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 - 내인생의 노래들
'옹달샘' - 내인생의 노래들
  • 시사안성
  • 승인 2020.11.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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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 21
2009년 제 2회 독주회에서 송경수 선생님과 이중주
2009년 제 2회 독주회에서 송경수 선생님과 이중주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옹달샘> 동요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예전에 대전에서 지하철을 이용할 때였는데, 전동차가 지하철역으로 들어오자 이 <옹달샘> 곡이 흘러나왔다. 나로서는 아주 흥미로웠고 인상적이었다. 모든 동요 중에서 내가 가장 많이 클래식 기타로 즐겨 연주하고 노래해온 곡이 바로 이 <옹달샘>이기 때문이었다. 이 노래는 내가 노래하는 인문학의 주제가로 칭하면서, 대부분의 공연에서 늘 첫 곡으로 연주하는 곡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 <옹달샘> 노래를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이 곡을 특별하게 만나게 된 것은 1997년의 일이다. 그해는 내가 대학에서 정교수로 승진을 하던 해였는데, 그때 나는 클래식 기타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연주 생활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기타 공부로는 내가 14살 기타를 처음 시작했을 때 두어 달 정도 통기타 레슨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는 그 후 독학으로 클래식 기타를 연주해왔다. 그러기에 나에게는 오랫동안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언젠가는 기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기타 공부에 대한 결심을 한 그해 여름, 나는 지인의 소개로 송경수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이 분은 나에게 클래식 기타로 <옹달샘>을 연주해주셨다. 단순하고 소박한 동요 곡인데, 클래식 기타로 이 곡의 연주를 들으니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던지... 그 후 23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나는 지금도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나는 이 곡을 늘 연주해오고 있다.

그 옛날 어린 시절 슈베르트의 <자장가>가 나를 클래식 기타의 세계로 안내해주었는데, <옹달샘>은 이제 나를 본격적인 클래식 기타 공부와 연주의 삶으로 이끌어주었다. 그러니 이 두 곡과 더불어 세월이 흐르면서 나의 삶은 클래식 기타와 함께하는 노래하는 인문학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제 1회 독주회 팜플렛
제 1회 독주회 팜플렛

그런데 마치 국민동요와 같은 이 <옹달샘>이 원래 독일 민요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99년은 내가 대학에서 <노래로 배우는 독일어> 수업을 시작한 해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친숙한 동요 중에는 독일에서 온 노래들이 많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알게 되었다. <옹달샘>이 원래 독일 민요라는 것도 그때 알게 된 것이다. 또한 이 독일 민요와 한국 동요의 제목과 가사가 모두 다르다는 것도 아울러 알게 되었다.

독일 민요의 제목은 <가난하지만 즐겁고 자유롭게 Arm aber froh und frei>이다. 모두 4절로 이루어진 독일 노랫말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윗마을 사람들은 부자인데, 전혀 친절하지도 않고 인정과 사랑을 베풀지도 않는다. 반면에 아랫마을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즐겁고 자유롭게 살면서, 인정과 사랑을 베푼다. 그러니 나는 기꺼이 아랫마을에 살고 싶다.’

그런데 우리 한국말 <옹달샘> 동요의 경우, 대부분 1절 가사는 잘 알고 있지만, 2절 가사까지 다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면 여기에서 윤석중 선생이 개사한 <옹달샘> 가사 중 2절 가사를 함께 감상해보면 좋겠다.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달밤에 노루가 숨바꼭질 하다가

목마르면 달려와 얼른 먹고 가지요

 

이 노래에는 새벽의 토끼”(1)달밤의 노루”(2)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하루 동안 산속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진다. 그러므로 이 노래는 1절과 2절을 모두 함께 불러야만 노래의 감동이 커진다. 서정적인 정서와 순박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동요이다.

2004년 대학에서 신설한 <아름다운 시와 음악> 수업을 계기로 해서, 나는 처음으로 클래식 기타와 노래 독주회를 열었다. 그때 이 <옹달샘> 곡을 연주하고 노래했다. 그런데 연주회가 끝나자마자 나와 동갑인 기타 애호가 동호인이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옹달샘>이 그렇게 아름다운 노래인지 처음 알았어요!” 이미 알고 있었던 노래도 때로는 이처럼 전혀 다른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법이다.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동요를 비롯하여, 클래식 기타로 연주할 수 있는 훌륭한 곡과 노래들이 얼마나 많은가? 코로나로 힘든 시절 클래식 기타와 노래가 우리에게 힘과 위로를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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