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의 사진: 시와 음악의 밤
이 한 장의 사진: 시와 음악의 밤
  • 시사안성
  • 승인 2023.11.3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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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작년에 나는 우연히 한 장의 사진을 접하게 되었다. 오래된 흑백사진이었다. 약 스무 명 정도의 단체 사진이었는데, 맨 위 현수막에 音樂의 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사진의 우측 하단에는 音樂의 밤을 마치고 ’73.12.23”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사진을 건네준 분으로부터 설명을 들어보니, 안성에서 있었던 행사의 사진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 사진에 있는 인물 중 한 분은 아직 살아계시며, 연락도 닿고 있는 분이라고 한다.

안성시립도서관에서 여러 해 동안 시낭송을 비롯한 시와 음악관련 행사를 해오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시절 안성에서 시와 음악의 밤이라는 주제로 행사를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게 1973년의 행사였으니까, 올해로 50주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2023년에 시와 음악의 밤” 50주년을 기념하는 시와 노래의 밤행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안성문화도시 100만원 해봄실험실 지원사업에 선정되었기에,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예술인문학당 주최의 <안성 시와 노래의 밤> 콘서트를 추진하게 되었다.

지난 12년 동안 나는 노래하는 인문학을 펼쳐왔다.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다양한 청중을 만났고, 그들과 더불어 아름다운 시와 노래의 예술적 감동과 인문정신을 함께 나누었다.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인문학자로서 보람도 있었고 행복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이 하나 있었다. 함께 공부하며 나누고 싶은 훌륭한 시와 노래는 넘치는데, 청중과는 길어야 몇 시간 정도의 내용밖에는 다룰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름다운 시와 노래, 문학과 음악의 인문학을 함께 공부하고 연주하는 평생학습/예술 동아리나 단체를 만들고 싶었다. “예술인문학당은 바로 그런 꿈과 희망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예술인문학당의 표어는 감상하고 공부하며, 연주하고 노래하자!”이다.

이번 안성 시와 노래의 밤콘서트는 예술인문학당의 첫 번 째 행사인데, 문화소물리에 김수남 박사의 감성클럽/감성문화살롱 카페 스텔라에서 열린다. 시인 서정학교수와 닥종이 명장 장석순 시낭송가가 나와 함께 출연한다.

안성이 낳은 명곡 <얼굴>(심봉석 작사, 신귀복 작곡)을 비롯하여, 헤르만 헤세와 조병화, 임홍재와 서정학, 박두진 등 안성과 관련된 시인들의 시와 노래를 다루게 된다. 클래식기타와 노래, 시낭송과 인문학 강연이 한데 어우러지는 멋진 밤이 될 듯하다. 흡사 포르투갈의 파두공연이 펼쳐지는 예술적인 카페의 분위기가 연상되지 않을까?

50년 전의 시와 음악의 밤행사 사진을 사위에게 보여주었더니, 맨 위에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문구가 있다는 것과, 당시 행사 날인 1223일이 토요일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혹시 교회나 성당의 성도들이 성탄 전야의 행사로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내용으로 행사가 진행되었을지 자못 궁금하다.

올해는 내가 안성에 살게 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아름다운 금광 호수가 있는 안성을 내가 선택한 마지막 고향으로 여기며 행복하게 살아왔다. 앞으로 나는 국내외의 아름다운 시와 노래, 문학과 음악이 함께하는 예술인문학당과 더불어 즐겁고 행복한 공동체의 삶을 추구하고 싶다. 예술적 감동과 소중한 인문정신이 어우러지는 예술인문학당에 많은 관심과 참여 및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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