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의 첫 음악 경험
유년 시절의 첫 음악 경험
  • 시사안성
  • 승인 2022.09.28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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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내가 태어난 후 유아기 때, 어머니와 할머니는 나에게 한국의 전래 자장가를 불러주셨을 것이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린 내 가슴을 다독거리면서 불러주셨을 그 자장가가 내 인생 최초의 음악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조금 자란 유년기 때 음악과 관련하여 내가 맨 처음으로 기억하는 것은 축음기이다. 당시 우리 집에는 축음기가 한 대 있었다. “유성기라고도 하는 축음기는 오늘날 골동품처럼 되어 버렸다.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매체가 그동안 엄청나게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음악을 재생하는 축음기에 레코드판을 올리고 바늘을 얹으면, 레코드판이 돌면서 바늘이 미세한 홈, 즉 소리골을 따라간다. 이때 소리골이 파인 형태에 따라 바늘이 미세하게 진동하고, 이 신호가 소리로 증폭이 되어 음악이 나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축음기와 관련하여 내가 유년 시절에 한동안 아주 신기하게 생각했던 게 하나 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촘촘한 홈 부분이 끝나면, 간격이 벌어진 몇 가닥의 줄이 나선형으로 돌면서 레코드판 한 가운데로 빠져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바늘이 레코드판의 소리 나는 부분을 다 지났는데도 바늘을 들어 올리지 않으면, 바늘은 나선형의 홈()을 따라 중앙으로 갔다가는 다시 나선형 홈의 출발지점으로 연신 되돌아온다. 지금이야 물론 그것이 착시현상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당시 어린 나는 의아해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 많은 줄들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끊임없이 레코드판 한 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는 걸까?”

 

언젠가 나의 형이 말하기를, 내가 3~4살 때 쯤 축음기 앞에 앉아 레코드판에 바늘을 연신 올려놓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들었다는 것이다.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축음기로 음악 감상을 즐겼나보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미 내가 좋아하는 음악의 취향도 있었나보다. 그때 내가 좋아해서 들었던 음악이 어떤 것이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게 있다. 우리 옆집에는 전파사가 하나 있었다. 전기제품을 파는 상점이었다. 그런데 그 가게에서는 매일 아침부터 거리나 주변의 집 안에서도 들릴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았다. 주로 경음악이었다. 아마도 가게 홍보를 위해 그 전파상 주인이 좋아하는 곡들을 틀어놓았겠는데, <아기 코끼리의 걸음마>(헨리 만시니 작곡)라는 곡은 그 시절 하도 많이 들어서 지금도 기억이 날 정도이다.

 

형과 누나들이 모이면 종종 집에서 노래를 불렀던 것도 기억난다. 그렇게 노래를 접하면서 나는 자연스레 노래를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도 친구들과 어울려 흙장난을 하거나 놀 때는 전래동요를 비롯하여 노래를 즐겨 불렀던 기억이 있다. 당시 여자아이들은 주로 고무줄넘기 놀이를 할 때, 리듬에 맞추어 흥겹게 노래를 부르곤 했다.

 

내가 대여섯 살 쯤 되었을 때,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불렀던 노래가 하나 있다. 당시에는 전혀 몰랐지만, 훗날 알고 보니 그 노래의 곡조는 루이스 프리마(Louis Prima)가 작곡한 <싱싱싱(Sing, Sing, Sing>이라는 팝송이었다. 그때 우리는 이 노래의 가사를 우스꽝스럽고 재미있게 개사하여 불렀다.

철없던 시절 장난꾸러기였던 유년기, 음악과 관련된 가장 오래된 추억들이다. 지금의 내가 만약 그 옛날 유년 시절로 돌아간다면, 과연 어떤 노래를 부를까?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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