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안성의 공예 4 - 도구머리 갖수선
사라져가는 안성의 공예 4 - 도구머리 갖수선
  • 시사안성
  • 승인 2021.03.24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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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의의 안성 민속 이야기
백립(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백립(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도거머리친구이다(道基里親舊이다) : 古時 邑內面 道基里 住民喧爭하야 大端치 않은 에라도 트집을 잡으므로 트집 잘 잡는 사람에게 하나니라.

번역 - 도구머리친구이다(도기리친구이다) : 옛날 읍내면 도기리 주민이 떠들며 싸우기를 잘하여 대단치 않은 일에라도 트집을 잡으므로 트집 잘 잡는 사람에게 사용하나니라.

 

1925년 김태영은 안성기략에 도기동 사람들이 트집을 잘 잡기 때문에 대단치 않은 일에라도 트집 잘 잡는 사람들을 가리켜 도기동에서 왔다는 의미로 도구머리 친구라고 했다는 속담을 소개하였다.

그러나 31년이 지난 1956년에 발간된 안성문화금석관(安城文化今昔觀)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정하였다.

 

[필자 정정] ‘도기리 주민이 훤쟁에 선하다함은 잘못전해 짐(誤傳)이다. 원래 도기리에는 갓()을 수선하는 직업을 삼는 사람이 많았는데 고객이 갓의 수선을 부탁하면 그것을 수선함에 있어서 대단치 않은 것도 트집을 잡아서 크게 고쳐야할 것처럼 말하고 수선요금을 많이 받으라고 하는 풍속이 있었으므로 트집 잘 잡는 사람을 가리켜 도기동 갓수선업자 같다고 말한 것이다. 도기리의 갓장사와 갓고치는 직업은 구미식 모자를 쓰게 된 뒤로 없어졌다.

 

원래 도기동은 갓수선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조선 시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해진 갓을 이곳에서 수선을 하였다.

갓을 수선하기 위하여 조그맣게 헤진 곳의 주변을 잘라 크게 구멍을 내는 기법을 트집이라고 한다. 도기동 갓수선 장인들은 트집을 크게 잡아 감쪽같이 수선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크게 트집잡는 기법을 적용한 수선은 기술적으로는 좋았지만 수선비와 관련하여 손님들과 다툼이 벌어지곤 하였는데 도기동 갓수선 장인은 절대 양보하지 않고 수선비를 다 받았다고 한다.

이로 인하여 조그만 문제를 크게 만드는 일을 트집잡는다고 하였으며, 대단치 않은 일이라도 트집 잘 잡는 사람을 일러 도구머리 친구라고 하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한다.

이 어원에 따르면 도기동의 갓수선은 상당히 오래되었음이 틀림없다.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에는 서울의 양태전(凉臺廛 ; 갓의 창을 만들고 파는 곳) 사람들이 안성 입방(笠房 ; 갓 파는 곳)의 세금 거두는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나와 있지 않지만, 서울 양태전의 생계에 위협을 가한 것이 안성 입방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것은 당시 안성 갓제조 장인이 유명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1835년 서유구의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 따르면 당시 안성장 특산물 중에 갓()이 나와 있다. 안성에서는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갓을 만들었었다. 그 중에서도 도기동에서는 백립(白笠)을 만들었는데, 백립은 국상이 났을 때 사용하는 갓이다. 1926426시대일보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와 있다.

시대일보 1926년 4월 26일 기사

 

白笠價(백립가격) 暴騰(폭등) : (安城)창덕궁 전하께옵서 승하 하옵신 보도가 돌자 경기도 안성에서는 일반인이 남모르는 가운데에 눈물을 흘리고 애통하다하면 백립(白笠)값이 종전의 배 이상으로 폭등하였다고

 

이 기사의 창덕궁 전하1926년 승하한 대한제국 제2대 황제이자 조선의 마지막 군주인 순종 황제(재위 19071910) 이척을 말한다.

도기동에서는 평소에 백립을 조금씩 만들어 두었다가 국상이 있을 때 비싸게 팔았다고 전해져 왔다. <시대일보>의 기사로 보아 이 말은 사실로 보이며 1926년까지도 백립을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채 100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은 도기동 갓수선 및 갓제작 기술이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대하여 밝혀진 바가 전혀 없다.

 

홍원의(안성맞춤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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