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자장가": 내 인생의 노래들
슈베르트의 "자장가": 내 인생의 노래들
  • 시사안성
  • 승인 2020.10.28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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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량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20
필자가 큰 딸에게 자장가 불러주던 시절
필자가 큰 딸에게 자장가 불러주던 시절

독일 가곡의 왕으로 잘 알려져 있는 프란츠 슈베르트. 내가 그의 "자장가"를 만난 것은 15,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어느 날 이 자장가를 클래식 기타로 연주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통기타를 즐겨 연주하던 시기였지만, 나는 그때 단번에 클래식 기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통기타에서 클래식 기타로 전환하였다. 그리고는 이 슈베르트의 "자장가" 연주를 시작으로 50여 년의 세월 동안 클래식 기타를 연주해오고 있다.

기타로 연주만 해오던 이 곡을 내가 노래로도 부르게 되었으니, 결혼을 하여 두 딸이 태어난 것이다. 딸들이 갓난아기였을 때는 늘 가슴을 다독거리면서 우리나라의 전래 자장가를 불러주며 재웠다. 노랫말과 선율과 리듬이 모두 아주 단순하게 반복되기 때문에, 아기를 재우기에는 너무나 좋은 자장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딸들이 조금 컸을 때부터는 기타를 연주하면서 슈베르트의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어떤 때는 한 번의 자장가로 두 딸을 동시에 재운 적도 있었다. 아빠의 쾌감과 행복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이제는 손녀가 태어나 할아버지가 되어, 손녀에게도 이 "자장가"를 종종 불러준다.

자장가에는 소중한 것이 담겨있다. 바로 아기에 대한 사랑이다. 우리는 자장가로 아기를 재우면서, 동시에 아기에게 사랑을 전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자장가는 아기에 대한 영원한 사랑노래이다. 이 지구상에 아기가 태어나는 한 우리는 자장가를 부를 것이다, 아기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슈베르트의 "자장가"는 그가 19살 때 작곡한 곡으로, 가사는 독일 시인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가 썼다. 이 노래의 우리말 가사는 독일어 가사를 변형한 번안가사이다. 이 자장가의 독일어 노랫말에는 아기를 칭하는 단어가 남자아기 Knabe’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이 자장가를 여자아기에게 독일어로 불러줄 때는 좀 어색한 면이 있게 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말 번안 노랫말에는 아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성별의 구별 없이 어떤 아기에게라도 편안하게 불러줄 수 있어서 좋다.

슈베르트 "자장가"1절 번안 노랫말을 음미해보자.

 

잘 자라 잘 자라 노래를 들으며

옥같이 어여쁜 우리 아가야

귀여운 너 잠잘 적에

하느적 하느적 나비 춤춘다

 

아름다운 선율과 더불어 아기에게 사랑을 전하고 표현하기에 너무나도 좋은 자장가이다.

이 자장가에 얽힌 일화가 있다. 가난한 슈베르트는 뭔가를 먹고자 무작정 어느 비엔나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잡지 하나가 놓여있었다. 슈베르트는 그 잡지를 여기저기 들쳐보다가 작은 시 한편을 보게 되었고, 몇 분 안에 그 시에 작곡을 하여 주인에게 건네주었다. 슈베르트를 알고 있던 이 주인은 감사의 표시로 그에게 감자가 딸린 커다란 송아지 구이를 주었다. 슈베르트가 죽은 지 30년 후에 (무려) 4만 마르크에 팔린 이 노래가 바로 슈베르트의 "자장가"이다.

극도의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을 당하면서도 우리에게 이처럼 아름다운 곡들을 남겨주고, 30대 초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슈베르트. 특히 아름다운 자장가를 우리에게 선물로 줌으로, 자장가와 더불어 아기에 대한 사랑을 행복하게 펼칠 수 있도록 해 준 슈베르트에게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올려 드린다.

슈베르트는 너무나 가난하여 작곡가에게 필수적인 악기라고도 할 수 있는 피아노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기타가 있었다. 슈베르트는 기타를 매우 좋아했으며, 그의 친구이자 시인이며 기타리스트였던 쾨르너의 기타 연주에 매료되어 그에게 기타를 배웠고, 단기간에 높은 수준까지 마스터했다. 그후 슈베르트는 산책을 할 때 항상 기타를 가지고 다녔고, 악상이 떠오르면 기타로 그 곡의 반주를 쳐보곤 했다. 그가 기타를 치는 모습이 어떠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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