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런던 8 – 포르투 산책(1)
포르투갈&런던 8 – 포르투 산책(1)
  • 시사안성
  • 승인 2020.12.25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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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Bin의 길위의 하루 – 8

아침이 되니 어제의 도난사건이 아스라하게 기억이 된다.

꿈이길 헛되이 바래보지만 거실에 덩그라니 놓여 있는 비닐봉다리를 보니 바로 "쓰바"가 튀어 나오고...

어쩔수 없이 오늘은 어제의 사건을 뒤치닥거리하는 날이 되어 버렸다.

여권은 해결했으니 남은 것은 현금인출, 가방구입, 옷가지구입 등.

가뜩이나 쇼핑을 저어하는 우리 부부가 반나절이상 쇼핑에 나서야 한다.

 

게다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 환자인 내가 지난 밤 술 묵고 제대로 잤을리도 없고, 마눌도 올만에 들어보는 우렁찬 코골이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듯 하다.

"워뗘? 올만에 들어보는 나의 코골이가"

"한때는 코골이가 자장가드만 어제는 한 대 쥐어박고 싶더라...그래도 나보다 방이 더 문제지..어쩌냐..."

"여기가 그래도 유럽이니 양압기 판매하는지 알아보고 다녀야지.."

 

그렇게 우리의 아침은 자연스레 쇼핑으로 결정났다.

당장 반팔티와 바지만 입고 있는 나와 얇은 가디건 비스무리한거 추가로 보유한 마눌이의 선택지는 없다.

에효... 돈나가고 시간나가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숙소근처의 의료기기 상점은 다 돈거 같다. 양압기가 그리 흔한 기기는 아니기에 쉽지 않을 줄 알았지만 이리도 어려울 줄이야.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CPAP라는 양압기의 존재 여부도 모르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양압기는 과감히 포기하고 또 다시 아마존 직구를 하든가 한국서 비싼 돈내고 대여를 하든가..

그래도 포르투에 왔으니 관광 아닌 관광을 안할 수는 없다.

포르투 역시 24시간 티켓(안단테 카드)이 있기에 구입을 하고 지하철과 트램을 맘껏 이용하기로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여행지에서 교통카드는 복지야. 이거 없으면 우리 나이에 무릎나가. 아끼지 말자"

"그려. 아낄 돈도 300유로 밖에 없는데 머..하하하"

트램을 타고 양압기 사러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관광지 아닌 현지인 골목도 다니게 된다.

어쩌면 요따우 소소한 기쁨을 주기 위해 우리 도난사건이 일어났나 보다...-.-

리스본과 비스무리한, 부산 원도심과 막상막하를 이루는 포르투의 골목들을 다니다 보니 아침부터 운동 제대로 했다.

깨끗하게 양압기는 포기하고 나선 쇼핑. 우선 가방을 사고 옷도 요거저거 구입하고...생필품도 사고...

그런데 우리 마눌이가 벌써부터 쇼핑 증후군에 시달린다.

"자네나 나나 쇼핑이라 함은 5분안에 끝내는 것이 목적인데...과연 오늘 무사히 쇼핑을 마칠지 모르겠소이다. 오죽 살 것이 많아서..."

"어쩔 것이오. 우선 당신 속옷부터라도 사야겠소이다"

 

그랬다. 우리 부부 속옷, 양말 등,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어제 입던 거를 입었지만 당장 낼 아침부터는 수를 내야 한다.

하지만..우리에게 남은 현금이 300유로가 안된다. 뭐 가게에서는 카드로 한다지만 당장 필요한 현금을 뽑아야 한다.

"현금이야 체크카드 있으니 그거로 뽑을 수 있어. 수수료가 아깝지만..."

당당히 현금은 걱정말라고 한 당신... 떠나라. 나에게 욕먹기 전에!!!

그랬다. 마눌이가 가져온 현금 카드. 도무지 ATM에서 사용이 안된다. 요 은행, 저 은행, 하다못해 우체국까지 시도를 했지만 안된다...

이럴 때는 두 가지 경우이다.

1. 카드가 손상되었거나...(마그네틱이나 IC칩 손상)

2. 해외 사용을 막아 놓았던가...

우리 마눌이의 성격은 상당히, 강하게, 누구보다 안전지향적이다. 누구나 다 하는 펀드도 원금보장 안된다고 싫어하고, 밖에서는 은행권에 로그인도 안하던 사람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 체크카드가 해외사용이 금지된 것은...

나중에 귀국하고 은행에 알아보니 역시나 해외사용이 안되는 카드더라... 그것도 모르고 4-5군데 은행을 돌아댕기며 기기탓, 카드 탓만 했으니...

결국 현금은 신용카드로 서비스 받았다. 무지하게 수수료 아까워하는 마눌이...그래도 오자마자 선입금하더만...역시나 깔끔한 성격이시다.

심 봤다!!!

포르투의 명동거리로 일컬어지는 볼량거리(Rua de Santa Catarina)를 하염없이 헤매던 우리 부부. SPA 브랜드부터 스포츠 브랜드까지 곳곳을 뒤지며 가격과 필요성 사이에서 헤메이던 우리 부부에게 나타난 곳.

바로 위 사진의 매장이다. 옛 볼량 시장 건너편(현재 볼량 시장은 재건축으로 잠시 이전해 있다)에 위치한 곳으로 세컨 핸즈 제품을 판매한다. 더불어 수익금은 포르투갈의 지역발전과 소외 이웃들에게 사용한다. 우리네 아름다운 가게 정도라 생각하면 되는 곳.

아무것도 없는 우리에게 이 곳을 발견한 것은 신대륙을 발견한 누구의 기쁨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속옷을 제외한 모든 옷을 갖추고 있는 이 매장에서 우리 부부 그동안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하자며 1층과 지하를 헤집고 다녔다.

가죽자켓과 바지, 긴팔 티 등 우리 부부의 런던대비 최소한의 옷가지를 구입한 비용이 100유로가 되지 않는다.

올라!!!

옷 문제를 해결한 우리 부부 앞에 배낭만이 남아있다. 언제까지 비닐봉다리를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법.

배낭을 과감히 지를까 마눌이가 솔깃해 하는 하드캐리어를 살까 고민하던 중 우리 앞에 또 다시 나타난 매장.

온갖 것들을 판매하는, 이케아도 아니고 대형마트도 아닌 매장에서 우리는 봐 버렸다.

45리터짜리 숄더백을. 비록 배낭도 아니고 캐리어도 아니지만 45리터나 되는 대형 사이즈와(사실 그렇게 크다고 뭘 넣을 것도 없다. ㅎㅎ) 접으면 손바닥 만해지는 휴대성, 거기에 5유로라는 거짓말같은 가격에 우리는 더 볼 것도 없이 질렀다. 큰 가방 하나와 둘러매고 다닌 작은 가방. 속옷과 양말 등을 사니 20유로 정도에 커버가 된다. 위 사진의 오른쪽 가방이다. ㅎㅎ

 

그렇다. 우리에게 여행은 이런 것이다. 에헤라디여!!!

어디 한국에서 우리가 이런 경험을 하겠는가...재미있다.

이제 다시 여행모드다.

룰루랄라하며 오후의 포르투를 즐겨보자고 나선 길. 포르투 시청앞 광장(Aliados) 길거리에 택시들이 빼곡하다.

"어디 단체 관광이라도 나온 거야? 여기 왜이리 택시가 많냐..."

"그러게 올만에 택시 함 타봐?"

뒤에 알았는데 우버와 같은 공유택시업에 항의하기 위한 포르투 택시들의 집회였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공유경제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에어비앤비는 호텔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우버 등은 교통업계의 사업성 저하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시대가 바뀌며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현명한 해결책이 나오길 기원할 수 밖에.

트램이 다니는 흔하디 흔한 오후의 포르투 길거리.

당장 포르투의 상징인 동루이스 다리(Luís I Bridge)로 간다.

해질녘의 도우루 강과 다리의 풍경이 너무 이쁘다. 다리 건너편 수도원(Mosteiro da Serra do Pilar) 옆 세라도 필라 전망대에 올라보니 여기도 자물쇠들이 판치고 있다.

하긴 젊은이들의 사랑은 그 없이 중요하기는 할테지... 어쩔 때는 열쇠공장사장 아들이나 딸의 소소한 장난에 놀아나는게 아닐까 생각도 들지만은...

흔하디 흔하게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동루이스 다리의 모습

해지는 모습을 보겠다고 꾸역꾸역 사람들이 올라온다.

아 이쁘다...

다리 옆 공원에는 오후부터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싸 온 연인, 가족, 친구들이 삼삼오오 둘러 앉아 하루를 즐기고 있다. 바로 이런게 부럽다.

마눌이가 꼭 가봐야 한다는 마제스틱 카페(Majestic Café)도 갔다.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의 영감을 얻기도 했다는 곳이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재건축으로 잠시 이전한 볼량 시장 구경.

깔끔하다. 여기도 야채, 생선은 물론 각종 먹거리도 판매한다. 다른 곳보다 저렴한 것 같기도 하고...

 

김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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