래서 작가가 아닌 그냥 독자로 남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영화를 해보자는 생각에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영화를 촬영했지만, 그 과정에서도 여러 상처를 입고, 또 좌절하고 끝내 편집을 하지 못했다.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다. 그러면서 코로나 기간인 1-2년은 쉬었다.(이 시기와 관련해 시인은 당선 소감에서 약력에 쓸 것을 남기지 못한 나의 20대는 막다른 길을 거듭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길을 가로막는 벽 앞에 설 때마다 나의 힘은 항상 부족했더랬다고 말하고 있다.)

 

기자 : 책도 많이 읽고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은데

시인 :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다. 남들보다 더 노력했는지는 모르지만, 제도 바깥에 있다보니까 아웃사이더같은 측면도 있고, (대학) 문예창작과에 가지 않았으니까 책을 한 권을 읽어도 스스로 해야 하니까 절박함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치열함도 있었지만 항상 긴장하고 강박도 있어 시동이 꺼진 느낌도 있었다. 책은 읽을 수 있을 때 읽으려고 하고 있다.

 

기자 : 시인에게 안성은 어떤 곳인가?

시인 : 어렸을 때와 20대 이후 느낌이 다르다. 어렸을 때 느낌은 이었다 문기초가 반이 3개였고, 다 얼굴알고 소박한 느낌이었다. 20대 이후 성인이 된 후 느낌은 안개많이 끼고 쓸쓸하고 고즈넉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느낌은 아니다. 서울에서 좋은 기억이 없다 보니까 될 수 있으면 안성에서 계속 살고 싶고 활동하고 싶다. 안성이 지리적으로도 어느 지역이든 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특히 도서관은 시설이나, 책이나 이용자와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 : 안성에는 언제 다시 왔나?

시인 : 서울생활에서 여러 상처를 입고, 몸과 마음이 다 힘들어서 2023년경에 안성으로 다시왔다. 다시 와서 건축 인테리어 관련 육체노동을 몇 달 하면서 몸과 마음이 회복되었다. 그러면서 10대 때부터 써 온 글을 읽으면서 시에 대한 열정이 다시 올라왔다. 그전에는 글을 쓰는 것이 즐겁다기보다는 고통스러웠는데, 이런 저런 일을 경험하고 나서 다시 글을 쓰니까 자연스럽게 글이 써지고 글 쓰는게 즐거웠다.

 

기자 : 신춘문예에 응모한 계기와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

시인 :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한 번 응모하고 이번에 응모했다. (환하게 웃으며)마침 돈이 떨어져서(시인은 그동안에도 가급적 집에서 신세지지 않으려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생활비를 벌었고, 2024년부터는 온전히 자신의 돈으로 생활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응모했다.

당선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기뻤다. 전화로 당선 소식을 들었는데 당시 옆에 친구들도 있었는데 함께 소리 지르며 기뻐했다. 신춘문예에 응모하면서 그동안 써 온 작품들을 보니, 심사평에도 있지만 신춘문예용 시가 없었다. 그래도 그 중 골라 응모했는데 당선이 되어 기뻤다.

말로는 표현하지 않으시지만 저보다 부모님이 더 기뻐하셨다. 아버지는 인터넷으로 저와 관련된 기사를 검색해 보시는 것 같고, 주변 분들에게도 많이 자랑하신다. 아들이 뭘 하는 사람인지 실체를 알게 되셨다.

또 당선된 후 집에 있을 때 저 스스로 느끼는 것이 다르고, 짧은 시간이지만 반응이 온다. 익명의 독자가 생긴다는 것이 신기하고 즐겁다. SNS(블로그, 인스타)도 하는데 반응도 좋고 팔로워도 늘었다.

 

기자 : 당선소감을 보니까 "덫이 날 빠뜨리는 중이라 해도 기쁜 마음으로 입장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시인 : 등단한다는 것은 작가로 시작한다는 것인데,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생활측면에서는 좋은 직업은 아니니까 이라는 생각도 있고, 두 번째는 제도문학에 편입되려면 등단을 해야 하는 현실을 아는데, 그런 곳에 들어가는 것이 쥐가 덫에 들어가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들어가겠다는 생각, 또 한편에서는 타인은 지옥이다는 말이 있듯이 타인이 좋은 존재이지만은 아니지만 타인을 원망하고 밀어내고 고립되는 것이 아니고, 너를 지옥으로 여기고 싶지 않다는 가치관과 사랑에 대한 생각이었다.

 

기자 : 2024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유수 시인에게 시인이란 무엇인가?

시인 : 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 직업이지만, 세상에는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구조와 흐름상 시인이 크게 존중받거나 주목받는 것은 점점 더 쉽지 않은 것 같다. 시인은 어떻게 보면 을 다루는 직업인데, 말의 측면에서 보면 말이 점점 오염되고 있다. 정치언어나 저널리스트들이 오염시키는 말, 그런 것에 대해 사람들이 반감하고 문제의식을 느끼기보다 동참하고 같이 오염시키는 흐름인 것 같다.

시인은 오염된 말을 청소하는 직업인 것 같다.

독학등을 통해 시를 배우고 전문지식이 없으면 시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시를 써보라고 하면 흔히 하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는데, 시인의 역할은 정 반대다.

즉 어떤 단어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는게 아니라 그 단어에 대해 생각한 후 그것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시인이다. 그 단어를 완전히 새롭게 하고 그 단어에 씌어져 있는 필터들을 걸러내고 걸러내는 작업을 시인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직업이다. 한편의 시가 평생을 함께 갈 수도 있다.

 

기자 : 현실적으로 앞으로의 생활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시인 : 다행히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온라인 강의문의도 들어오고 시 과외문의도 들어온다. 또 한편에서 기술은 없지만 젊은 인력이 부족하니까 찾으려고 보면 공장이라든가 아르바이트 자리도 얼마든지 있다. 무슨 일을 하든 굶어죽을 일은 없다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기자 : 앞으로의 계획은 ?

시인 : 글쓰기 강의를 많이 해보고 싶다.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이 즐겁고 보람있게 느껴진다. 어떤 일을 해도 불쾌함이 없을 수 없는데, 강의하는 일은 순수하게 즐겁고 보람된 일이라 최대한 강의를 많이 하고 싶다.

안성에서도 안성시민과 만나고 싶은 것은 물론이다.

특기자 전형 등을 통해 대학을 진학하는 것도 고민하는데 돈과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하는 측면에서 계속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신춘문예 당선 전부터 그동안 써 온 시를 시집으로 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출판사를 섭외하려고 한다.

시를 읽는 독자가 많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상처받지는 않을 것 같다.

저도 독자들과 많은 만남을 원하지만 시라는 장르가 대중화를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시가 대중화 된다는 것은 시가 죽는 것이고 오염된 말들에 휩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많은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글은 산문이나 에세이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에서 스스로 시보다 산문을 잘 쓰는 시인이라는 생각도 있다.

 

기자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인 : 저는 내적영감을 가지고 쓰는 작가는 아니다. 책이나 이야기, 다른 사람 등 외부를 통해서 영감을 얻는다. 그렇다 보니 다른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작가가 되고 싶다. 자기 내면에 침잠하는 작가들도 있는데, 저도 그런 시기가 있었는데 자기 세계가 좁아지는 느낌이 있다.

다른 사람을 수용하고 더 만나려 노력하고 나를 열어둬야 나도 행복해지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열어두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작가가 되고 싶다.

시가 어렵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시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잠재되어 있다. 시인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르고 질문을 던지지 않다 보니 시가 어렵게 느껴지는데, 작가에게 시가 무엇인지 질문하며 시를 읽었으면 좋겠다.

 

202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take

 

김유수

 

쓰레기를 줍는다

나는 쓰레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그것이 나를 쓰레기라 불렀다

쓰레기를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추운 거리를 그것이 배회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그것의 입 속은 차갑다 지나가는 그것의 입술은 아름다웠다 지나가는 그것의 코트가 차갑다

 

쓰레기와의 동일시는 어떻게 줍는 것일까

너는 왜 나처럼 쓰레기를 줍지 않을까

 

어떤 부부가 예쁜 쓰레기를 주워 간다 어떤 직장인이 따분한 쓰레기를 주워 간다 어떤 시인이 터무니없는 쓰레기를 주워 간다 그러한 쓰레기의 용도는 내가 입을 수 없는 옷이었다

 

지나가는 그것이 코를 틀어막고 간다 지나가는 그것이 눈을 질끈 감고 간다 지나가는 그것이 옷을 건네주고 간다 지나가는 그것을 코트로 덮어버렸다

 

지나가는 그것이 무덤, 이라고 말한다 지나가는 그것이 나의 자리를 탐내고 있다 나는 자리나

잡자고 이 거리의 쏟아짐을 목격하는 자가 아니다 이 거리의 행려는 더더욱 아니었다

 

행려는 서울역 앞에서 담배꽁초를 줍고 있다

담배꽁초에 나의 시간을 투영하고 있다

 

그것이 서울역으로 타들어 가고 있었다

서울역의 시계가 서울역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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