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안성, 어디로 갑니까? - 세 번째 이야기, 마법의 주문 (1)
(연속기고)안성, 어디로 갑니까? - 세 번째 이야기, 마법의 주문 (1)
  • 시사안성
  • 승인 2021.02.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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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어디로 갑니까? - 세 번째 이야기, 마법의 주문 (1)

김학영 (경기지방정책연구소 소장)

김학영 예비후보
필자 김학영 소장

 

익스펙토 페트로눔!”

알고 계시지요? 영국의 작가 조앤 K. 롤링의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에서 가장 위험하고 극적인 순간 주인공인 해리포터가 외치는 필살의 마법 주문입니다.

희생자로부터 행복했던 기억을 빼앗아가는 괴물 디멘터로부터 공격을 받는 절체절명의 순간 해리포터가 이 주문을 외칩니다. 그의 지팡이 끝에서는 하얀 안개 같은 빛이 뿜어져 나와 수사슴의 모습으로 변하고 주인공을 위험으로부터 구해냅니다. 그리고 매번 이렇게 문제를 해결해낸 주인공은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아브라카다브라, 치키치키 차카차카, 하쿠나마타타, 세대에 따라 익힌(?) 마법의 주문이 서로 다르시겠지만, 동심이 가득한 어린 시절 이런 주문 한마디면 신비한 마법이 일어날 것이라고 굳게 믿지 않았나요?

저는 20대 때부터 최근까지 대통령선거로부터 지방의원선거까지, 크고 작은 선거에서 중요한 전략을 짜거나 선거를 총괄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때마다 이런 마법의 주문을 찾기 위해서 밤낮없이 고민했습니다. 때로는 슬로건으로, 때로는 중요 공약이나 이슈가 되어 선거판을 단번에 압도할, 신박한 마법의 주문말씀입니다.

미안합니다. 판타지 소설로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재미없는 선거 얘기로 갑자기 들어와 버렸습니다.

지난번 민선 7기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였던가요?

아니 그 선거가 아니더라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마법의 주문으로 삼는 정당이나 후보들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어떤 후보는 광명역에서, 어떤 후보는 익산역에서, 어떤 후보는 서울역에서, 유라시아 철도의 출발역이라며 이벤트도 합니다. 파리까지 도착하는 기차 승차권 샘플까지 만든 담당자들의 세심함에 감탄까지 하게 됩니다.

이번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이 기차 노선을 해저터널을 통해서 일본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나오는 모양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저희 집안 어른 가운데에는 만주 하루빈(하얼빈)’에서 기차를 타고 독일의 백림(베를린)’까지 가셔서 유학하신 분이 계십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자란 저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낭만을 꿈꿨습니다. 눈 덮인 설원, 자작나무 숲을 가로지르며 하얀 연기와 기적소리를 남기는 멋진 열차를 타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기차역에는 국제선이라는 것이 없지만, 오히려 1세기 전에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구라파(유럽)’까지 막힘 없이 갈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시사안성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연결되면 어떤 좋은 점이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서울역에서 국제선 기차를 타고서 파리까지 한 번에갈 수 있어서 좋다, 수출하는 신라면을 스위스의 융프라우까지 기차로 빨리운반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 키르기스스탄에서 키운 한우를 냉장 열차로 수입해 올 수 있으니 좋다, 시베리아 인근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기차로 수입해 올 수 있어서 좋다, 뭐 대략 이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제가 유라시아철도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만, 저는 이런 것들이 다 좀 곤란한 이야기라고 판단합니다.

저는 어찌하다 보니 정치권 이외의 영역에서도 일해 볼 기회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아직 서른이 되기 전엔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했던 대형 여행사를 직접 인수해서 대표로서 경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우리 어민들과 함께 해조류로 만든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여행업무와 수출업무 때문에 비행기, , 기차라는 운송 수단이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좀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어린 시절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대해 갖고 있던 낭만과 꿈은 다소 변색해 버렸습니다.

현재로서는 각 운송 수단들의 특성상 일반적인 화물운송에는 가능하다면 선박이 제일 좋고, 장거리 여객 운송에는 항공운송이 좋으며, 철도는 그 중간 어디쯤 장점이 있는 운송 수단입니다.

앞으로 하이퍼루프가 실용화될 정도로 교통관련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러시아 사람들 스스로 곰이 사는 곳이라 말하는 우랄산맥 동쪽으로부터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지역이 먼저 활발하게 개발돼야 합니다.

이때까지는 유라시아 철도가 연결되더라도 생각처럼 크게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염려하는 것처럼 협궤, 표준궤, 광궤와 같은 기찻길 폭의 차이에 따른 어려움은 크지 않다고 합니다만, 현재로서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하더라도 파리까지 약 78일 정도가 걸려서 유럽까지 가는 적합한 여객운송이 아니고, 센트 단위로 경쟁해야 하는 수출시장에서는 선박운송보다 물류비용이 크게 비싸며, 철도의 운송기간이 항공운송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어 화물이나 여객에도 활용 가능성이 낮은 것이 문제입니다.

제가 반대하지 않는 이유인데요, 이런 철도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를 계기로 철도가 통과하게 되는 북한지역의 노후 철도 기반시설을 개선하고, 당장은 북한, 중국의 동북지역 및 러시아의 연해주 지역과 우리 철도가 연결되는 것에 의미가 더 클 것입니다.

유라시아 철도라는 것이 선거를 앞두고서 다소 과대 포장된 장점들보다는, 결과로서 얻어지는 이익보다는, 제시한 그림처럼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한 비용의 부담이 현재로서는 더 큽니다.

대부분 노선이 지나고 있는 러시아조차도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이고, 안성 이야기를 하려고 시베리아 횡단철도까지 빙 돌아왔습니다.

선거를 앞두고서 후보와 후보를 돕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선거를 위한 마법의 주문을 찾고 싶어 합니다.

마법의 주문이 실제 바라는 것과 같을 수도 있지만, ‘유라시아 철도처럼 차분하게 따져보면 실제 그런 장점이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를 해결해내는 마법의 주문이 아니고, 솔직히 그냥 판타지 소설에나 있을 법할 헛된 주문도 적지 않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일해온 사람이고, 참모로서 또 직접 예비후보로도 선거를 많이 치러온 입장에서 늘 고민하고 있고 반성도 많이 하는 대목입니다.

우리 안성은 낙후되고, 살기 편치 않은 안성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낼 마법의 주문이 절실합니다. 실현될 가능성이 낮고, 실현되더라도 실제 가져올 결과가 그렇지 못한 판타지 소설 속 마법의 주문은 결국 시민을 지치게 하고 안성을 좌절하게 할 뿐입니다.

바로 내년이면 나라의 살림을 좌우할 대통령 선거도 있지만, 곧바로 안성의 살림을 좌우할 지방선거가 있게 됩니다. 저와 같이 정치권에 속해서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선거를 이기기 위한 마법의 주문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실현 가능성이 높고 안성의 변화와 발전에 실제로 기여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또 안성의 지역언론은 속빈 강정과 같은 헛된 주문을 안성시민들이 검증하고 구별할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해야 합니다.

물론 시민유권자 역시 냉정한 눈으로 판단하고 걸러내야 합니다.

어떤 것이 헛된 주문이고, ‘익스펙토 페트로눔과 같이 어떤 것이 정말 안성의 문제를 해결할 마법의 주문일까요? 안성의 이웃, 시민 여러분의 의견을 기대합니다.

다음 주에도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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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21-03-05 05:00:55
좋은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