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이 흘렀습니다
12년이 흘렀습니다
  • 시사안성
  • 승인 2021.05.24 0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천호의 단상 그리고 시인 금은돌 – 28

12년이 흘렀습니다

 

아들 자전거에 바람을 넣어주려고

자전거포에 들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친구의 다급한 전화 목소리로

비보를 듣고 길거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모를

하늘은 캄캄하였고 먹구름에 끼인 듯

울며불며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아내와 아들은 화들짝 놀랬고

오후 내내 제 방에서 통곡을 하였습니다

아내와 아들은 함께 울며 아빠를 안아주고

나중에는 걱정이 되어

여보 그만 우세요

아빠 그만 울어요

함께 울어주며 저를 달래주었습니다

멈추지 않는 눈물이란 게 이런거구나 싶었습니다

 

캄캄한 저녁나절 다시 건너온 아내는

자신의 품에 꼬옥 안아주며

안되겠어요 이리 슬픔이 커서는

지금 봉하로 내려가세요

 

그날 밤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다음날 봉하로 부엉이 바위로

눈물을 닦으며 그렇게 믿기지 않는 당신의 죽음을 애도하였습니다

 

심장에 총맞은 것처럼

 

동학의 조상들이 일제 군경에 총맞은 것처럼

의병과 항일독립군들이 일제 군경에 총맞은 것처럼

5.18 시민군들이 군부독재 공수여단에 총맞은 것처럼

 

역사적 장면이 오버랩되어 그렇게 심장에 총맞은 것처럼

통곡하며 당신을 허망하게 보냈던 그날을 기억합니다

 

당신이 우리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인생을 사셨는데

당신이 지키려 한 우리는 당신을 지켜주지도 못했는데

그런 슬픔과 회한을 이제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제

울지 않겠습니다

이제

지지 않겠습니다

이제

12년이 흘렀습니다 겨우

조천호(안성 국가철도 범시민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