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아이 외할아버지네 황소가 팔려간 사연
조선아이 외할아버지네 황소가 팔려간 사연
  • 시사안성
  • 승인 2021.02.0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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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의 단상 그리고 시인 금은돌 - 13

 

황소는 외할아버지네 재산 1호였어요

농촌에서 농사짓는 농사꾼에게 이보다 더 큰 재산이 있을 수가 없는거죠

힘쓰는 일이라면 크고 작든 모든 농사일에 황소의 힘이 으뜸이었으니까요

어느 날 외할아버지네 외양간에 있어야 할 누렁이 황소가 사라지고 대신 작은 중송아지 한 마리가 들어왔어요

 

사연은 이러했어요

어머니는 외할아버지에게 큰딸이었어요 삼남 오녀 중 장녀였어요

위로 큰외삼촌 한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동생들을 어머니가 다 엎어키울만큼 나이차가 많이 났어요 그 당시 장녀는 집안에서 농사일에 바쁜 외할머니를 대신해 어머니 역할을 한 셈이었어요

왠만한 부자집이 아닌 이상 처음 결혼하면 다 셋방살이하는 게 당연한 세상 이치였죠

아버지와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셋방살이부터 신혼살림을 시작했는데 제가 일곱 살쯤 그게 안쓰러웠는지 집을 얻어주시기로 결정하신거였어요

초등학교 교사이셨던 아버지의 월급으로는 집을 살만큼 여유롭지가 못했던 시절이니 당연히 어른들의 도움을 받게 된 거죠

 

그래도 외할아버지네 재산 1호 황소를 판다는 건 참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거예요

며칠 후 외할아버지가 두툼한 보자기에 황소 판 돈뭉치를 담아서 외할머니와 저희 집을 방문했어요

안방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흐느끼는 울음 소리에서부터 시작해서 큰 소리로 엉엉 우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투덕투덕 사위 등을 두들겨 주면서 딸의 손을 잡아주면서 위로해주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모습

 

이윽고 두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농사철이라 이만 가봐야 혀

새집 잘 알아보고 이사 혀

그리 말하시고는 두분은 훠이 훠이 발걸음을 재촉해 가셨어요

문 밖에서 두분을 배웅할 때에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울음을 그치지 못하셨지요

 

지금도 그 장면 잊을 수가 없어요

훠어이 떠나가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뒷모습

배웅하면서 눈물 흘리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옆모습

일곱 살 조선아이의 눈에도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뒷모습이 참 크고 빛나 보였어요

일곱 살 조선아이의 눈에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물이 고마움과 미안함 등 뭐라 말할 수 없는 알지 못할 그런 눈물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어요

그 이야기를 어머니는 평생 두고 두고 하셨기에 더 강렬했는지도 몰라요

덕분에 외할아버지가 사랑하는 외손주인 저는 제 방을 갖는 큰 행복을 맛보았지요

 

아마 우시장에서 외할아버지도 누렁이 황소도 서로 울며 헤어졌을거예요

음메하는 누렁이 황소 울음과 소맷자락으로 눈물 훔치시는 외할아버지!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외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외할아버지의 내리 사랑을 다시 곱씹어보는 밤이예요

허연 수염을 휘날리며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던 외할아버지가 그리운 겨울밤이예요

 

조천호(안성 국가철도 범시민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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