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부”의 주제가: 내 인생의 노래들
영화 “대부”의 주제가: 내 인생의 노래들
  • 시사안성
  • 승인 2021.12.29 0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 34
영화 대부의 포스터
영화 대부의 포스터

2009년 목원대학교에서 제2회 독주회를 마친 후 어느 날, 옆방 연구실의 후배 교수와 마주쳤는데, 그가 한마디 말을 던지며 지나갔다. “영화 <대부>의 주제가도 참 좋아요.” 내가 언젠가 그 곡도 연주하면 좋겠다는 뜻이었으리라. 후배 교수의 말을 염두에 두긴 했지만, 계속된 강연과 공연으로 인하여 오랫동안 그 곡을 연주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2년 동안 코로나로 인하여 거의 모든 공연이 중단되었다. 나는 주로 집에서 새로운 곡들을 연주하며 지내다, 예전에 후배 교수가 제안했던 <대부>의 주제가가 문득 생각났다. 그 곡은 니노 로타가 작곡한 <Speak softly love>, <부드럽게 사랑을 말해줘요>라는 제목의 노래이다.

나는 올 한 해 이 노래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곡조도 애틋하거니와 특히 노래의 끝부분에서 “The vows of love we make will live, until we die."(우리가 한 사랑의 맹세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살아있으리라)는 대목을 노래할 때는 그 애절한 사랑이 매번 나의 심금을 울렸다.

오래 전 젊었을 때 본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는 그 노래가 어떠했는지, 어떤 상황에서 부른 노래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총 3부로 되어 있는 <대부> 영화 전체를 다시 감상하였다.

마이클과 아폴로니아의 결혼장면
마이클과 아폴로니아의 결혼장면

주제가는 <대부3>에 나오는데, 주인공 마이클 콜레오네의 아들인 안토니 콜레오네가 기타를 치면서 시칠리아어로 이 노래를 부른다. 내가 시칠리아어로 된 노랫말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영화 속에서 그가 부른 노래는 애절한 음색과 더불어 너무나도 슬프게 느껴졌다.

마이클 콜레오네는 조직 폭력에 가담하면서 살인을 저지른 후 시칠리아로 도피한다. 그곳에서 그는 첫 눈에 반한 여인 아폴로니아와 첫 번째 결혼을 한다. 그런데 결혼 초에 그는 배반한 부하가 자동차에 설치해 놓은 폭탄이 터져 사랑하는 아내가 차 안에서 불에 타 죽는 걸 보게 된다. <대부>의 주제가가 바로 이 아폴로니아에 대한 비극적 사랑을 노래하기 때문에 더욱 슬프게 느껴진 것 같다.

영어 노랫말에 이어 시칠리아어 노랫말의 내용이 궁금했다. 확인해보니 영어 가사보다 더 애처로운 노랫말로 되어 있었다. 영어 노랫말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오늘은 시칠리아어로 <Brucia la Terra>(땅은 불타고)라는 제목의 이 노래 가사를 감상해보자.

 

달은 하늘에서 불타고/ 나는 사랑에 불타고 있다...

내 영혼은 고통스럽게/ 울고 있다

나에겐 평화가 없고/ 너무도 끔찍한 밤이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나에겐 새벽이 없다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태양도 없다

나의 땅은 불타고/ 나의 마음은 불타고 있다...

발코니에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나는 누구에게/ 나의 노래를 불러주어야 할까

 

영화에서 안토니가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마이클 콜레오네는 그 옛날 사랑했던 신부 아폴로니아의 모습을 회상하며 슬퍼한다.

그런데 영화의 끝부분에서 마이클 콜레오네는 또 다시 참담한 비극을 겪게 된다. 사랑하는 딸이 다른 조직 폭력에 의해 아빠의 눈앞에서 총에 맞아 죽게 되는 것이다. 죽은 딸을 부여안고 몸부림치다가 고통 속에서 처절하게 울부짖는 마이클 콜레오네의 모습, 뇌리에서 쉽사리 사라지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는 살아 있는 동안 첫 번 째 아내와 딸의 비극적 죽음을 겪고, 두 번 째 아내인 케이와 이혼을 하는 불행을 겪었다. 남편과 아빠로서 이 보다 더 큰 고통과 슬픔이 어디 있겠는가?

이윽고 이어지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는가? 조직 폭력 집단의 두목으로 잔인한 살인과 폭력을 통해 엄청난 돈을 모으고 정치적 권력까지 휘둘렀지만, 마침내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홀로 쓸쓸하게 죽어가는 마이클 콜레오네의 마지막 모습을...

그러니, 덧없는 인생이다. 사랑만 하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