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성에 대한 문제 진단, “안성탈출”

2020-03-11     시사안성
필자

 

안성이 아니라 암성

졸업한 동기들에게 나 요즘도 안성에 살지라고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반응이 뻔하다.

거기서 산다고? 어떻게?”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학생들은 안성암성이라고 부른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안성탈출이다. 짐작하겠지만 안성은 결코 청년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가 아니다. 청년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 원인은 너무 분명하다. 하지만 어떤 어른들도 나서서 이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청년들이 찾아오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경기도 최악의 교통

경기도의 모든 도시들 가운데 안성시만 유일하게 전철이 없다. 경기도는 수도권답게 어느 지역보다 전철망이 촘촘하게 구성돼있다. 경기도에서 자란 청년이라면 지하철 1시간 거리는 가까운 곳이라는 농담이 있을 만큼 전철은 경기도민들의 생활필수품이다. 바로 안성시민들만 빼고 말이다.

전철이 없으면 버스는 괜찮을까? 역시 아니다. 안성에서 서울로 나가기 위해서 고속·시외버스를 이용하거나 평택역으로 나가서 전철을 타야한다. 안성터미널에서 고속도로로 바로 나가는 버스는 거꾸로 갔다가 되돌아와야 하니 더 불편하다. 그리고 안성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는 대부분 시내버스처럼 정류장마다 다 머물렀다가 고속도로에 올라간다. 그리고 시내나 공도쯤에서는 자리가 없어서 그조차 탈 수가 없다. 버스요금은 또 어떤가?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 요금은 대학생 할인을 받아도 왕복 만원 내외가 된다.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로서는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교통문제를 생각한다면 안성은 오기 싫은 동네이전에 올 수도 없는 동네.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안성으로 돌아오는 고속버스의 모습은 이렇다. 버스표를 예매하지 못한 학생들 사이에 양도암표거래가 이뤄진다. 이것이 일상인 것이 정상적일까?

 

최악의 일자리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학비와 용돈은 스스로 벌어서 썼다. 대한민국의 많은 대학생들이 아마도 비슷한 형편일 것이다. 그러나 안성은 이 용돈벌이를 할 기회조차 찾기 어렵다. 안성보다는 차라리 평택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훨씬 더 쉽다.

청년들이 떠나지 않게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청년 일자리다. 먹고 살 수 없는 도시에 청년들이 굳이 머무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는 도시라면 차라리 교통이라도 좋아서 일자리가 있는 곳까지 오가더라도 저렴한 주거환경의 장점이라도 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안성에는 청년을 위한 일자리도, 편리한 교통, 그 어떤 것도 없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이 가장 잘 안다. 기존의 보여주기 식 청년 정책을 벗어나 청년들이 직접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한다. 청년이 찾아오는 도시, 청년이 돌아오는 도시, 청년이 머무르는 도시, 구호는 모두 좋다. 중요한 것은 그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의 주인이 진짜 청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은혜 안성청년문화네트워크 준비 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