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 안성 어디로 갑니까? - 1 두 도시 이야기
(연속기고) 안성 어디로 갑니까? - 1 두 도시 이야기
  • 시사안성
  • 승인 2021.02.0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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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안성, 어디로 갑니까?”라는 주제로 김학영 경기지방정책연구소 소장의 연속기고문을 게재한다. 이번에는 그 첫 번째로 “두 도시 이야기”를 게재한다.

안성 어디로 갑니까? - 1 두 도시 이야기

 

김학영 경기지방정책연구소 소장

 

김학영 예비후보
필자 김학영 소장 

아니, 이 사람은 얘기 해다 말구 또 삼천포로 빠지네 그랴!”

필자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가끔 무슨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작 하던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엉뚱한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우린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을 합니다.

사천군과 통합하여 사천시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삼천포라는 지명이 지도 위에 남아 있지 않답니다. 이 남해안의 항구도시였던 삼천포시는 사천군과 통합하여 사천시가 되었습니다.

오늘 저는 이 사천시와 그 옆에 나란히 있는 진주시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합니다.

사천과 진주에는 친구와 선배도 있고, 존경하는 분들도 계셔서 저는 몇 차례 이 지역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을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해물육수에 육전을 올려서 차리는 진주냉면사천냉면은 반드시 맛을 보고 옵니다. 안성에서 바라보면 사천을 다녀온 것인지, 진주를 다녀온 것인지 솔직히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천냉면
사천냉면

저는 삼천포하면, 두툼하고 큼직하며 연탄불에 구우면 기름기가 배어 나오던 삼천포 쥐포에 대한 향수가 있습니다. 요즘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해오는 쥐포는 두께도 얇고 어릴 적 먹었던 쥐포의 달짝지근하면서도 구수한 깊은 맛이 없습니다. 요즘도 삼천포 쥐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비싸서 서민들의 입에 들어오기 쉽지 않더군요.

사천은 이렇게 수산업과 농업이 중심이었던 지역이었지만, 요즘은 항공관련 산업체들이 밀집해있는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메카가 되어 있습니다. 항공기와 우주선을 만드는 한국우주항공산업을 비롯하여 50여 개가 넘는 항공산업체들이 사천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천시 사람들을 만나면 흔히 불만스러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제가 사천이나 진주에 사는 사람이 아니니, 들렀을 때 그때그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라서 매우 정확한이야기는 아닐지 모르지만, 그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으니, 대충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일 것입니다.

예전에 사천군과 삼천포시였던 지역 내 화합의 문제도 있겠지만, 안성시민인 제게 흥미롭게 들린 부분은 이것입니다. “저 사람들은 여서 월급 받아 갖고 진주 가서 살아요!”

항공산업 관련 업체는 물론, 여타 다양한 산업체 때문에 사천으로 가는 사람들은 사천에서는 일자리를 얻고, 사는 곳은 진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입니다.

진주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진주에는 국립경상대에 의과대학이 있어서 병원들도 괜찮고, 문화적인 기반도 좋으며, 무엇보다도 아이들 교육 때문에 결국 사천에서 사는 것보다는 진주에서 살기로 결정하게 된다고 합니다.

좀 단순하게 본다면, 사천과 진주는 동일 생활권에 두 도시가 존재하고 있고, 한 곳은 공장 부지를 제공하고, 다른 한 곳은 그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주거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2019년부터 두 도시가 상생발전을 위해서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늘 사천시 사람들이 볼멘 소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사천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자족적인 도시를 도시발전의 목표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생각의 자투리들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어느 기초자치단체 한 곳이 그 안에 스스로 양질의 일자리와 쾌적한 주거지역까지를 다 갖추어서 자족적이고 완결적인 도시가 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구나 우리 안성과 같이 생활권역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제강점기에 기초자치단체의 구획이 나뉜 곳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이 걸어서 10리를 가던 시절과 달리, 2시간 반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갈 수 있게 된 교통과 5G까지 상용화된 통신의 발전 때문에 사람들이 실제 느끼는 생활권역은 더 넓어지기도 했을 것입니다.

저는 가끔 포털사이트의 지도 서비스에서 안성 전체를 위성사진으로 살펴보곤 합니다.

안성의 서부지역은 평택·천안과, 북부는 용인과, 동부는 용인·이천·진천과 생활권역을 같이 하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민선7기 시장 임기가 시작되기 이전에 착수했다는 안성비전 2040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수립용역의 최종보고를 접한 시민들은 한결같이 한마디씩 합니다.

수다한 분야별 제안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안성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모입니다. 저는 이 보고서가 단지 수립용역에 불과하니, ‘2040 종합발전계획은 안성시민과 뜻있는 정책연구자들의 참여로 다시 또 계속만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안성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오늘 이야기와는 별개로, 지난주 기고문의 마지막에서 잠깐 제안했던 마을 실험실에 대해 댓글로 이야기를 전해주신 분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댓글을 통해서 때로는 또 다른 기고를 통해서 다르거나 반대하는 서로의 생각까지 활발하게 나누게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말로 제안하는 것보다 실천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에 저도 당연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댓글과 관련해서 오해가 없도록 한가지 부연설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셨던 커뮤니티 비즈니스사회적 경제와 제가 말씀드렸던 마을 실험실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라는 면에서 현장에서 자주 겹칩니다. 하지만, 지난 기고에서 제가 굳이 이야기한 목적은 행정의 참여와 정보공개를 특징으로 하는 민관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며칠 전 안성시의 뜻있는 분들이 첫걸음을 떼신 지방자치연구자플랫폼에도 기대가 큽니다. 그런데, 더 낮은 눈높이, 시민들의 삶의 터전인 마을 단위에서도 마을정책연구소와 같은 것들이 시작될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린다면, 저는 아직 안성에는 제대로 살림을 가르쳐주시는 시어머니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제안과 이성에 기반한 합리적인 토론이 안성에도 자리 잡게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계속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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