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의 노래 : 내 인생의 노래들
애니의 노래 : 내 인생의 노래들
  • 시사안성
  • 승인 2021.05.2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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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 27
존 덴버
존 덴버

호세 펠리치아노에 심취했던 나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미국 가수 존 덴버(John Denver 1943~1997)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그의 노래 <애니의 노래 Annie's Song>를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존 덴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외국가수가 되었다. 존 덴버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대학생 때 내 별명이 정 덴버였을까.

<애니의 노래>는 존 덴버가 아내인 앤 마텔(Ann Martell)을 위해 쓴 곡이다. ‘애니는 아내 의 애칭이다. 그는 이 곡을 스키 리프트에서 10분 만에 썼다고 하는데,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2악장의 특정 선율의 모티프를 집중적으로 살려 곡을 만들었다. 이 노래는 선율과 노랫말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이다. 노랫말을 감상해보자.

 

You fill up my senses like a night in a forest,

Like the mountains in springtime, like a walk in the rain,

Like a storm in the desert, like a sleepy blue ocean,

You fill up my senses, come fill me again.

그대는 숲속의 밤처럼 나의 감각을 채워줍니다,

봄철의 산처럼, 빗속을 걷는 것처럼

사막의 폭풍처럼, 잠든 푸른 바다처럼,

그대는 나의 감각을 채워줍니다, 나를 다시 채워주세요.

 

Come let me love you, let me give my life to you,

Let me drown in your laughter, let me die in your arms.

Let me lay down beside you, let me always be with you,

Come let me love you, come love me again.

그대를 사랑하게 해주세요, 나의 삶을 그대에게 주도록 해주세요,

그대의 웃음 속에 내가 빠지게 해주세요, 그대의 팔 안에서 죽게 해주세요.

그대 옆에 눕게 해주세요, 늘 그대와 함께 있게 해주세요,

그대를 사랑하게 해주세요, 나를 다시 사랑해주세요.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나는 늘 영어 노랫말로 전반부를 부른 후, 후반부는 우리말 번안가사로 부른다. 영어와 한국어 번안 노랫말이 둘 다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우리말 번안가사는 다음과 같다.

 

오 행복한 아침 밝은 태양 비치네

높은 저 산과 같이 잠든 바다처럼

그대 내 마음 속에 고이 잠들어 있네

사랑하는 그대 날 잊지 마오

 

그대 나에게 사랑을 바친다면

나는 그대를 위해 생명 바치리라

그대를 위해 나는 살아가리라

내 마음 속에 그대 사랑을

 

<애니의 노래>는 내가 존 덴버의 노래 중에서 가장 많이 부른 노래이다. 그런데 이 곡은 내 인생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젊은 시절 결혼하기 전 나는 아내에게 사랑의 마음을 담아 이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 후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이 노래는 내 아내에 대한 사랑 노래였다.

언젠가부터 나는 노래를 하다가 종종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노래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그런 것인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애니의 노래>를 부를 때에도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마음에 종종 눈물을 흘리게 된다.

4년 전 은퇴 기념으로 스페인 말라가 지방 코스타 델 솔(태양의 바닷가)” 토레몰리노스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거실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아내가 눈물을 흘리면서 방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우리는 그저 가까이 앉아 말없이 사랑의 마음을 나누었다. 그리고는 다음 날 아내가 말했다: “<애니의 노래>를 들으면서, 오랜 세월 동안 받아온 사랑에 마음이 울컥하여 눈물이 나왔어요”.

<애니의 노래>는 그렇게 우리 부부에게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시간들을 만들어주었다.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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