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죽면 김규식씨, 고향과 가족 그리는 마음 27개의 노래비에 담다
삼죽면 김규식씨, 고향과 가족 그리는 마음 27개의 노래비에 담다
  • 봉원학 기자
  • 승인 2020.09.10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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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죽면 덕산리 주민 김규식씨가 27개의 노래비를 세웠다. 사진은 김규식씨와 '흙에 살리라' 노래비
삼죽면 덕산리 주민 김규식씨가 27개의 노래비를 세웠다. 사진은 김규식씨와 '흙에 살리라' 노래비

가족이나 고향처럼 사람 마음의 깊은 곳을 울리는 말도 흔치 않을 것이다. 또 그런 가족이나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표현하는데 있어 많이 사용된 것이 대중가요일 것이다.

그런 서민의 정서를 무려 27개의 노래비로 만들어 세운 안성사람이 있다.

삼죽면 덕산리에 거주하는 김규식(67)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규식씨는 1945년생으로 이죽면(지금의 안성시 죽산면)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28살 무렵 타지로 발령받아 63세까지 수원, 화성, 평택 등 타향에서 근무하며 타향살이(?)를 했다.

고향인 덕산리에는 부모님이 계셔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뵈었지만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채우기에는 부족했고, 그래서인지 가요무대나 전국 노래자랑 등을 통해 향수어린 노래들을 듣는 것이 취미였다.

김규식씨와 고향 선배이자 안성문화원장과 안성노인회장을 역임한 김태원씨
김규식씨와 고향 선배이자 안성문화원장과 안성노인회장을 역임한 김태원씨

김규식씨는 그런 노래들을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 살리라 결심하고 약 30년전부터 고향집 인근에 나무를 심으며 준비해왔다.

그런 마음은 마침내 실현되어 몇 년전 정년을 하고 고향에 돌아와 살게 되었고, 고향집을 자신이 그러했듯이 자신의 자녀들도 그리워하고 돌아와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마음은 부모와 자식, 그리고 자신의 삶을 지탱해 준 즐겨 부르던 노래를 노래비에 새겨 집 주변에 세우자는 계획이 되었고, 자신이 직접 노래를 선곡하고, 노래비의 배경에 들어갈 그림도 그리고, 노래비 세울 위치까지 선정했다.

그 결과 마침내 지난 831일 그동안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어 고향 집 주변에 27개의 노래비를 세웠다.

입구에 세워진 '고향역'노래비
입구에 세워진 '고향역'노래비

 

진입로 입구에 세워진 고향역을 시작으로 김규식씨가 즐겨 부르던 노래를 담은 노래비가 김규식씨의 집 주변에 잘 자리잡아 누구나 그 모습을 보면 김규식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김규식씨는 나이가 들고, 아파서 힘든 주변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허무하더라.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돌에 새긴 노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연도별로 선성했고, 위치도 나름대로 생각했다. 예를 들면 어머니를 생각한 사모곡노래비는 장독대 옆에 세웠고, 노래에 맞는 그림도 직접 그렸다고 밝혔다.

노래비를 세우기 위해 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갔는데 김규식씨는 고향은 내 어머니 품속같고 편안한 곳이다. 고향에서만 산 사람은 모른다. 이제 고향에 돌아와 노래비를 세우고 사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규식씨는 노래비를 세우게 된 계기도 따로 비를 세워 밝히고 있는데 보는 이는 누구나 추억을 되세기고, 사랑하는 아들 딸은 부족한 점은 보완하면서 우애좋게 잘살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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