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반도체 산단 관련 안성시 긴급 기자회견, 향후 과제와 전망... “안성시민 피해 담보로 한 추가협상, 산 넘어 산”
2021년 안성시가 경기도, 용인시, SK하이닉스(주)와 함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의 성공적 조성과 상생협력 증진을 위한 관계기관 협약」(이하 '상생협약')을 체결한지 6년이 다되어 가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해소되기는커녕, 안성시에 대한 실망이 확산되고 급기야 “협약파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협약당시에도 안성시장이었던 김보라 시장은 23일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이 송구”하다면서 그동안의 경과와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 설명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관련기사 참고)
23일 안성시의 기자회견의 요지는 “2021년 상생협약 파기는 아니지만 바이패스를 포함한 추가협상”이라고 요약될 수 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안성시가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면서 첫 걸음은 떼었지만 앞으로의 남은 일정과 전망도 안성시민의 생명과 재산, 생존권을 담보로 한,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라는 분석이다.
이 날 김보라 시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안성시민들의 반응”이다.
직접 피해 당사자인 고삼농민을 비롯한 안성시민들은 그동안 2021년 상생협약을 “졸속협약”이라고 파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왔고, 이에 안성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안성지역위원회 등도 이에 공감하며 “협약 파기”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또 안성시의회는 “직접방류이든 우회방류이든 어떤 방류도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안성시민들이 “2021년 상생협약 유지와 바이패스안을 포함한 추가협상”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가장 주목된다.
안성시민들이 이 날 기자회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해도 넘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먼저 안성시가 추가협상 당사자로 지목한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경기도, 용인시, SK, 삼성등의 반응이다.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협상에 반대한다면 추가협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또 이들은 저마다 입장이 달라 과연 안성시와 안성시민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느냐의 문제가 추가로 남아 있다.
다음으로 협상에 참여할 안성시민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지금 안성에는 여러 단체와 시민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어떤 방법으로 시민대표를 선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여기에 보상을 둘러싼 이해관계나 각 단체간의 호불호 문제, 안성시와 시민대표들간의 신뢰 구축 등의 문제가 얽혀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풀어가지 않으면, 협상에 참여한 사람들의 대표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고, 안성시민의 공감할 만한 협상안을 내놓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여기에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바이패스에 대한 안성시민들의 의견 수렴과정의 진통도 예상된다.
바이패스를 한다고 해도 고삼저수지 아래 한천의 어느 지점까지 바이패스를 할 것인가의 문제다.
한천의 물은 대부분 농업용수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단지에서 방류하는 오폐수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면 서해바다까지 바이패스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안성시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고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미지수다.
또 남은 큰 문제는 2021년 협약을 맺을 때 보다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2020년에 환경영향평가가 진행중이었고, 2021년 협약을 맺을 당시에는 경기도 산업단지계획 심의를 통과하기 전이었다. 상생협약을 맺은 것이 2021년 1월 11일 이었고, 경기도 산업단지계획 심의를 통과한 것이 2021년 1월 12일 이었다.
즉 당시에는 경기도 산업단지 계획 심의가 협상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반도체 산단 공사가 시작되어 첫 번째 공장의 가동을 눈앞에 둔 시점이고, LNG발전소와 관련된 공사가 시작되었고, 전기도 이미 안성에서 끌어다 쓰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불리할뿐더러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현실화 시켜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반도체 처리 오폐수를 방류하지 않는 것이다.
당초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오폐수를 방류하지 않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다. 당시 환경단체등에서는 이러한 “무방류 시스템”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SK는 선택하지 않았다. 아마도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채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2020년 SK하이닉스는 “바이패스를 계획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2021년 상생협약에는 SK는 물론이고 안성시도 “바이패스”는 언급하지도 않았다.
바이패스도 직방류보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
송전선로 문제도 마찬가지다. 안성시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전 노선 지중화"이지만 이 역시 돈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안성시는 안성시민의 피해를 담보로 “바이패스안을 포함해” 추가협상을 시작한다고 한다.
시간도 촉박하거니와 전망도 밝지 않다.
난마처럼 얽힌 현재의 상황을 해결하는 첫 걸음은 무엇보다도 이 문제와 관련한 안성시 행정의 신뢰 회복과 안성시민과 정치권, 행정의 하나 된 대응일 것이다.
SK하이닉스 등 기업의 논리는 항상 돈, 이른바 “경제성”이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돈”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미 안성시민들은 지난 2021 상생협약 체결과정과 상생협약 내용, 그리고 이후 안성시와 정치권의 대응을 보면서 많은 실망을 하고 있고,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안성시와 정치인들은 되돌아보고, 그 실망과 분노를 박수로 바꾸려는 노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날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는 물론이고 향후 협상 결과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