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똥 아들의 쇠숟가락
황금똥 아들의 쇠숟가락
  • 시사안성
  • 승인 2021.02.08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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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의 단상 그리고 시인 금은돌 - 14

1.

너의 어릴적 쇠숟가락은 다양한 상상력의 놀이도구였다

어깨에는 보자기 망토를 걸치고 머리에는 양은그릇을 쓰고 두 손에는 쟁반과 숟가락을 들고 전쟁놀이 하는 너

홍길동, 임꺽정, 전우치가 되어 적을 무찌르는 아기장수

그리고 포효하는 에너지 파워 소리에 적이 놀라 사방팔방으로 도망가는 장면

어이쿠 에너지 파워 소리에 적들이 다 도망갔네

 

물론 밥 안먹고 투정부릴 때

밥 그릇에 쇠숟가락을 담아 두손들고 벌을 세울 때도

등장하는 게 쇠숟가락이었다

 

물론 밥심으로 튼튼하고 건강하게 키워준 것도 역시 너의 어릴적 쇠숟가락

다부진 쇠숟가락이었다

 

그러니

네 어릴 적 옷은 버릴 수 있어도

네 어릴적 쇠숟가락은 버릴 수 없었다 차마

 

2.

모 잡지에 실린 너의 시를 인터넷으로 읽다가

밤마다 잠을 못자고 눈물로 지새웠다는 대목에서 나도 하염없이 울었다

 

안되겠다 빨리 이사시켜야지...

너와 엄마가 함께 살던 기억의 장소 연희동 집을

빨리 벗어나야 그나마 네가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작년 9월 망원동으로 이사하는 날

경황없이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문득 쓰레기봉투에 네가 버린 물건들 중

유독 너의 어릴적 쇠숟가락이 눈에 밟혔다

 

아 엄마는 아직도 아들의 쇠숟가락을 간직하고 있었구나

슬그머니 집어 내 가방에 넣었다

 

지금 안방 내 책상머리에 있다

네 어릴 적 쇠숟가락

 

엄마가 고이 간직하고

아빠가 이어서 간직하던

너의 어릴적 쇠숟가락

 

엄마의 손에 의해 무수하게

아가인 네 입으로 밥알과 반찬을 나르던

생명의 쇠숟가락

 

훗날 장가가는 날

이 숟가락 고이 전달하며 기억의 눈물로 웃자

 

깔깔깔 웃겠지 아마 ㅎㅎㅎ

 

조천호(안성 국가철도 범시민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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