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에서 아열대 유실수 100여종 키우는 우미라 · 황상열 부부
안성에서 아열대 유실수 100여종 키우는 우미라 · 황상열 부부
  • 봉원학 기자
  • 승인 2018.10.28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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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안성이 만난 사람들(2)
안성시 양성면 난실리에서 아열대 유실수를 키우는 우미라, 황상열 부부

양성면 난실리에 가면 미라팜이 있다. 우미라(56), 황상열(56) 부부가 경영하는 아열대 유실수농장이다.

한반도의 기후가 아열대로 바뀐다는 이야기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많이 들어서 이제 그걸 모르는 것이 이상한 일이 되었다. 마트나 시장을 가도 국내산이거나 수입산이거나를 떠나서 망고 같은 이제 이름이 알려진 과일은 물론이고 이름도 생소한 아열대 과일이 여러 종류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아열대 과일이야기는 아직은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지방 이야기이고 간혹 중부지방에서 아열대 식물을 키워도 관상용이지 열매수확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미라팜에서는 한 두가지도 아닌 무려 100여종의 아열대 유실수를 키우고 있었고, 실제 열매를 수확할 뿐만 아니라, 그 열매를 활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아열대 유실수는 왜성 파파야·손끝바나나·열대왕구아바·슈가애플·카람볼라(스타후르츠아테모야·로즈애플·화이트사포테 등 일부 이름이 알려진 것부터, 생소한 이름가지 다양하다.

그 사연과 이야기가 궁금했다.

손끝 여문 우미라씨가 취미생활로 시작

하우스로 옮겨 심자 폭풍성장, 열매수확

동갑내기 우미라 · 황상열 부부가 양성면으로 이사 온 것이 지난 2002년이다. 양성면 노곡리가 황상열씨의 아버지의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모시고 내려왔기 때문에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귀향한 것이지만, 황상열씨와 우미라씨 부부가 동네 사람이 되는 것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서운함도 있었다. 황상열씨는 지금은 노곡2리 이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다 옛 이야기가 되었다

그런데 어쩌면 처음 동네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그것이 오늘의 미라팜이 있게 한 동력이었을수도 있다.

아는 사람 없고, 쉽지 않은 농촌 생활에 심심풀이취미로 2003년경 시작한 것이 열대 유실수 씨앗 심기였기 때문이다.

서울이 고향인 부인 우미라씨는 손끝이 여문사람이라서 사람얼굴은 한번 보고 잊어버려도 맘에 드는 물건이나 작품은 몇 년 지나도 잊지 않고 흉내 내는 재주를 가진 사람인데다가 식물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우미라씨는 당시에 아이들에게 수입과일을 사다 먹이고 싶어도 잔류농약이니, 화학처리니 뭐니 해서 불안했어요. 거기에 평소 식물을 좋아했고, 관심이 많아 심심풀이 삼아 아열대 식물 씨앗을 하나 둘 구해 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하나 둘 싹이 트고, 자라기 시작했다. 그대로 둘 수 없어 겨울에는 화분에 옮겨 집안에 옮겨 놓고 가꾸었고, 씨앗도 하나 둘 더 구해 심었다.

그러나 아열대 유실수를 그렇게 화분에 심어 가꾸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겨울에 집에 들여키우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고, 난방비도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그래서 더 이상 새로운 씨앗을 구해 심는 것은 몇 년간 중단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10년경 20평 규모의 하우스를 만들어 키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새로운 전기가 되었다고 한다.

비닐하우스로 옮긴 아열대 유실수는 말 그대로 폭풍성장해서 금방 2-3m로 크기가 훌쩍 커버려서 두달만에 더 큰 하우스를 지어 옮겼다.

아열대 식물 재배의 가능성을 확인한 부부는 한동안 중단했던 새로운 씨앗을 구해 심는 일도 다시 사작하는가 하면 2011년경에는 하우스를 100평 규모로 늘렸다.

이 무렵 레몬이나 바나나같은 일부 유실수에서는 열매를 수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황상열씨는 직접 재배한 것이라 그런지 사다먹는 것보다 훨씬 신선하고 맛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미라팜시작, 기술개발 본격화

100개중 1개 발아, 6개월 걸려 발아하는 것도

그러면서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업이라는 시각에서 아열대 유실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공부하고 연구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만큼 기술도 늘고 자신감도 늘었다. 남들은 10년걸려 열매를 본다는 품종을 접목 등을 통해 3년만에 열매를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2015년경에는 지상파 방송에 소개되고 2016년에는 정식으로 미라팜문을 열었다.

눈치챘겠지만 미라팜은 부인 우미라씨의 이름에서 따온 명칭이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재미있었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특히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아열대 유실수를 키우기 위해 하우스의 난방비를 조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행히 부부는 모두 손재주가 좋았다. 손끝여문 사람들이었기에 손끝세상이라는 공방을 운영하면서 우미라씨는 국내최초로 옥수수껍질로 만드는 친환경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었고, 남편 황상열씨도 원목가구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생활하고, 미라팜에 투자할 수 있었다.

더욱이 아열대 유실수의 씨앗을 틔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에는 100개의 씨앗을 뿌리면 1개가 발아에 성공했고, 그렇게 어렵게 발아했어도 열매를 맺기도 전에 중간에 죽는 일도 많았다

황성열씨는 지금은 그냥 던져놔도 발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지만 그때는 참 힘들었다며 사람좋은 웃음을 지었다.

우미라씨는 지금은 코미포리아라고 부르고 당시에는 레드 아라치드라고 부른 유실수는 6개월만에 발아하기도 했어요. 아열대 유실수는 똑같은 품종이어도 지역에 따라 또 시점에 따라 이름도 달라 똑같은 품종을 다른 품종으로 알고 심기도 했어요하면서 숨은 이야기를 했다.

손끝 바나나
손끝 바나나
레드아라치드

 

국립종자원에 20개 품종등록, 한글 이름 가진 손끝 바나나도 등록

아열대 유실수 묘목 생산과 판매

안성시 지원받아 지난 25일에는 개소식 가져

국립종자원에 하나 하나 품종 등록을 하기 시작했고, 특히 2017년에는 국내최초로 한글이름으로 바나나를 품종등록했는데 손끝 바나나가 그 주인공이다. 다른 바나나에 비해 키가 작은 편으로 약 2m내외로 하우스에서 키우기도 적합한데, 미라팜에서 변종을 발견해 품종을 등록한 것이다.

현재 미라팜에서 품종등록한 유실수만 20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동안 각종 미디어에도 소개되었고, 전국 각지에 있는 유실수 관련 농장 등과도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73월부터 본격적으로 유실수 묘목 생산과 판매에도 나서 전국 각지에 납품하고 있다.

 

안성시에서 예산지원을 받아 지난 1025일에는 아열대 기후변화 대응시범사업개소식을 갖기도 했다.

250평 규모의 아열대 유실수 농장 개소식이었는데, 우석제 시장, 신원주안성시의회 의장, , 양운석 경기도의원, 백승기 경기도의원, 황진택 안성시의원, 유광철 안성시의원과 이경애 안성농업기술센터 소장, 이호만 양성면장, 한경성 양성면 이장단 협의회장등 여러 내외빈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2년후 미라팜은 아열대 밀림이 될 것

다양한 제품구입과 체험 가능

황상열씨는 다문화 가정 주부들이 이곳에 오면 고향에 온 것 같다고 좋아해요라면서 다문화 주부들을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봤다고 이야기했다.

즉 아열대 기후권이 고향인 다문화 가정 주부들은 이 아열대 식물의 열매와 잎 등을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유실수를 이용해 파파야 잎차”, “파파야 천연비누”, “파파야 생잎”, “노니 천연비누”, “백향과 청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제품 판매는 물론이고 관련된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손끝재주 좋은부부의 재능을 살려 짚을 이용한 허수아비 만들기, 자연소재를 이용한 공예품 만들기, 전통한지를 이용하여 꽃 만들기, 목공 수업 등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황상열씨는 주변에 미리내성지, 조병화 문학관 등이 있고 그 외 안성의 다양한 문화관광자원과 연계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계획과 희망을 이야기했다.

우미라씨는 “2년 뒤 이곳은 밀림을 이룰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고, 황상열씨는 이곳이 아열대 유실수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은 물론이고 안성농업에 기여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황상열씨가 밝힌 또 다른 바람은 아내의 작품 전시회 한 번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2년후 미라팜의 모습이 궁금하고 황상열씨의 바람이 이루어질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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