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내 연애학 사부에게”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내 연애학 사부에게”
  • 시사안성
  • 승인 2021.02.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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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의 단상 그리고 시인 금은돌 - 15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내 연애학 사부에게

백두산 호랑이 같은 쩌렁쩌렁한 그의 연설

귓가에서는 큰북이 울렸고 심장에서는 피가 솟구쳤다

먼발치에서 오종종 까치발 이야기 듣는 것만으로도 무지막지한 커다란 공부였고

대학 강의 100개 듣는 것보다 낫다 생각했다

그의 부고 소식 앞에서 20대 청춘 아들과 대화 중

그가 대통령 후보였다는 것과

민중운동과 통일운동을 비롯한 재야의 큰 어른이었다는

그의 행적을 이야기하며 나의 청춘 시대에는 그런 것이 화두였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너의 시대에는 무엇이 화두일까 20대 청춘 아들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미인은 얼굴이 예쁜 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발전에 당당한 주체로 서는 여성이여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의 기개를 가진 여성이여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세상의 억압과 불의에 맞섰던 여성이여

 

딸에게 주는 편지형식의 그의 책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그 한권으로도 20대 청춘의 마음을 들끓게 했고 그 한권으로도 너무나 충분했다

바람직한 여성상이 무엇인지 어떤 여성과 연애를 해야하는지 그는 내 연애학 사부였다

 

6년전 아내와 함께 중앙대에 출강하던 한 소설가가 안성 우리집을 방문했다

백기완 선생님의 며느리라는 말에 어이쿠 자리를 다시 고쳐 앉았다

내 연애학 사부 가문의 며느리 앞이니 올바르게 좌정을 해야할 판이었다

손님 치루기가 이만저만 아니었겠어요 묻는 내 말에

빙긋이 웃기만 하는 며느리의 모습에서

백두산 호랑이 가문의 며느리답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20대 청춘 아들에게 또 이런 이야기도 해주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백두산 호랑이 같은 한 사내 대장부

한 시대의 큰별이 스러졌다고

 

조천호(안성 국가철도 범시민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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