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의 어원과 사당과의 관계 ∥
거사의 어원과 사당과의 관계 ∥
  • 시사안성
  • 승인 2018.07.17 0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성 남사당과 조선명창 바우덕이 - 6

1898독립신문자료를 보면 중과 굿중패와 거사와 여사당패와 남사당패와 초란이와 솟대장이패와 산대패와 풍각장이패 등군패의 구걸이며, 모든 병신 걸인배의 동냥이며라고 하여 공연을 대가로 돈을 받는 부류들은 구걸, 순수 걸인배들이 받는 돈은 동냥으로 구분하였다.

물론 당시의 구걸이란 표현이 모두 공연을 대가로 돈을 받는 부류만 칭한 것이 아니라 순수 걸인배에게도 구걸이란 표현을 했기 때문에 완벽하게 의미가 분리된 것은 아니지만, 걸사란 의미도 공연단들이 돈을 받는 구걸에서 차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기사에서는 남사당패, 여사당패란 구별된 명칭이 나오는 점이 중요하다.

독립신문(1898. 10. 22)
독립신문(1898. 10. 22)

신재효는 변강쇠가에서 사당패가 등장하며 자기소개를 하는 장면에 대하여 乞士들이 절을 하며, 小士 問安이요, 小士 問安이요그 뒤에 아기네들이 낭자도 곱게 하고, 고방머리 엇게 하고, 다리 아파 잘쑥잘쑥 지팡막대 짚었으며, 두 줄에 다리 넣고 乞士 등에 업혔으며라고 하였으나,

박타령에는 小士 問安이요, 小士 問安이요. 小士 등은 京畿 安城 靑龍寺..... ~중략~ 寺黨居士 좋아라고, 居士들은 小鼓치고, 사당의 節次대로 軟鷄寺黨이 먼저 나서 발림을 곱게 하고라고 표현하였다.

변강쇠가박타령에서 사당패들이 등장하는 이 부분의 장면묘사는 양쪽이 비슷하지만, 한 쪽에는 걸사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거사라 명기한 점으로 보아 걸사와 거사란 명칭은 같은 뜻으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옥이 지은 사당에 보면 사당의 우두머리를 거사라 하고, 거사는 소고를 두드리며 염불을 하며 사당은 가무를 행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사당이라 칭하더라도 거사가 포함되는 무리를 일컫는 말임을 알 수 있다.

기산풍속도에는 사당패들에 대한 그림 4장이 나오는데 내용은 거의 비슷하나 제목이 약간씩 다르다. 그 내용을 보면 사당은 한량 앞에 서서 치마를 들고 돈을 달라고 하고 있거나 춤을 추고 있고, 그 뒤에 거사들은 소고를 치고 있는 모양이다. 그림의 제목은 각기 A ‘사당거사가 한량에 돈 따고’, B ‘사당패가 한량 만나 돈 따는 모양’, C ‘사당 판놀음 하는 모양’, D ‘사당거사 판놀음 하는 모양이다.

A. 사당거사가 한량에 돈 따고(기산풍속도)
A. 사당거사가 한량에 돈 따고(기산풍속도)
B. 사당패가 한량 만나 돈 따는 모양(기산풍속도)
B. 사당패가 한량 만나 돈 따는 모양(기산풍속도)
C. 사당 판놀음 하는 모양(기산풍속도)
C. 사당 판놀음 하는 모양(기산풍속도)
D. 사당거사 판놀음 하는 모양(기산풍속도)
D. 사당거사 판놀음 하는 모양(기산풍속도)

모두 비슷한 내용의 그림이지만 사당패또는 사당이라고 제목을 단 그림도 있고, ‘사당거사라고 제목을 단 그림도 있다. 그림 자체의 구도는 비슷하지만 복장과 형태가 조금씩 다른 것으로 보아 각기 다른 곳에서 만난 사당패들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시에는 사당거사’, ‘사당패사당의 명칭을 엄격히 구분하지는 않았고, 부르는 사람이나 주변 여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부른 것으로 추정된다.

송석하는 사당고에서 거사와 사당은 부부관계를 맺고, 거사는 사당을 업고 다니며 세탁을 해주는 등 대단히 소중히 다루면서도 사당에게 매춘을 시키는 것처럼, 사당과 거사는 상식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기괴(奇怪)한 관계로 묘사하였다.

기산풍속도에 나오는 유행매음(遊行賣淫)을 보면 매춘집단은 남자가 여자를 업고 다니는 것으로 나온다. 장소를 이동하는 매춘부들은 남자가 여자를 업고 다니는데, 이는 사당패들의 행태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따라서 거사가 사당을 업고 다니는 것은 매춘부집단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유행매음(기산풍속도)
유행매음(기산풍속도)

그런데 이처럼 세탁을 해주거나, 업고 다니는 등 애지중지 하는 사당과 거사와의 관계가 매춘 부분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사실 정상적인 부부사이는 아니다. 지난 연재에서 거사는 아내를 두고 절반의 뜻을 둔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 말은 거사에게 있어서 집에는 본부인이 있으며, 사당·거사 관계를 갖는 부인격인 사당은 별도로 있다는 뜻이다.

이들 두 부류의 관계를 더 살펴보면, 안동포를 만들 때 부르는 삼삼기노래 중에 사부모(思父母)노래가 있는데 거기에는 사당년은 잔을 잡고 거사 앞에 휘어졌네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 노래는 평소 구조적으로 억압받는 사람이 술기운을 빌어 금기를 깨뜨리는 내용이다.

형제들이 제사상 끝에 넘어지고, 기생이 원님 앞에 넘어지고, 사당이 거사 앞에 넘어진다는 이 내용은 평소 사당과 거사와의 관계가 수평적인 관계가 아니라 종속적인 관계임을 잘 말해준다.

사당과 거사와의 관계가 종속적임은 이옥이 지은 사당에도 잘 나와 있다. 병목에 사는 송생이라는 사람이 사당과 하룻밤 자고 예전(例錢;화대)을 주지 않자 사당이 송생에게 당신의 행태는 거사의 주먹보다 심하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사당과 거사는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아니라 거사가 사당에게 수시로 주먹을 휘두르고 돈을 갈취하는 사이로, 매우 종속적인 포주와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상 내용을 종합해 보면 사당패와 거사패는 별도의 집단이 아닌, 같은 집단을 지칭하는 이명(異名)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항상 남녀가 함께 다니며 공연을 하였기 때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 춤추고 노래하는 여자를 중심으로 지칭할 때는 사당패라 하였고, 소고를 치고 노래를 하는 남자들을 중심으로 지칭할 때는 거사패라 한 것이다.

걸사는 거사의 다른 말이기 때문에 걸사패역시 거사패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리고 이들을 아울러 지칭할 때는 거사사당() 또는 사당거사()라고 지칭 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는 꼭두각시놀음의 명칭에서도 볼 수 있다. 극의 주인공인 박첨지를 중심으로 지칭할 때는 박첨지놀음’, 특별한 캐릭터인 홍동지를 지칭할 때는 홍동지놀음’, 둘 다 강조하고 싶을 때는 박첨지홍동지놀음또는 홍동지박첨지놀음이라고 했던 것과 아주 유사한 경우이다.

따라서 거사패’, ‘사당패’, ‘사당거사패’, ‘거사사당패라는 명칭은 모두 같은 집단을 다르게 부르는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홍원의(안성시청 학예연구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