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안성, 어디로 갑니까? - 다섯 번째 이야기, 마법의 주문 (3)
(연속기고)안성, 어디로 갑니까? - 다섯 번째 이야기, 마법의 주문 (3)
  • 봉원학 기자
  • 승인 2021.03.13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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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어디로 갑니까? - 다섯 번째 이야기, 마법의 주문 (3)

 

김학영 (경기지방정책연구소 소장)

 

김학영 예비후보
필자 김학영 소장

 

고속전철 운행시간 사이사이 일반전철을

지난주에 드렸던 첫 번째 철도 이야기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들을 주셨습니다. 역시 철도에 대한 안성 이웃 여러분의 강한 열망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드린 말씀을 저마다의 입장에서 조금 다르게 이해하신 부분이 있어서 보다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제가 준고속철로 위로 느린 열차가 다녀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준고속철로는 충청북도 지역과 서울을 이어주게 되므로 인구가 적은 안성이 안성을 통과하는 철로를 얻게 되는 아주 전략적인 방법이 됩니다. 그런데 안성 입장에서는 수서까지 가는 고속철도보다는 동탄, 수원, 영등포, 용산, 서울역과 같은 곳까지 가는 일이 더 많습니다.

사실 일반(급행) 전철은 안성에서 이런 곳들까지 가는 데에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으면서도 매일매일 통근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입니다. 그래서 고속철도가 운행되고, 그 사이사이에 일반(급행) 전철 운행이 필요하다, 또 같은 EMU-250이 달릴 예정인 타지역 철도의 선례를 보더라도 이것은 가능한 일이다, 이런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안성에 역은 몇 개?

안성에 철도만 지난다면 역은 어느 곳에 생기더라도 상관없다는 말씀을 보면서, 철도에 대한 열망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하지만 정책을 연구하고 제시하는 사람으로서 시민 여러분께 실제로 일이 그렇게 추진되지는 못한다는 점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선 준고속철도를 위한 역은 안성 내에 여러 곳이 생기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보통 예비타당성 검토를 할 때 수익 대비 편익을 분석하는 B/C1 이상이어야 하는 것이지만, 철도는 0.7 이상이더라도 균형발전 등의 다른 요소들도 함께 검토하여 진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실제 이용 인구가 턱없이 부족한 곳에 역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천안시는 이미 시 권역 내에 전철역이 수없이 많고, 철도 당국 입장에서는 장항선, 호남선 등의 분기 문제까지 고려해서 논란 끝에 천안아산역의 위치를 확정하게 된 것입니다.

안성의 경우에는 인구가 공도와 안성시내에 밀집되어 있고, 면단위 지역의 인구는 너무 적습니다. 더구나 시민의 교통이 다른 대중교통 체계로 원활하게 뒷받침되지도 못하고 있으며, 또 아직은 시 권역의 북쪽과 남쪽 지역에 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안성시가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도시계획을 추진하고 이를 촘촘한 대중교통체계로 보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이 수도권내륙선 선로에도 역의 위치를 두어 개 더 정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일반(급행) 전철을 위한 역으로서, 준고속철도를 위한 역을 포함해서 두세 개 정도의 역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른 지역의 선례를 볼 때, 이 경우 나머지 역의 건설비용과 약간의 노선 조정을 위한 비용은 안성시의 예산에서 부담해야 합니다. 역 두 개 정도를 추가로 조성할 경우 총 1,000억원 내외의 예산을 부담합니다. 안성의 발전을 위해서 노선의 구체적인 조정과 추가적인 역 건설이 필요하다면 해볼 만한 재정투입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도권 집중규제정책과 현실 사이에서

그동안 우리 정부는 보수나 진보 여부와 관계없이, 서울 중심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것을 정책적으로 막아왔습니다. 지금은 누더기가 된 그린벨트도 서울의 팽창을 물리적으로 막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세종시나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정책도 분산과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으로서 추진되었습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급격히 오르는 집값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따지고,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공급 요구가 빗발치면서 정부는 급기야 대대적인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같은 수도권이라는 안성에서 바라보면서는 다른 나라 이야기 같이 여겨지지만, 이 주택공급 대책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며,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이 언제 이야기였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보화를 지나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어서도 서울은 여전히 인구와 경제력을 계속 흡입하고 있고, 정부의 집중억제 정책으로 이것을 막는 것은 당초 몇몇 학자들의 지적과 같이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부축의 반대쪽 중심이고, 2의 도시인 부산광역시조차도 최근 서울로의 인구 유출이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안성 인구가 왜 감소하겠습니까? 안성은 왜 발전의 사각지대에 있게 되었습니까? 안성은 수도권 집중억제 정책, 서울이 더 차별적으로 가지게 되는 집적이익에 따른 인구와 경제력의 서울 집중이라는 현실 사이에 끼어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수도권에서 벗어난 충남과 충북지역이 안성보다 더 낫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네 개의 철도계획

잘 아시는 것처럼 수도권내륙선을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려는 것이 안성에서 추진되고 있는 철도 계획의 전부가 아닙니다.

이미 3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되었지만, 아직 노선계획도 제시되지 못한 평택-부발선’, ‘경기도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에 담겼던 평택안성선’, 그리고 최근 용인시가 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제안한 경강선 연장(광주 삼동~안성)’까지 수도권내륙선을 포함하여 숫자로는 모두 네 개의 계획이 있습니다.

시민의 바람이 큰 만큼 안성의 철도 문제는 항상 2년 주기로 치러지는 선거와 맞물려서 주민 사이의 갈등을 촉발할 발화성이 높은 사안입니다. 실제로 안성 이웃 여러분들과 어떤 철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남북으로 이어주는 철도, 동서로 이어주는 철도, 준고속철도, 통근을 위한 일반전철, 이렇게 아주 다양하게 생각이 나뉩니다.

 

안성시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과 로드맵

정책에는 단기적으로 문제에 대응하는 처방적인 정책이 있고, 장기적으로 순서를 가지고 추진해가야 하는 로드맵이 필요한 정책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안성시에 던져진 네 개의 철도계획, 어느 것이 우선입니까? 어느 것이 폐기되어야 합니까? ‘어느 것이라도 좀 생겨봐라하는 애가 타는 시민의 마음과 달리, 행정에서는 합리적인 답을 시민들에게 제시하고 추진하여야 합니다.

사는 지역에 따라서 바라는 철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 입장에 따라서도 원하는 철도가 다릅니까? 시장과 국회의원이 바뀌면 또 다른 철도계획이 제시될까요? 매번 계획만 새로 제시하고 실천은 없는 것이 지금껏 안성의 철도였습니다.

 

안성 교통협치 체계

철도는 광역교통수단이면서 안성 시내에서는 기간 교통수단이라는 성격을 갖습니다.

꼭 우리 동네를 지나지 못할 수 있고, 내가 필요한 노선과 시 전체의 균형과 발전 방향까지 고려한 노선은 다를 수 있습니다. 역이 만들어지는 위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큰일을 추진하는 우리 안성의 방식은 아직 구식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시가 뭔가 정하고 갑자기 발표하면, 거기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머리띠를 둘러야 합니다. ‘토론회라도 하자는 마음을 제가 잘 압니다.

교통 후진지역인 안성의 교통 문제를 풀어내야 안성의 백 년 미래가 열립니다. 이 일에 안성의 선한 역량과 열망을 모두 모아보면 좋겠습니다. 기존에 안성시지속가능발전위원회도 활동해왔고, 김보라 시장의 민선 7기부터는 시민참여위원회나 청년정책위원회와 같은 민관협치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철도문제를 중심으로 안성의 교통문제를 풀어갈 안성 교통협치 체계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철도는 기술적인 요소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철도전문가들도 모시고, 행정도 참여하며, 당연히 당사자인 시민도 자유롭게 참여해야 합니다.

정치적인 입장이 다르고, 생활권역이 다르고, 직업영역이 다르더라도, 안성의 백년대계를 놓고서 합리적인 합의점을 만들고 시민들의 공감과 이해 속에서 큰 사업을 추진해갈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거버넌스 체계와 교통에 대한 리빙랩이 함께 활용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결의와 건의만이 안성이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철도가 안성에 도움이 되고 긍정적인 영향이 되려면, 단지 정부에서 철도를 건설해주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안성이 철도와 함께 성장할 전략과 공간에 대한 계획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청주에서 서울로 가는 철도를 위해 안성이 길만 내어주고, 덩그러니 전국에서 가장 한가로운 역 하나 갖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모습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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