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두 인생은 “No Problem!”
그래두 인생은 “No Problem!”
  • 시사안성
  • 승인 2021.03.15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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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의 단상 그리고 시인 금은돌 – 17

#옛날 이야기다. 결혼하기 전 대학원 재학 중 총학생회장에게 주는 장학금 받아 인도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연애 중이었던 아내도 대학원신문사 편집국장에게 주는 장학금 받아 함께 인도여행을 다녀왔다. 그렇게 젊은 청춘들은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한달여 넘게 인도여행을 다녀왔다.

델리에서부터 타지마할과 아그라 갠지스 강가의 바라나시까지...그리고 네팔의 안나푸르나까지...기차도 타보고 오토릭샤도 타보고...젊은 청춘들이었기에 거칠 것 없는 여행이었다.

피곤하고 힘들면 무조건 쉰다는 원칙으로 여행을 다녔기에 사실 그렇게 힘들게 다니지 않았다. 인도 음식 입에 맞지 않으면 빵을 먹으면 된다. 물이 입에 맞지 않으면 달작지근한 차 짜이를 먹으면 된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제일 힘든 건 초원을 달리고 사막을 달릴 때 똥을 누어야 하는 일이다. 별 수 없다. 급하면 적당히 오토릭샤 세우고 볼일을 보는 수 밖에. 멀찍이 떨어져서 뒤에서 망 봐주는 것. 그렇게 볼일을 해결하는데 사막에서 똥을 누는 경험은 상황이 주는 묘한 긴장감과 고요함이 가져다주는~ 거기다 모래바람까지 솔솔~ 깜짝 놀랬어! 참 재미있었다.

서로 웃었다. 볼일 서로 다 보고 멀찍이 서서 기다리는 오토릭샤 운전사한테 다가가니 운전사의 말 한마디 "No Problem!" 우린 모두 웃는다.

세명 모두 "No Problem!" 합창하던 그때의 기억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사막에서 덩덩 너어반나 깜짝 놀랬어~! 그래두 인생은 "No Problem!”

 

#더 한참 전 옛날 이야기다. 아주 어릴 적 예닐곱살 때 아산 염티면 외할아버지네 집 놀러갔을 때 벌어진 일이다.

추운 겨울날이어서 왠만하면 밤에 화장실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지금과 달리 집 밖에 있는 어두컴컴한 화장실을 가려면 외사촌 형 손 붙잡고 가야 한다. 호롱불 비춰가며 아 추워 아 추워해가면서 화장실을 들어가는 순간 아뿔싸 화장실 널빤지를 잘못 밟아 그만 똥통에 퐁당 빠지고 말았다.

옛날에는 커다란 독을 묻어두고 널빤지 두 개를 덮어두면 그게 화장실이었는데 그만 발을 헛디뎌 통똥에 퐁당 빠지고 만 거였다 난리가 났다.

천호가 똥통에 빠졌어요~!” 외사촌형 큰 소리 한마디에 안방에서 사랑방에서 건넌방에서 우르르 다 달려나왔다. 둘째 외삼촌이 급히 내 손을 붙잡아 꺼내놓고 우물가에 데리고 가더니 옷을 다벗겨 놓았다. 대추나무 아래 우물가 그 추운 겨울날 발가벗고 달달 떨고 있는 내 몸~ 쇠죽을 끓이는 사랑방 쇠솥에서 뜨거운 물을 가져와 찬물과 섞어 연신 내 몸에 퍼부어주었다. 똥을 닦아내더니 번쩍 업어서는 안방으로 그리고 아랫목에 내려놓는다. 엄니는 두꺼운 솜이불로 온몸을 덮어주었다. 이빨은 덜덜덜 온몸은 후덜덜 그렇게 엄니 품에서 눈물 찔끔 찔끔거리며 긴긴 겨울밤이 지나갔다.

똥통에 빠진걸로 평생 악업 다 씻은거란다. 이제부터 잔병치레도 안하고 좋은 일만 있을 거란다. 아들아!” 어렴풋하게 엄니가 웃으면서 반은 놀리듯 반은 진심이 담겨있는 말로 위로해준 기억이 난다.

장녀였던 엄니 아래로 다섯명의 이모들과 두명의 외삼촌들이 안방에 들어와서는 한마디씩 다 거든다. “그럼 그럼 잔병치레 안해. 그럼 그럼 이제부턴 감기도 안 걸려~”

정말이지 지금까지 살면서 감기도 잔병치레도 거의 안하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아마 똥통에 빠진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똥통에 퐁당 빠져반나 죽다 살았어~! 그래두 인생은 "No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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