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살아있는 나라다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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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안성
  • 승인 2020.12.28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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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의 단상 그리고 시인 금은돌 8
필자 조천호 집행위원장
필자 조천호 집행위원장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다운 나라

“내 무릎에 도끼질을 가해도 검판 쿠데타에 맞서 분연히 투쟁하겠다
1987년 6월 항쟁 독재자 전두환에 맞서 대통령직선제 쟁취한 것처럼”

저의 20대 청춘 젊은 날 대학교 정문을 지날 때마다 시국 관련 대자보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고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특히 광주항쟁에 대한 내용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흑석동 골목에 들어가 마음을 진정하고 난 후에야 버스를 타고 자취방으로 향했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하여 모든 언론들이 "광주 폭도"라고 하던 시절 대학교 어느 강의실에서 광주항쟁의 실상이 담긴 흑백 영상을 보면서 하염없이 오열하며 동창들과 부둥켜 엉엉 울었던 청춘이었습니다 제 심장에 총탄이 박히고 제 옆구리에 칼이 난자하는 느낌의 오열이었습니다 진실을 알리지 않고 군사독재세력에 부역하는 언론은 언론도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니 광주항쟁 당시 그 분노가 얼마나 극에 달했으면 광주 MBC가 불탔겠습니까?

거의 매일 대학가에서는 독재정권 타도의 구호와 함께 최루탄이 난무했고 중앙대학교 정문 앞 흑석파출소도 화염병에 불타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기사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대학생들이 시국선언문 전단지를 만들어 뿌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은 붙들려 고문을 당하거나 감방생활을 하게됩니다 독재정권을 타도하자는 시국선언문 전단지를 살포했다는 이유로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그 시절 언론에서는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 전두환 대통령을 찬양하기에 바빴습니다 매일 오후 9시 뉴스에서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께서는~”으로 시작하는 땡전뉴스(땡하면 전두환 뉴스 시작이라는 조롱)가 난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군사독재정권의 하수인이자 앞잡이 노릇을 철저히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일제 시대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던 친일파 신문들이었습니다 일제 시대 나라를 되찾겠다는 만주 항일독립군들을 비적떼 마적떼라고 기사를 낸 신문들이었습니다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 전두환을 대통령 각하라고 칭송하기에 바빴던 군사독재 부역자 신문들이 과거에도 그러했던 것처럼 독재자의 입맛에 맞추어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만들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청춘의 머릿 속에서는 같은 동족을 총칼로 무참하게 짓밟을 수 있느냐는 전두환 군사 쿠테타 독재정권에 대한 분노와 당시 1980년 광주에 함께 있지 못한 죄의식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화인과 같았습니다 지금도 광주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집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광주항쟁의 유족들께서는 얼마나 피맺힌 한이겠으며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이겠습니까? 저도 이런데요 그러니 제주 4.3 항쟁의 유족들은 어떠하겠습니까?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어떠하겠습니까? 이런 억울한 죽음과 한이 어찌 한둘이겠습니까?

국가권력으로부터 강제된 국가의 무차별적인 폭력(또는 은폐된 방조 또는 방임) 앞에서 저도 현실에 안주하고 도피하는 소시민처럼 살기도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그랬습니다

지금 이 나라와 이 땅을 물려준 것은 피어린 조상들의 피와 땀의 투쟁의 역사입니다 우리가 국사 시간에 배웠던 것은 너무나 조족지혈입니다 훨씬 풍부하고 광범위하며 깊게 널리 독립운동에 나섰던 이름없는 무수한 조상들 덕에 그나마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도 일제에 의해 징병을 가거나 성노예로 전쟁터를 떠도는 개돼지 같은 대우받으며 살았을 것입니다 무섭고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비록 항일의병독립운동가들의 혈서와 출정가는 아닐지언정 또 다른 의미에서 앞으로 이런 마음으로 살겠다는 제 의지입니다 적어도 하늘나라에 가서는 죽은 아내와 이순신 장군 앞에서 쪽팔리지는 말자는 제 의지입니다

일제에 투쟁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이름없는 조상님들과 민주화운동의 세대들과 촛불국민들 덕분에 이만큼 살았다면 저는 그 만분지 일의 하나쯤은 내어놓는 것은 당연합니다 제가 살아가야 할 날은 생물학적으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후손들인 자식들과 그들의 자식들은 훨씬 더 오래 살고 “나라다운 나라”에서 살아야 합니다

국가권력으로부터 몰래 감시와 사찰받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
친일부역자들을 처벌하여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라다운 나라
재벌 한명이나 서민 한명이나 목숨값이 동일한 나라다운 나라
부동산땅투기는 부끄럽고 노동이 귀하게 여겨지는 나라다운 나라

그것이 미래 세대인 자식을 위한 부모의 마음입니다 그러니 두 다리가 절단되면 기어서라도 가면 됩니다.

조천호(안성 국가철도 범시민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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