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배" - 내 인생의 노래들
"나뭇잎 배" - 내 인생의 노래들
  • 시사안성
  • 승인 2020.12.3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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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 22

어린 시절부터 즐겨 부르는 동요 중에 <나뭇잎 배>가 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지금도 내 마음은 어린 시절로 날아가곤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물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 매일 같이 집 근처에 있는 냇가로 출근(?)을 했다. 마음이 내킬 때면 하루에 두 번씩 간 적도 있었다. 반면에 내 형은 13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물가에 갈 수 있었다고 한다. 형이 13살 때 비로소 내가 둘째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물가에 가면 먼저 옷을 벗어놓고, 이내 물에 들어가 수영을 즐겼다. 흐르는 물에 몸을 맡겨 자유로이 유영하는 게 참 즐거웠다. 한참 물에서 놀다가 힘이 들면, 물가로 나와 따사로운 햇볕을 쪼이다가 다시금 물에 들어가곤 했다. 싱그러운 물의 촉감과 따사로운 햇살을 번갈아가며 즐겼던 것이다.

충분히 놀았다 싶으면, 옷을 주워 입고 물가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곤 했다. 물 표면이 잔잔하다 싶으면, 납작한 돌멩이를 찾아서 물수제비뜨기를 하기도 했다. 물 표면에 수평으로 돌을 던지면, 돌이 물 위를 스치듯 떠간다. 이때 돌이 여러 번 물 위를 찰찰거리면서 튕겨가는 것을 즐기는 것이었다.

그런가하면 물 위에 다양한 배를 띄우면서 놀기도 했다. <나뭇잎 배> 동요처럼 나뭇잎을 비롯하여 종이배, 나무조각배, 양철로 만든 배 등 다양한 배를 띄우면서 놀았다. 그러기에 <나뭇잎 배> 동요는 물가에서 놀았던 그 어린 시절로 나를 데려 간다. 이 노래의 노랫말을 함께 감상해보자.

 

나뭇잎 배

                                               박홍근 작사, 윤용하 작곡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다니겠지.

 

연못에다 띄워논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살랑살랑 바람에 소근거리는

갈잎 새를 혼자서 떠다니겠지.

 

나뭇잎 배를 띄우며 놀았던 아이가 이제 밤이 되어 엄마 곁에 누워 있다. 그런데 낮에 놀았던 나뭇잎 배가 생각난다. 낮과 밤이라는 시간의 차이, 연못가와 엄마 곁이라는 공간의 사이를 넘어, 이 아이는 나뭇잎 배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는 연못 위에서 홀로 떠다니고 있을 나뭇잎 배를 생각하고 있다. 아이는 그때 혹 알아차렸을까? 인생도 그처럼 고독하다는 걸, 고독하기 때문에 결국은 사랑이 우리 인생의 운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러 해 전 <<인문학, 노래로 쓰다>> 책을 출간할 즈음이었다. 어느 날 편집부장이 나에게 문득 이런 질문을 던졌다: “책 속에 있는 노래들 중에서 어떤 곡을 가장 좋아하세요?”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장르는? 동요. 그러면 동요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나뭇잎 배>. 나는 어렵지 않게 대답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그 후 모든 노래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나뭇잎 배>로 되어 있다.

어린 시절 매일같이 놀아도 하루해는 늘 짧기만 했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다 보면, 어느덧 해가 지고 마는 것이었다. 100살 가까이 살고 계시는 김형석 교수는 60살에서 75살까지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씀하셨다. 나도 공감을 한다. 그런데도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예닐곱 살 때가 가장 좋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엄마 아빠 곁에서 그저 매일 놀기만 하면 되는 시절이 아니던가. 일곱 살 때 쯤에는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인생을 이렇게 마냥 놀기만 해도 되는 걸까?” 어린 것이 별 생각을 다 했다.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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