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연주와 노래의 매력
함께하는 연주와 노래의 매력
  • 시사안성
  • 승인 2023.07.2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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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대전기타오케스트라 중주
대전기타오케스트라 중주

이 글을 쓰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오랜 세월 동안 내가 다양한 중주와 합주 활동을 해왔다는 것. 맨 먼저 떠오른 것은 어린 시절 노래를 함께한 추억이다. 대여섯 살 즈음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신이 날 때면, 나는 친구들과 함께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우리 집 마당이나 골목길에서 불렀던 그 떼창(?)이 나의 가장 오래된 노래의 추억이리라.

그 후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2학년 때 나는 학교 합창단에 가입하였다. 2년 남짓 활동했던 그 합창단의 추억을 나는 잊을 수 없다. 훗날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나는 다시 학교 합창단에 가입하여 2년 정도 활동했다. 몇 년 전에는 안성의 이룸합창단에서도 활동한 적이 있다. 이런 걸 보면 나는 어려서부터 노래 합창을 즐겼던 것 같다. 합창단 활동을 통해 나는 함께하는 합창의 매력과 감동을 충분히 맛보았다.

그런데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 합창 활동은 단연코 교회 찬양대 활동이다. 찬양대에서 나는 테너로 노래해오고 있다. 찬양대의 숭고한 합창 찬양은 나에게 늘 깊은 신앙적 은혜와 예술적 감동을 준다.

악기로 함께 연주한 경험은 먼 옛날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 학교에 큰불이 나서 학교 건물이 몽땅 다 타버리는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당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어느 선배가 학교에 불을 질러버린 것이다. 놀라운 소식을 듣고서 나는 현장으로 달려갔고, 어두운 저녁에 학교 건물이 온통 불길에 휩싸인 것을 보고 망연자실했었다.

그렇게 해서 학교는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그즈음 실의에 찬 모습으로 학교 운동장을 거닐고 계셨던 교장 선생님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 우리는 체육관에 임시로 만든 칸막이 교실에서 수업했다. 방음이 잘 되질 않았고, 옆 방에는 교무실이 있었다.

당시 우리는 음악 시간에 피리를 배우고 있었다. 어느 날 쉬는 시간에 나는 옆자리 친구와 함께 피리로 <고향의 봄>을 연주했다. 처음으로 이중주를 한 것이다. 연주를 마치자 옆 교무실에 계셨던 음악 선생님이 우리 교실로 들어오시더니, 우리에게 교무실로 오라고 하시는 것이다.

그 시절 교무실로 불려 간다는 것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에, 우리는 약간 긴장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의자에 앉으시면서 뜻밖에도 그래, 악기 연주는 바로 그렇게 하는 거야!”라고 하면서, 우리의 피리 이중주를 칭찬하셨다.

그런 사연으로 친구와 함께했던 이 첫 이중주는 나에게 잊혀 지지 않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언젠가 친구를 만났을 때 궁금하여 물어보았더니, 그 친구도 그때 일을 기억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절 15살 때, 나는 어느 분의 클래식기타 연주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아름다운 음색의 클래식기타 연주에 커다란 감동을 받으면서, 곧바로 클래식기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전 해 크리스마스 때 부모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던 통기타 대신, 나는 클래식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통기타를 연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 후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나는 클래식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생활을 해오고 있다. 예전 대전기타오케스트라에서 활동했던 10년 동안은 특히 기타 합주에 몰두하기도 했다. 때로는 단원들과 중주를 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교회 안팎에서 딸들과 이중주 혹은 삼중주를 하기도 했다.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한 중주의 추억들이다.

중주와 합주는 연주자들이 파트를 나누어 서로 화음을 이루며 연주하기 때문에, 혼자 연주할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과 행복이 펼쳐진다. 그래서 나는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중주나 합주를 하게 되면 독주로 연주하는 것보다 2~3배 정도 더 즐겁다.”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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