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1악기
1인1악기
  • 시사안성
  • 승인 2020.08.26 0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18

언제부턴가 “11악기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되었다. 한 사람이 악기 하나를 배워 연주생활을 하자는 취지의 말이겠다.

나에게는 아주 반가운 표어이다. 지난 50여 년 동안 기타와 함께하는 생활을 해왔기에, 악기 연주가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물론 전문 연주자들에게 악기는 각별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그러나 취미로 악기 연주 생활을 하는 아마추어 애호가들에게도 악기는 나름대로 커다란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악기를 배우고 있거나 배운 사람들은 대체로 공감할 것이다, 악기를 제대로 연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렇기 때문에 악기를 배우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배우다가 그만 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만 두었다가 어느 날 다시 악기를 꺼내어 연주 생활을 계속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악기마다 특성이 다르고 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 배우거나 연주하고 있는 악기에 따라 나름대로 다양한 음악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단연코 기타이다, 그것도 클래식 기타이다. 다른 악기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타 하나를 제대로 연주한다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다른 악기를 추가로 배울 시간적 여유가 없다.

나의 악기 공부와 연주는 오로지 기타 연주와 노래에 집중되어 있다. 기타를 배우다 어려워서 그만 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내 경우는 오히려 어렵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와 더불어 늘 흥미진진하다. 이미 오래된 생활습관이지만, 나는 하루도 기타를 연주하지 않고 지내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스스로 연주하고 노래하는 생활도 당연히 즐겁지만, 오랜 세월 동안 노래하는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다니면서 강연과 공연을 한 것이 참 즐겁고 행복했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거의 모든 강연과 공연이 중단된 지도 반년이 넘었다.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겠지만, 그 중에 공연 예술가들이나 강연자들도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언제 이 코로나 사태가 끝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암울하기만 하다.

공연이 거의 없어진 나는 매일 집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하며 지내고 있다. 연주와 노래의 즐거움과 감동을 청중과 함께 나눌 때는 즐겁고 보람찼는데, 이렇게 혼자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생활을 하게 되니까 허전함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얼마 전 오랜만에 짧은 공연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관중이 없는 상태에서 무관중 공연을 했다. 텅 빈 관람석을 앞에 두고 연주를 했지만,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통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공연이 조금이나마 위로와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했다.

가까이 지내는 테니스 동호인이 기타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언젠가 기타를 한번 배워보라고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며칠 전 기타에 새 줄을 갈아 끼워 놓고서는 이제 기타를 제대로 배워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호응을 해주었다. 소중한 결심이다. 악기를 하나 친구 삼아 살아간다면, 인생은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다. 악기를 연주하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소중한 친구 하나와 함께하는 삶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코로나로 인하여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시절이 되었다. 어쩌면 그냥 집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이모저모로 어려움이 있을 텐데, 혹 지루하거나 우울하게 보내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어차피 격리가 되어 주로 집에서 혼자 혹은 가족들과 생활해야만 한다면, 이 시기에 차라리 악기를 하나 배우는 것은 어떨까? 오늘날 배우고 싶은 악기가 있다면, 그 악기를 가르쳐줄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대면 수업이나 온라인 수업도 가능한 시대이니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시대이다. “11악기시대, 그것은 지금 이 코로나 재난 시기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펼쳐나가면 좋을 것이다.

악기를 배우거나 연주하는 생활을 하게 되면 일단 생활이 지루하지 않다. 설사 배우는 게 어려워서 좀 힘이 들 때도 있겠지만, 그걸 잘 이겨내어 나름대로 연주의 수준이 올라가면, 연주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이 있다.

만약 배우는 악기가 너무 쉬우면, 오히려 그만큼 더 빨리 지루해질 가능성조차 있다. 예를 들어 기타 학원 선생님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통기타를 배우는 사람들은 몇 달 만에 그만 두는 경우가 많지만, 클래식 기타를 하는 사람들은 오래 간다고...

물론 통기타라고 해서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통기타도 훌륭한 기타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클래식 기타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악기는 클래식 기타를 구입해서, 공부는 통기타 방식의 연주부터 배워 나가는 것이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11악기시대가 멋지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하찮은 곡은 있을지라도, 하찮은 연주는 없다. 연주가 최고다.

그러니 연주하라!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