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굿바이
  • 시사안성
  • 승인 2021.04.12 0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천호의 단상 그리고 시인 금은돌 – 22

젊은 날 총각 때 나두 한때는 서울 시민이었다

흑석동 자취방에서 84번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남대문 앞 독일대사관 입주한 고층건물 위에서 창밖으로 서울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남대문 시장의 새벽은 활기찼고 지방에서 상경한 버스 라이트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젊은 날 남대문 시장 새벽 상인 불야성 이글거리는 아름다움이었다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 서울 자취방 짐과 아내의 자취방 짐을 빼어 1톤 트럭을 타고

운전사 아저씨와 함께 3명이 안성으로 내려오는 날

나는 서울 톨게이트에서 창문을 열고 뒤를 돌아보며 굿바이 굿바이 굿바이

외쳤다 정말 크게 외쳤다

1톤트럭 말을 타고 이럇 돈키호테처럼 그렇게 안성으로 돌진했다

 

안성에서 뿌리박고 살겠노라는

나의 분명한 의지 앞에서

그 순간 아내가 크게 놀랬다

아내는 고맙다고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연애 기간 2년 결혼생활 25년 도합 총 27년 아내와 함께 안성에서 보낸 세월이었다

옛 조상님들이 100리를 벗어나지 않고 살았듯

나 또한 안성 땅 100리를 벗어나지 않고 살았다

평생 아내에게 한 약속 지켰다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사랑하는 아내의 목소리에

반말하지 않고 경어 쓰겠다는 평생 내 스스로의 약속 지켰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좋을 나 자신과의 약속

평생 뿌듯하게 자부하며 살았다

 

안성에서 남자가 뿌리내리니

아내와 아이는 세상으로 나아가 아픔을 위로하는 시인이 되었다

아버지는 조씨 문중 어른들과 협의하여 차례차례

시인 금은돌 시인 조원효를 족보에 올려놓았다

엣날로 치면 장원급제한 며느리와 손자가 아니겠느냐고

손자를 시인으로 키운 며느리에게 정말 고맙다고 좋아하셨다

통크게 아버지도 아내의 통장으로 얼마간 축하금을 보내주셨다

아내도 웃었다 아들도 웃었다 꼭 껴안고서 우리 가족 웃는 날이었다

그 일은 우리 가족간의 약속이었고 서로 그 약속을 지켰다

 

오늘 나는 아내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 달려간다

아내가 지어준 별명 안키호테(안성돈키호테) 이럇 철도야 달려라!

후배들이 지어준 별명 철도형님 이럇 철도야 달려라!

이곳 저곳 나와 아내와 아들의 기억이 묻어 있는 안성 땅

아내의 고향 아들의 고향 내 인생의 고향 안성 땅

 

2020415

아내는 이 세상에서 나에게 어떤 유언도 남기지 않고

이 세상을 말 없이 떠나갔다

 

지금 눈물이 앞을 가린

굿바이

 

그때 굿바이 말도 없는

굿바이

 

 

#죽은 아내는 혼신의 힘을 다해 살다 간 것이니 여한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됐다 굿바이

 

조천호(안성 국가철도 범시민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