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안성, 어디로 갑니까? - 여섯 번째 이야기, 버스준공영제
(연속기고)안성, 어디로 갑니까? - 여섯 번째 이야기, 버스준공영제
  • 시사안성
  • 승인 2021.03.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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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어디로 갑니까? - 여섯 번째 이야기, 버스준공영제

김학영 (경기지방정책연구소 소장)

 

김학영 예비후보
필자 김학영 소장

 

불평 그만하고 차를 사세요

, 이건 너무 심한데!”

버스가 갑자기 출발하고, 갑자기 멈춰서기를 반복합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허리가 뻐근해 오고 앞 좌석 모서리에 찧은 무릎이 너무 아팠습니다.

목포 버스가 차라리 나은데?”

아내도 앞 의자의 손잡이를 꽉 잡고서 갑자기 앞으로 쏠리는 몸을 억지로 가누는 중이었습니다. 일어서서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것도 버티기 힘들었지만,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도 의자에 앉아서 버스 타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난폭운전이 너무 심하다!”

저녁에 집에 돌아온 저는 페이스북의 안성 관련 그룹 담벼락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낮에 탔던 버스 이야기를 썼습니다. ‘급출발, 급정차, 버스가 너무 난폭운전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제 글 아래에 쭉 달린 이웃분들의 댓글을 읽고서 저는 많이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각 없이 이런 글 올리시면 기사분들만 고달파집니다.’

이런다고 나아지지 않습니다.’

불평 그만하고 차라리 차를 사세요.’

 

버스가 무서워

제가 페이스북에 글을 써야 했던 몇 년 전에 비하면 요즘 서동대로를 달리는 버스들은 대체로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구간을 다니는 평택 버스는 아직도 손잡이를 꽉 잡고 타야 합니다.

현재 서동대로를 가로지르는 이 버스들이 안성시 대중교통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도로 이사를 와서 지금까지 자가용보다는 주로 50, 70번 버스를 타고 다닙니다.

단지 급정차, 급발차가 견디기 힘든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한번은 계단을 미처 다 오르지 못한 할머니 한 분이 급발차 때문에 앞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져서 머리가 깨졌습니다.

구급차가 와서 할머니를 태워 가고야 버스는 다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은 속력을 내서 2차선에서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버스정류장으로 방향을 틀어 들어가는 바람에, 버스를 타려고 다가오던 분이 크게 회전하는 버스 백미러에 치이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어머님들의 다급한 마음

버스 운행의 품질과 안전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안성시 대부분의 지역을 버스로 자유롭게 갈 수 있을까요? 잘 아시다시피,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어떤 지역은 오전에 버스가 두 번 나오고, 오후에 두 번 들어가는데, 어르신들께서 시내에 일단 버스를 타고 나오시면 마음이 매우 급해집니다.

우선 병원에 들러서 약을 한 보따리 타갖고 와야 하고, 시장에 들러서 장도 보아야 하는데, 병원에 환자라도 밀리는 날이면 돌아가는 마지막 버스 시간에 맞추기가 어려워집니다.

시장에 들른 김에 좋아하시는 칼국수 한 그릇을 편하게 드시고 원하시는 시간에 돌아가는 방법은 없을까요? 택시를 타시면 될까요?

처음 이런 말씀들을 들었을 때는 여기가 수도권에 있는 ()’가 맞긴 하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안성실정에 맞는 대중교통

일반시내버스, 마을버스, 마이크로버스는 물론 행복택시를 포함한 회사택시, 개인택시까지 모두 포함해서, 안성 실정에 맞는 대중교통 체계 개선이 필요합니다.

평택역에 무궁화호 막차를 타고서 도착한 사람들 가운데 까마득한 역 계단을 앞다투어 뛰어가는 사람들은 모두 안성사람들입니다.

밤늦은 시간이나 아침 일찍 안성에는 대중교통이 사실상 없습니다.

공도와 맞닿아 있는 평택 용이동 지역으로는 빨간색 광역버스가 서울로부터 오고 있습니다. 옆 동네를 그저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자가용 승용차나 화물차들도 콱 막힌 서동대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도로체계 자체도 개선이 필요한 연구대상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계획에 들어 있는 철도들과의 연계와 보완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신도시 개발이나 공단 조성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공간적인 미래전략과 맞물려야 할 것입니다.

 

시장공약으로 내건 버스준공영제

요즘 철도유치를 위해 안성 이웃 여러분들께서 그 어느 때보다 열렬하게 마음을 모으고 계십니다.

여러분들의 노력에 저도 마음을 함께 하고 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정책을 연구하고 제시하는 사람으로서는 단지 염원을 모으는 일에서 머물러서는 안 되겠지요.

단지 시민의 염원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므로, 특히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은 보다 세심하게 따지고 준비하여 추진해야 합니다. 이렇게 철도처럼 이르면 10, 20년 뒤에 결실을 보게 될 일도 중요하지만, 오늘 말씀드린 당장의 안성 교통문제를 개선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지난 시장재선거에서 김보라 시장은 버스준공영제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고, 시장에 당선된 이후 곧바로 그 추진을 위한 예산계획과 함께 버스준공영제 추진을 위한 용역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버스준공영제’, 안성의 심각한 교통, 특히 시급한 대중교통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해법 가운데 하나를 제시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부디 안성시민들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 도출되기를 저는 기대합니다.

 

준공영제 vs 완전공영제 논란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 때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른바 정치선거였지만, 그래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몇몇 정책사안을 놓고 공방이 이뤄졌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버스준공영제완전공영제논쟁이었습니다. ‘버스준공영제는 민선 6기 경기연정(京畿聯政)의 과제 가운데 하나였는데, 당시 남경필 경기지사의 생각이었습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버스준공영제를 반대하며 완전공영제를 주장했습니다.

도지사 선거에서 저는 이재명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선거본부에서 정책검증본부 단장을 맡아서 정책공약의 문제점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남경필 후보의 경기도 버스준공영제는 문제가 많았는데, 성남에서 온 선거본부의 사람들은 뜻밖에 완전공영제를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버스완전공영제에 대한 제 의견은 이상적이지만 막대한 예산부담 때문에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민선 7기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는 버스노선입찰제를 골간으로 하는 경기도형 버스준공영제를 일부 광역버스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대체 무슨 말인지

버스준공영제’, ‘버스완전공영제’, ‘노선입찰제’,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말장난을 하는 것으로 보이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처음 버스준공영제를 접했을 때 저도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민선 6기 경기연정의 연정과제 가운데 하나가 버스준공영제였기 때문에 얼른 공부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경기도의회에는 버스 전문가로 자타가 인정하는 고양시의 민경선 도의원이 있습니다. 저와는 보좌관, 비서관으로서 같은 국회의원을 보좌했던 옛 동료이기도 합니다.

민의원은 나쁜도로라는 서울문산민자고속도로착한싸움을 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경기도는 이미 버스준공영제를 하고 있다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민의원은 연정과제였던 버스준공영제를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보좌관님, 경기도는 이미 버스준공영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순 거짓말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민의원님?”

민의원의 이야기를 옮기자면 이렇습니다.

버스준공영제적자보전형수익금 공동관리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경기도의 버스들은 이미 적자보전형 버스준공영제를 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것을 수익금 공동관리형으로 바꾸자고 하면서 새롭게 버스준공영제를 시작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민의원은 이 문제의 핵심은 버스회사 회계자료의 투명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어느 정도 적자가 발생하는지 원가를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믿을만한 근거도 없이 서울시와 같은 방식인 수익금공동관리형 버스준공영제를 민선 6기 경기도가 졸속으로 실시하려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시민의 교통복지, 버스종사자의 처우, 시예산의 효율적 집행

현재 안성시도 민간 운수회사에 유류비용 지원도 하고, 손실보상도 하고 있습니다.

궁금해서 지난 몇 년간의 예산서를 살펴보았습니다. 교통정책과쪽에 편성되어 있군요.

2021년 예산서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유가보조가 180억원, 손실보상이 35억 원입니다. 소형(시영)버스나 시외버스의 결손보전도 11,000만원, 35,000만원이 잡혀있군요.

이 밖에도 자치단체간 부담금의 형태로 약 30억원 정도가 계상돼 있습니다.

지난해 초 버스업체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적자보전종사자 처우개선을 우선 이야기합니다.

업체나 종사자 입장에서는 지원금액을 더 늘려서 적자를 더 보전해달라는 취지에서 준공영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안성시가 준공영제를 실시할 때에는 시민의 교통복지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 다음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고생하는 기사와 정비사 등 대중교통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이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경기도의 버스 종사자분들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은 정말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됩니다. 마지막으로는 곳곳에서 버스준공영제의 부작용으로 비판받는, 무조건적인 업계 퍼주기가 되지 않도록 예산을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집행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업체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새로운 방편으로 버스준공영제가 실시되어서는 안됩니다.

 

저는 그동안 매주 안성 이웃 여러분과 안성이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 바라는 마음에 시사안성에 연속기고를 해왔습니다.

오늘로 연속기고는 여섯 번째, 기고 횟수로는 일곱 번째의 이야기를 드립니다. 매주 한 번이라도 여러 주제를 가지고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봄부터 국립한경대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이 다시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매주 말씀을 드리는 것은 이번 달까지로 매듭을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그때그때 꼭 이야기를 나눠야 할 사안들이 있을 때마다 그때그때 찾아뵈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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