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생활 22년째, 우리나라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이억배
안성생활 22년째, 우리나라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이억배
  • 봉원학 기자
  • 승인 2020.12.28 0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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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에서의 삶과 안성의 문화예술에 대해 말하다
- 2020년 미국 배첼더상 수상, ‘커커스’리뷰에서 “올해 최고의 그림책”으로 선정
- 아이들을 살린 안성에서 인간의 복잡하고 심오한 본질에 대해 느껴
안성에 거주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억배 그림책 작가
안성에 거주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억배 그림책 작가

올해 초 출판계, 특히 어린이 책 출판계에 큰 경사가 있었다.

지난 2010년 출판된 분단의 상징 비무장지대를 소재로 한 어린이 그림책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이 미국에서도 영향력 있고 권위있는 전미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는 배첼더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이억배.

작가 이억배의 이름이 낮익은 사람도 있을 터이고 낮선 사람도 있겠지만,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억배 작가의 그림책 한 권이 아이 책꽃이 한켠에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억배 작가가 문화예술의 도시안성에 22년째 살고 있으며 그의 작업실이 안성에 있을뿐만 아니라 안성시민으로서 안성에 애정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수 있다.

이억배 작가를 지난 24일 만나 안성에서의 삶과 안성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980년대에는 민중미술운동 참여, 1990년대부터 그림책 작가로 활동

1998년 아이들 건강문제로 안성으로 이사

보개면 남풍리에 있는 이억배 작가의 작업실 풍경
보개면 남풍리에 있는 이억배 작가의 작업실 풍경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처럼 이억배 작가는 고향은 용인, 그렇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시절까지는 수원에서 보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며, 1980년대에는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민중미술운동에 참여해 안양과 군포 등지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이 시기의 활동에 대해서 다른 지면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작가의 정체성과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 꼭 필요하고 현재의 작품세계에도 이어진다고 느껴지는데 이번 만남에서는 안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로 했다.

1980년대까지 치열하게 민중미술활동을 하던 작가는 1990년대 들어 어떻게 하면 문화를 시민자신의 삶과 연계시킬까?”라는 고민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1993년부터 기획해 1995년 출판한 솔이의 추석 이야기를 시작으로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1997) 등으로 작품성과 작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 무렵 두 아이의 건강(천식) 때문에 고민하다가, 도시가 아닌 농촌으로 이사하기로 해 수소문 끝에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안성시 보개면 남풍리로 1998년 이사왔다.

이 선택은 아이들을 살리는 선택이 되어 후에 안성은 우리 아이들을 살린 동네라고 생각해 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안성에 대한 애정을 간직하게 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당시 아이들이 천식이 심해서 나중에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를 샀는데, 안성으로 오면서 아이들 천식이 좋아져 가습기 살균제를 안쓰게 되었죠. 만약 그 때 안성으로 오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를 썼더라면 어찌 되었을지 모르죠

 

안성에서 대책위 활동만 5, 사회곳곳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 느껴

사회 모순이 아래로 흘러 가장 낮은 농촌으로 흘러들어

이억배 작가가 작가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안성은 1994년 당시 의료생협(지금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기금마련을 위한 전시회에 참여한 인연이 있었으나, 1998년 당시에는 특별히 안성과의 인연은 없었다.

수입은 적지만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생태지향적인 삶을 살기 위해 직접 농사도 지어 부족한 수입을 메우려 노력하기도 했기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환경을 파괴하는 일에는 앞장서서 나서기도 했다. 우연인지 남풍리에는 대학 2년 선배이자 민중미술활동을 함께 했던 선배 류연복 화백이 살고 있는 동네이기도 했기에 대부분 함께 했다.

이억배 작가는 그 때 제가 참여한 대책위만 5개에요. 아이가 다니던 학교가 학생수가 적어 통폐합 대상이 되었던 일, 대기업에서 마을 인근에 납골당을 만든다고 해서 반대했던 일, 쓰레기 소각장 문제 등 등, 재판까지 받은 일도 있어요

이 때는 여기 저기서 출판 의뢰가 들어올 때 인데 작품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때의 경험과 참여는 이억배 작가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했고 농촌현실에 대해, 사람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했다.

대하소설로도 경험하지 못할만큼 인간이 복잡하고 심오한 존재라는 것, 민주주의가 진전되었지만 우리 사회 곳곳이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는 것, 우리 사회의 모순이 아래로 아래로 흘러 가장 낮은 농촌으로 흘러든다는 것 등을 느꼈어요

당시 느낀 점은 후일인 2003모기와 황소라는 작품을 발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림책은 아이들 눈높이에서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게 해주는 것

지난 11월 우표취미주간 기념우표에 선정되기도

2010년 출판한 "비무장 지대에 봄이 오면"

그림책 작가라고 해서인지 작가의 눈매가 선하게 보였다. 그런데 작가와 대화하다보니 그 선함속에 강인함이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림책 작가가 생각하는 그림책은 어떤 것일까?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어른들의 세계와 다르지 않아요. 전쟁이나 폭력, 죽음에 대해 어린이들이 보는 그림책에서도 다뤄야 하죠. 다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이야기해주어야 하는 과제가 그림책 작가에게 있는 거죠. 계몽하거나 설교하는게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하게 해 주는 것이죠

그런 작가의 생각은 작가의 작품속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고 그 중 하나가 지난 2010년 출판한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판되어 도서관에서 먼저 관심을 가졌고, 독자들의 평이 쏟아져 마침내 미국에서도 영향력 있고 권위있는 전미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는 배첼더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또 미국의 전문 서평지 커커스리뷰에서 올해 최고의 그림책으로 선정되었고, 이러한 성과들로 지난 11월에는 우표취미주간 기념우표에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표지가 선정되기도 했다.

 

안성에는 문화예술인들이 활동할 무대가 없다

정치인과 문화예술인들이 의지가지고 소통해야

안성에는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있지만 그들이 활동하고 싶어도 무대가 없어요

안성에는 많은 문화예술인들, 그들중에는 자기분야에서 예술성을 인정받아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도 많지만, 그들중 대다수는 활동은 다른 도시에서 하고, 안성은 잠만 자는 곳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작가가 이야기 하는 무대는 유무형의 무대를 모두 말한다.

안성이 자랑하는 안성맞춤 아트홀이 생기고 처음 미술작품 전시실을 방문했을 때 도대체 최소한의 자문이라도 받아서 지은 전시실인가?”의심했다고 한다.

최소한 미술대학 대학생에게 자문을 받았어도 그렇게 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혹평하며 미술가들이 전시실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평했다.

유형의 무대뿐만 아니라 안성의 다양한 예술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의 다양한 생각을 실현할 무형의 무대 즉 소통의 통로도 막혀있다고 했다.

시장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예술가들이 의지를 갖고 찾아보면 안성에서 할 수 있는 문화예술 활동은 많다. 지역경제 살린다고 벽화그릴 것이 아니라 현재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문화예술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몇가지 아이디어를 말했다.

안성시내에는 몇 년전만 해도 오래된 건물들이 있었다. 최근에 가보니 다 헐고 빌라 지었다. 그런 건물들은 안성시가 매입해 예술공간으로 살렸어야 한다. 안성의 정신이 무엇인지 먼저 토론하고 공론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안성의 서민문화의 전통 등의 가치는 어느 도시에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현대적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더 이야기하면 네가 하라고 할까봐 이야기 안한다고 웃었다.

 

안성은 많은 가능성 가진 도시...문화에술로 시민들의 삶의 질 풍요로워 질 것

시민들과 미술모임하면서 소통

시민과 문화예술인이 어우러지는 문화예술도시라는 측면에서 안성규모의 소도시는 잇점이 많다고 했다. 그런 장점에 주목하고 문화예술도시로서의 안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문화복지라는 측면에서 시민들의 삶의 질이 풍요로워 질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작가의 이야기는 문화는 삶의 질에 관한 것이라면서 한겨울을 준비해 쌓아놓은 장작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예술적이라고도 하고 예술은 스스로가 보는 사람이 기분좋은 것이라고 했다.

작가는 안성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많은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런데 최근 안성의 시민들과 미술모임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 날 이억배 작가와의 만남도 그 미술모임 회원 중 한사람이 주선한 것이기도 하다.

시민들과 함께 모여 작가가 좋아하는 고목나무 인근에 가서 그림을 그리며, 소통하고 교류하며 새삼 사람은 이웃과 교류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작가는 지난 2016년 학창시절을 보낸 수원에서 그림책 원화전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안성에서는 아직 전시회를 한 적이 없다)

그 원화전 도록에 있는 작가의 말을 옮긴다.

 

저 산속에 저 고목나무에 도깨비가 살고 있다고 믿게 하는 것

그림책을 사이에 두고 아이와 어른이 잠깐 동안의 행복을 느끼는 것

그림책의 세계는 글과 그림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마음속에 세우는

또 하나의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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