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
시와 노래
  • 시사안성
  • 승인 2023.08.3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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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대학에서 가르쳤던 <아름다운 시와 음악> 수업만큼은 은퇴 이후에도 평생학습 강좌로 진행하고 싶었다.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20년 가까이 진행했던 이 수업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커다란 즐거움과 행복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노래하는 인문학> 강연과 공연을 해왔고, 안성과 양성에서 몇 차례 시와 노래 강좌를 진행하기도 했었는데, 이제 반갑게도 <시와 노래> 강좌가 신설되었다. 안성시 금광면 주민자치 프로그램으로 <시와 노래> 강좌를 오는 10월부터 진행하게 된 것이다.

대학에서 새 학기가 되면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게 되는 게 늘 기대되었다. 흡사 그때처럼 나는 지금 다시 기대감으로 설레고 있다. 젊은 대학생들과 함께 수업한 것도 즐거웠지만, 나이 드신 분들과 함께 시와 노래를 공부하는 것은 더 기대된다. 살아온 연륜이 많을수록 시와 노래를 통해 나누는 감동의 깊이가 더욱 깊기 때문이다.

금광 호숫가의 금광면은 혜산 박두진 시인의 고향이다. 어려서부터 내가 좋아한 시인의 고장에서 살게 된 지 20년이 되었다. 이 시인의 마을 금광면에서 <시와 노래> 강좌를 열게 되었다는 게 나로서는 아주 인상적이다.

그래서 개강 첫 시간에는 먼저 박두진 시인의 시 <청산도><하늘>을 감상하고, 낭송하고, 노래하면서, 박두진 시인을 기리는 특별한 시간을 갖고 싶다. 그런 다음에는 국내외의 아름다운 시와 노래가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나는 좋은 시와 노래를 많이 만났다. 6살 때 <산바람 강바람> 동요를 만났고, 14살 때 기타와 헤르만 헤세의 시 <방랑길에>를 만나면서, 그 어린 시절에 이미 시와 노래가 함께하는 인문학 인생이 시작된 듯하다.

그런데 노래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동요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신기하게도 동요를 더욱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나이가 들수록 왜 그렇게 동요를 더 좋아하게 되었느냐고. 잠시 생각하다가 스스로 이런 질문과 답을 했다:

동요 속에 들어있는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 동심, 어린이 마음이 아니겠는가. 동요 속의 동심이 소중하니까, 내가 동요를 더욱더 좋아하고 즐겨 부르게 된 것이로구나!”

오랜 세월 동안 내가 추구해온 것이 바로 해맑은 동심, 청랑한 동심이었다는 것을 나는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동요는 어린이들만의 노래가 아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불러야 할 노래이다. 내 경우에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더 동요의 참맛을 알게 된다. 동요는 다름 아닌 동심의 노래, 동심으로 부르는 노래이다.

<시와 노래> 강좌는 아름다운 시와 노래를 감상하고, 공부하며, 낭송하고, 노래하는 내용으로 진행될 것이다. 평생예술과 평생학습이 한데 어우러지는 수업이다. 이 수업에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훌륭한 시와 노래의 예술적 감동과 인문정신을 함께 나누려고 한다.

즐겁고 유익한 <시와 노래> 강좌가 마냥 기대된다. 아름다운 시와 노래로 더욱더 즐겁고 건강하며, 아름답고 행복한 삶과 사회를 가꾸어나가게 된다면, 무얼 더 바라겠는가?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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