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출신 염수정 추기경의 신앙이야기(3) - 박종권의 사담기
안성출신 염수정 추기경의 신앙이야기(3) - 박종권의 사담기
  • 시사안성
  • 승인 2023.10.0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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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시사안성을 통해 안성의 역사와 문화 관련 귀중한 글을 연재했던 박종권 선생님이 특별히 안성출신 염수정 추기경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주셨다.
박종권 선생님은 안성출신으로 오랫동안 안성에서 교편을 잡았을뿐만 아니라 천주교 안성성당 사목협의회 총회장을 역임하신 분으로 안성시지 1권 역사와 지리, 천주교 인물을 집필한 바 있으며, 본 지면에 “박종권의 사담기(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안성관련 귀한 역사와 자료를 연재한 바 있다. 이번 염수정 추기경과의 인터뷰 내용 연재는 4회에 걸쳐 월1회 연재할 예정이다.

필자주 : 필자는 안성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입장에서 천주교 박해시대에 신자들이 겪었던 순교 이야기와 더불어, 순교자의 가정에서 태어난 안성 출신 천주교 고위 성직자 염수정(廉洙政 안드레아) 추기경 가정 공동체의 신앙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다.

아래의 글은 작년 말, 필자가 안성 성당 공소 복원 추진위원들과 함께 직접 참여한 염수정 추기경의 인터뷰 내용을 기록한 세 번째 이야기이다. 안성 지역의 종교 역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증언이기도 하기에 기고를 해 오고 있는 것이다.

염수정 주교 서품(출처 한 성직자 가정 공동체의 신앙이야기, 차기진    2003, p.88 사진 전재) 2002. 1. 25 서울대교구 주교 서품식에서       정진석 대주교로부터 안수를 받는 염수정 주교의 모습이다
염수정 주교 서품(출처 한 성직자 가정 공동체의 신앙이야기, 차기진 2003, p.88 사진 전재) 2002. 1. 25 서울대교구 주교 서품식에서 정진석 대주교로부터 안수를 받는 염수정 주교의 모습이다

(질문자 박종권): “염수정 추기경께서는 천주교의 고위 성직자인 주교, 대주교 수품을 거쳐 추기경으로 서임되면서 한국천주교회에 커다란 희망과 영광을 안겨 주었습니다. 사제 이후의 고위 성직자 생활에 대하여도 말씀해 주십시오.”

(염 추기경): <주교 서품> “20011212, 로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한국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보좌주교 2명을 동시에 임명하는 칙서를 반포하였다. 저 염수정 안드레아 신부와 역시 안성에서 태어난 이한택 요셉 신부를 동시에 주교로 임명한 것이다. 교황님으로부터 '티비우카(Thibiuca, 티비우카는 라틴어로 총독관구라는 뜻이며, 교구장 외에 특수 임무를 맡은 고위 성직자를 임명하는 명칭)명의주교(名義主敎)’로서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의 총대리 보좌주교로 임명되었다. 두 사람의 주교가 동시에 서품된 것은 서울대교구는 물론 한국 천주교회가 맞이하는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주교 임명 소식을 듣는 순간, 선종하신 어머니 수산나의 오랜 기도 생활이 머리에 떠올랐다.

(2) 염수정, 이한택 주교 서품(출처 상기 신앙이야기, p.94 사진 전재)  동일자 서울대교구 주교 서품식에서 안성 출신 염수정 주교와 이한      택 주교가 제단 앞에서 함께 서약 기도문을 낭독하고 있다
(염수정, 이한택 주교 서품(출처 상기 신앙이야기, p.94 사진 전재) 동일자 서울대교구 주교 서품식에서 안성 출신 염수정 주교와 이한 택 주교가 제단 앞에서 함께 서약 기도문을 낭독하고 있다

2002125일 오후 2시에는 한국 천주교회 성직자들과 수도자, 신자 그리고 가족들은 물론, 외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서울대교구 교구장인 정진석 니콜라오 대주교 집전으로 이한택 주교와 함께 두 명의 서품식이 거행되었다(필자: 영광스럽게도 안성 출신 두 분의 사제가 한 날 한 시에 주교로 임명된 것이다. 안성 본당에서는 신자들이 버스를 대절하여, 두 분의 주교 서품식이 열리는 장충체육관에 가서 서품식에 참여하였다). 주교로 임명된 이후 저는 서울대교구 총대리, ()한 마음 한 몸 운동본부 이사장, 평화방송과 평화신문 이사장, 중서울지역 담당 교구장대리, 한국천주교회 생명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되었고,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과 옹기(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아호)장학회이사장으로도 활동하였다.”

<대주교로 승임> “제가 주교로 서품(2002)된 이후 10년 동안 서울대교구 교구장이신 정진석 추기경을 보좌하며 많은 일에 파묻혀 여념이 없을 무렵인 2012510,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정진석 추기경님의 교구장직 사임 요청을 수락하고, 그 후임으로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로 일하던 저를 서울대교구 교구장으로 임명하였다. 이렇게 됨으로서 저는 서울대교구의 교구장직 임명과 더불어, 자동으로 대주교로 승임되었고 이에 따라 저의 서울대교구장 주교좌 착좌식을 2012625일 명동대성당에서 갖게 되었다. 이어서 2012629일 바티칸을 방문하여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직접 서울관구장의 상징인 팔리움(Pallium)을 받았다. 팔리움은 로마 가톨릭교의 대주교, 주교가 미사성제 시, 제의 위에 걸치는 예식용 어깨띠를 말하며 교황의 권위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착용하는 것이다.”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출처 천주교 서울대교구) 2014년 2월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발행한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을 위한 기도문’ 표지에 있는 추기경 복장의 염 추기경 사진이다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출처 천주교 서울대교구) 2014년 2월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발행한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을 위한 기도문’ 표지에 있는 추기경 복장의 염 추기경 사진이다

<추기경 임명> “2014112일에는, 로마 교황청 프란치스코 교황님으로부터 서울대교구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이에 따라서, 저는 2014222일 로마 바티칸 시국에 가서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한국 추기경 직책은 주교직에 부여된 권한을 그대로 행사하면서 교황 선거권을 갖게 된다. 또한 정기적으로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여 로마 교황청에서 열리는 추기경 회의에 참석하여 교회의 중요 사안들을 논의하게 된다. 그리고 저의 서임 직책은 교회법적 권한보다도 세계 교회 지도자로서 한국 추기경이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욱 크기 때문에, 개인적인 영광보다 막중한 책임과 소임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필자 주): 추기경 임명 당시, 여러 언론에서는 옹기장이 순교자 집안에서 홍의주교(紅衣主敎) 나다라는 주제와 함께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이 탄생되는 현장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면서 대서특필로 축하하였다.

 

<염수정 추기경의 최근 1년여 동안의 행보는, 말 그대로 변화무쌍 그 자체이다. 염 추기경은 신앙의 해개막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서울대교구장에 착좌, 신앙의 해 기간 동안 가톨릭 신앙 체질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동시에 하느님의 종’ 124위 시복시성을 위해 힘차게 달려왔다. 그러던 그가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되었다. 추기경은 옹기같은 사제다. 옹기는 가장 귀한 음식부터 가장 천한 오물까지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그가 그런 옹기 같은 삶을 살았다는 것은 바로 예수님을 닮은 삶이라고 볼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14.1.19.일자 참조)

 

(필자 주): 이로써 한국 가톨릭으로서는 교회 창립(1784) 138년만인 1922년 한국인 최초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이 탄생되었고, 두 번째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1931)에 이어 세 번째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2014112)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 2003년 대전교구 부교구장 주교로 서품된 후 2005년부터 대전교구장으로 있던 유흥식 라자로 주교가 20216월 대주교 승품과 동시에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발령을 받게 된다. 로마 교황청 역사상 최초로 한국인 성직자를 장관으로 임명한 첫 사례가 된다. 그러던 중 2022529일 유흥식 대주교가 한국 천주교 240년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이 탄생하였다.)

염수정 추기경 문장(출처 천주교 서울대교구)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지닌다. 가톨릭교회의 주교나 추기경은 각자를 상징하는 문장(紋章)을 갖고 있다. 성직자로서의 신앙과 철학을 담아낸 표식이다
염수정 추기경 문장(출처 천주교 서울대교구)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지닌다. 가톨릭교회의 주교나 추기경은 각자를 상징하는 문장(紋章)을 갖고 있다. 성직자로서의 신앙과 철학을 담아낸 표식이다

(질문자): “추기경님께서는 하느님께 자신을 바치신 사제 서품 이후 주교, 대주교, 추기경으로 한 평생을 성직자로 살아 오셨습니다. 성직을 수행하시는 동안 특별히 뜻을 두신 사목표어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주교와 추기경 재직 시에 사용하시던 문장(紋章)에 대하여 설명해 주십시오.”

(염 추기경): “하느님 말씀인 묵시록에 보면, 하느님 나라가 이 세상에서 완성되기를 간구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곧 가겠다.’는 말씀으로 끝을 맺으신다. 그리고 재림하실 주님을 기다리는 하느님의 백성들은 이 모든 것을 아멘하고 응답한 다음, ‘오소서, 주님 예수님하고 다시 한 번 간청을 드린다. <아멘, 오소서, 주님 예수님! Amen, Veni, Domine Jesu(묵시 22, 20)>이라는 기도는 마라나타’ MARANATHA(오소서, 주님 예수님)라는 아람어로 전승되고 있는데, 초대 교회 전례에서 외침의 기도로 널리 사용되었다. 저는 사제 서품 이후부터 이 기도를 사제 생활의 모토로 삼았다. 그리고 주교 서품이나 추기경 서임 때, 이 기도를 저의 사목 표어로 정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간절히 주님을 기다려야 하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염원이며, 또한 교회와 우리 자신을 위해 바치는 기도로서 적합하기 때문이다.”

 

(필자 주): <주교 문장(紋章)> 2002년 주교 서품 당시의 주교문장은 방패 상단에 염 주교의 사목 표어인 ‘Amen, Veni, Domine Jesu'가 적혀 있고, 그 아래 노란색 바탕위에 구원을 상징하는 무지개와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 모양이 그려져 있다. 중앙에는 백합(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를 상징) 형상이 그려져 있고, 중앙 하단에는 파랑색 바탕위의 녹색 원안에는 십자가 모양의 닻(우리의 희망을 상징)이 그려져 있고 양 옆으로는 알파와 오메가(시작과 마침) 글자가 적혀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발행, 염수정 안드레아 주교 서품 기도문, 2002.1.25 참조)

<추기경 문장(紋章)> 2014년 추기경 서임으로, 염수정 추기경 문장이 새로 정해졌다. 새 문장은 주교의 사도적 권위를 상징하는 모자 아래 양쪽 술을 한 단씩 늘려 다섯 단으로 하고, 모자와 술의 색깔은 추기경을 상징하는 붉은 색으로 바꾼 것이다. 사목표어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Amen. Veni, Domine Jesu!)은 그대로다. 모자 아래 십자가는 한국 순교자들의 십자가(칼과 차꼬)로 생명과 부활을 상징한다. 방패 좌편 무지개는 하느님의 구원을 상징하며, 보라와 청색, 녹색은 사랑과 희망, 믿음을 상징한다. 비둘기는 새 생명의 전령사로서 과거와 현재, 미래에 임재하시는 성령을 의미한다. 방패 가운데 큰 별은 우리나라를 보호해 주시는 성모 마리아와 종말에 구원의 완성을 이루실 예수님을 표현하고(2베드 1,19), 푸른 하늘빛 바탕 위에 두 개의 작은 별은 주님의 보호로 평화 통일을 이루어야 할 남한과 북한을 뜻한다. 방패의 붉은 바탕은 정의, 노랑은 평화, 청색은 희생과 나눔을 의미하고, 그 가운데 손을 잡은 듯 이어가는 문양은 사랑의 연대를 나타낸다. 닻 모양 십자가와 알파 오메가는 이 모든 희망과 염원이 궁극적으로 영원하신 하느님의 계획안에서 이루어지게 되리라는 신앙고백을 아로새긴 것이다. (평화신문, 2014. 1.15일자 추기경 문장 해설 참조)

염 추기경과 필자(출처 필자의 사진첩) 안성 본당 미장리(노루목) 공소 출신이며 안성 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은 염수정 추기경은 취임 후 처음으로 2014년 9월4일 안성 성당을 방문하고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렸다
염 추기경과 필자(출처 필자의 사진첩) 안성 본당 미장리(노루목) 공소 출신이며 안성 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은 염수정 추기경은 취임 후 처음으로 2014년 9월4일 안성 성당을 방문하고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렸다

(질문자): “추기경님께서는 서울대교구 교구장으로 계실 때에, 특별히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셨습니다. 서울대교구에서 전개하는 생명운동의 중요성에 대하여 귀중한 말씀을 들려주십시오.”

(염 추기경): “모든 생명은 그 존재 자체로 아름답고 모든 가치에 우선해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생명의 존엄성보다도 국가 경쟁력 향상과 경제적 성장으로 포장된 물질적 욕구가 환경과 생태, 인간다운 삶을 압도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에서는 이러한 죽음의 문화에 대항해 생명존중이라는 교회의 기본가치를 적극적으로 지키기 위해 교구 직속기구로 생명위원회를 설립하였다. 생명위원회는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생명존중운동을 전개할 생명운동본부와 성체줄기세포와 관련된 연구와 임상시험을 전개할 의료연구본부로 구성하였다.

서울대교구에서는 생명운동과 의료연구를 동시에 지원함으로써 이 땅에 생명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항상 힘쓰고 있다. 특히 교회는 우리 사회에 생명의 복음을 구현하고, 위원장인 교구장에게 사목적 자문을 목적으로 하는 가톨릭생명위원회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생명의 신비’(Vitae Mysterium) 정신을 이어 받아 생명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자 하는 학술상(생명의 신비 상) 제도를 두고 생명존중 문화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인재양성기금과 가장 연약한 어린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책임을 지기 위해, 그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미혼모()지원을 위한 미혼부모기금 조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 주: 추기경님이 위원장으로 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홈 페이지에 있는 공식 자료를 보충하여 추기경님의 말씀을 기록하였다(다음에 계속)

 

박종권 전 천주교 수원교구 안성성당 사목협의회 총회장

안성시지(2011) 1권 역사와 지리 천주교 인물집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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