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아이의 외할아버지는 밤도깨비
조선아이의 외할아버지는 밤도깨비
  • 시사안성
  • 승인 2021.01.25 0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천호의 단상 그리고 시인 금은돌 - 12

오늘도 밤새 폭설이었군요 폭설이면 생각나는 분이 외할아버지예요

폭설이 내린 다음 날 아침 외갓집 안방 앞마당과 사랑방 앞마당 눈이 깨끗하게 밤새 외할아버지의 손에 의해 싸리비로 치워져 있는 걸 아침에 눈뜨면 보는 거예요

와우 한쪽에는 수북한 눈 한쪽에는 맨질맨질한 흙바닥 이것 참 말이 안되는 광경이지요 그렇게 하려면 시도 때도 없이 밤새 비질하신 거라는 걸 나중에 안거죠 밤새 잠자지 않고 헉~~^^ 외할아버지는 밤도깨비인가? ㅋㅋㅋ

가을 추수 때는 또 어떻구요? 연신 발로 밟는 탈곡기로 벼를 털면 그 탑새기가 온 마당에 다 날려가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면 맨질맨질한 마당이 눈 앞에 쫘악 펼쳐져있는거예요 저와 외사촌 형들은 놀이터가 된 마당으로 달려가 제기차기, 오징어 놀이, 말뚝박기, 자치기를 하게 되는거죠 ㅎㅎㅎ

외할아버지와 친구인 대추나무 할아버지는 거짓 장기대국으로 외손주에게 일부러 져주기, 외할아버지의 엄명으로 외갓집 온 집안이 나서서 어린이 장기왕, 기살려주기 자신감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그 사실을 근 10여년동안 모르고 지냈어요 외할아버지를 비롯하여 함께 사랑하는 공동체 의식을 가진 마을의 힘과 사랑을 나중에 커서야 깨닫게 되죠

평생 저의 가장 근원적인 힘이었고 제 내면의 가장 큰 보물이었습니다, 뭐든지,,,무엇이 닥쳐도,,,굴하지 않고,,,투박하지만 거침없이,,,자신을 믿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마을이 힘 안들이고 자연스럽게 아이를 키우는 겁니다 이게 어거지로 될 일도 아닙니다 문화이니까 가능한 거죠 마을에서는 알게 모르게 이심전심으로 아이들 기살려주는 데 이골이 난 어른들이 그 이전 조상들로부터 배운 지혜를 대물림하는 거지요 지혜의 DNA 대물림 마을의 힘과 사랑의 DNA 대물림

폭설이 내린 다음날 한쪽엔 수북한 눈과 마당 전체가 깨끗하게 말라있는 맨땅이 동시에 공존한다는 건 밤도깨비 같은 외할아버지의 밤새 싸리비 비질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걸 그 어린 꼬맹이 조선 아이도 안거죠 그 단하나의 이유만으로도 저는 일자무학 농투성이 외할아버지를 사랑해요 나의 어머니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긍지높게 엄지척해요

외할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전부는 아니어도 남은 인생 힘껏 저도 그리 살고 싶어요 밤새 폭설이 내리니 외할아버지가 더욱 그리운 오늘 밤입니다.

 

조천호(안성 국가철도 범시민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