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런던 7 - 남부 렌터카 여행(3)
포르투갈&런던 7 - 남부 렌터카 여행(3)
  • 시사안성
  • 승인 2020.12.18 0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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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Bin의 길위의 하루 – 7

없다.

없어졌다.

전부 없어졌다.

우리 짐을 5분도 안되는 사이에 전부 도둑맞았다.

300만원 가까운 짐과 현금, 여권이 차에서 사라졌다.

 

20년 여행 경력에 이런 멘탈붕괴는 처음이다.

룰루랄라하며 타임아웃마켓 옆 문에 고이 주차해놓고 화장실 갖다 납작 복숭아와 나따를 사온 그 시간동안 차에 놓아 뒀던 우리 짐이 전부 사라졌다. 아니 이 씨*넘이 점심으로 싸 놓은 볶음밥 봉투는 남겨놨으니 전부는 아닌가....?

 

"생각보다 늦었네. 여자 줄이 넘 길어. 서방도 사람 많았어?"

"아니 납작 복숭아 고르느라...그래도 5분도 안 되었는데 뭐. 혹시 딱지 끊을지 모르니 빨리 가자"

"그려"

.

.

.

"근데 배낭 어디다 놨어?"

"뭔 소리야. 뒤에 있잖아"

"뒤에 없는데?"

(차 빼다 멈추며) "장난 치지마" (뒷좌석을 보고 작은 배낭이 없음을 알았다)

"너야 말로 장난치지마...트렁크에 뒀어?"

(혼자 삐질거리며)"설마....트렁크도 비었어..."

"? 배낭도 없어? 진짜?(서둘러 트렁크를 본 마눌...)

"이거 뭐지...머지...먼 상황인거지..."

 

그렇게 진행되었다.

2018년 추석날, 지구 반대편에서 가족들이 모여 송편을 먹고 윷놀이를 하고 있을 시간에 우리 부부는 여행 20년동안 한번도 겪지 않았던 도난 사고를 당했다. 그것도 째째하게 지갑이나 가방이 아닌 모든 짐을 도둑맞는 거대 사건을 맞이하였다.

배낭 두개에는 옷가지는 물론 내 최애장품 양압기가 있었고, 작은 배낭에는 노트북과 현금, 그리고 여권이 들어있었다. 그것들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차를 아무렇게나 세워놓고 주변 시큐리티에게 설명을 하고 혹시 봤냐 물었더니 역시나 모른다만 연발하고...

배낭이 작지 않기에 근처 어디선가 도망치고 있을거란 생각에 근처 역까지 뛰어가 살펴보고 경찰을 만나 설명을 하니 돌아오는 대답이라곤 "여기는 천지사방으로 갈 길이 많다. 너희 도난품 찾기 힘들다. 그냥 경찰서 가서 도난신고하고 리포트 받아라" 요게 전부이다.

우리네처럼 현장 조사와 CCTV조사 등은 개뿔 아무것도 없다.

 

경찰의 말을 들은 후 다시 돌아온 차. 마눌이만 불안한 눈으로 날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되었어?"

"경찰 만나 말했는데, 포기하래. 걍 서에 가서 리포트 받으라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니. 우리가 뭐에 씌웠나. 하필 반납 30분전에 이런일이..."

"뭐 어쩌겠어......"

 

그 때 우리 수중에는 점심으로 싼 빌어먹을 볶음밥 봉투(이것도 가져가지 왜 안 가져갔냐..쓰글넘들아)와 각자의 지갑, 휴대폰만 남았다.

하필 렌트카 반납전이라 모든 중요물품을 작은 배낭에 넣은 상태. 현금이라고 해봐야 비상금으로 빼놓은 300유로가 전부이다.

 

렌트카 사무실에 들러 사정 설명하니 다행히 사건 마무리 할 때까지 차는 쓰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대사관이 있는 리스본이라는 것과 차가 있다는 것. 대사관에 전화를 하니 추석이지만 직원분이 계시다. 이래저래 사정을 설명하니 경찰서 가서 리포트 쓰고 오면 임시여권(단수여권)1시간안에 받을 수 있다 한다.

 

기차역에서 가까운 경찰서 가서 리포트를 쓰며 이거저거 물어보니 이런 경우는 드물다 한다. 특히 차 털이가 유리를 부수지 않고 턴 것도 그나마 다행이라 하며 혹시라도 잡으면 연락하겠다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나마 권위적인 경찰이 아닌 친절한 분이 함께 해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대사관을 찾아갔다.

리스본 한국대사관은 시내에 위치하며 건물 7층인가(확실치 않다)에 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네 대명절 추석에 당한 사건이지만 명절에도 근무하고 있는 남자 직원분(보기에 짐작컨데 무관으로 근무나온지 얼마 안된 듯 하다)이 고맙다. 어쩌면 그 상황은 명절에 근무하고 있는 그분을 안타까워 하는 우리 부부와 명절에 모든 것을 도난당한 부부를 안타까워하는 직원의 이상야릇한 광경이 아니었을까...

 

경찰 리포트를 중심으로 임시여권 신청서를 제출하니 사진은 위처럼 직접 찍는다. 편하더라, 세번을 찍으며 그 중에서 자신이 맘에 드는 것으로 선택하면 된다. 국내도 도입하면 좋을듯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전국의 사진관 주인들이 들고 일어나겠지?

다시 한번 명절날 차분히 친절하게 도움을 주신 직원분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나올 때 응대 리서치 해달라고 하는 것을 혼자 두고온 차와 마눌이 땜에 못해드렸는데... 포르투갈 대사님, 올해 추석날 근무한 남자 직원분 진짜 차분하고 친절하십니다. 꼭 인사고과에 반영해 주세요...ㅎㅎ

 

그렇게 1시간여만에 임시여권이라고 받아 놓으니 맘이 놓이고...차분해 진다.

그러면서 슬슬 웃음이 난다. 우리 뭐하냐...하하하

요게 그 넘들이 남기고 간 우리 점심 봉다리.

저거 하나 들고 포르투 갈 생각하니...하하하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다고 렌트카 큰 곳을 이용했더니 이런 사고에 알맞게 대처해 준다. 누구네처럼 1시간 늦었다고 하루치 100유로 내라고도 안하고 오버타임은 상관없다고 하며 여기서도 미안하다 한다. 거기에 차량 보험 중에 보상이 될지 모른다며 보험 신청을 하겠느냐 물어보네...이게 어디냐, 혹시 나오면 좋지하며 썼는데...결론적으로 700유로 정도 나왔다. 풀커버보험 들기 정말 잘했다.

언제부턴가 여행자보험도 안들고 댕기는 간이 배밖으로 나온 부부였는데...

땡유 베리 감사 유럽카...

리스본에서 포르투까지 기차티켓 싸게 샀다고 50% 가격이라 좋아했는데...여권받고 처리하느라 그거 버리고 새로 저녁 기차로 바꿨다. 그리고 기차역 핑고에서 점저로 닭다리와 맥주 사고나니 우리 짐이 저렇게 늘었다.

봉다리 하나와 닭다리 맥주...이게 우리 현실이라니... 흐흐흐

사람이 극에 달하면 미쳐가나 보다..실실 웃음만 난다...허허허

옷도 저게 전부이다. 좋은 옷은 그나마 추운 포르투에서 입겠다고 고이 접어 배낭안에 간직했었는데... 새로 산 티셔츠 아까워...

우리의 소중한 짐을 어디에 놓아야 하나 고심을 했었다.

선반에 올리자니 우리 유일한 짐인데...자존심이 상하고. 짐칸에 놓자니 애가 외롭워 보이고 이것마저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고...

결국 선반에 고이 모셨다. 우리 부부의 유일무이한 봉다리 짐..하하하

그렇게 도착한 포르투이다.

포르투에서도 우리 숙소는 에어비앤비.

가장 포르투갈다운 기차역이라 칭송받는 상벤투역(Porto São Bento)이지만 우리에게는 걍 봉다리 들고 지나쳐가는 역일 뿐이다.

포르투 호스트에게 늦어서 미안하다는 얘기와 사정을 설명하니 얘도 우리를 불쌍히 여긴다.

하긴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는 애들이 가을 날씨를 자랑하는 포르투에서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 쪼가리 입고 비닐봉다리만 덜렁 들고 있으니 왜 안 불쌍했을까...

 

하지만 이것도 여행이다.

비록 20여년만에 첨 당하는 일이지만 이렇게 되어서 바뀌는 일정이나 여행도 뭔가 재미있겠지 머...

우리 부부 안 다쳤으니 그게 어디냐...하하하

김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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