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라, 낭송하라, 노래하라! -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15
연주하라, 낭송하라, 노래하라! -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15
  • 시사안성
  • 승인 2020.05.28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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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연구실에 걸려있는 현판
필자의 연구실에 걸려있는 현판

대학에서 진행한 <아름다운 시와 음악> 수업이 <노래하는 인문학>으로 펼쳐나가던 즈음, 나는 <노래하는 인문학>의 표어를 이렇게 정했다:

 

연주하지 않으면 기타가 아니다

낭송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노래하지 않으면 노래가 아니다

 

연주하라, 낭송하라, 노래하라!

 

많은 사람들이 시와 노래와 음악을 낭송하고, 노래하고, 연주하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노래하는 인문학> 강연과 공연이 있을 때마다, 나는 이 표어를 청중과 함께 힘차게 구호로 외치곤 하였다.

음악은 소리로 표현되는 소리 예술이다. 따라서 악보는 연주를 기다리는 자료일 뿐, 그것이 연주자에 의해 연주가 될 때 비로소 그 악보의 목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언어 예술인 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를 눈으로 보면서 묵독으로 감상할 수도 있겠지만, 언어의 음악적 요소가 특히 중요시되는 시는 소리를 내어 낭송을 해야만 비로소 그 시의 언어 예술적 효과가 드러나게 된다.

시와 음악 활동에는 크게 나누어 감상, 연주, 창작이 있다. 우리가 감상이나 연주 활동을 하려면 일단 시와 노래, 악곡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니까 시인과 작곡가의 창작이 시와 음악 활동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시를 쓰고 곡을 창작하는 데에는 특별한 예술적 능력이 필요하지만, 시와 음악을 감상하고 연주하는 것은 우리가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

필자의 시낭송 장면
필자의 시낭송 장면

우선 시와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다. 또한 시와 음악을 감상하고 공부하면서 우리는 예술적 감식력과 더불어, 창의력과 비판력을 기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감상을 넘어서서 연주 활동을 하게 되면, 더욱 많은 것을 얻고 누릴 수가 있다. 악기를 연주할 때 우리의 뇌는 흡사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뇌세포가 전체적으로 활성화된다고 한다. 이것은 연주가 우리의 뇌를 생동감 있게 자극하여, 몸과 마음을 전체적으로 건강하고 즐겁게 해준다는 것을 말해준다.

노래를 부르면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육체적 건강도 좋아진다는 것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연구팀이 밝혀냈다. 정기적으로 노래를 부르면 호흡이 개선돼 산소 흡입량이 늘어나고 순환기에 자극을 줘 신체 균형과 아울러 활력도 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팀은 노래를 부르면 면역체계가 강화된다는 연구결과를 낸 바도 있다. 베를린 샤리테 병원의 볼프람 자이드너 교수는 노래를 부르면 표현력이 향상되고 창의력이 발휘되는 등 정신적으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노래는 신체의 노화 진행을 늦추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악기 연주, 시낭송, 노래 부르기는 아무리 권장을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낭송 발표회에 함께 한 필자
시낭송 발표회에 함께 한 필자

그런데 시와 음악을 감상하고 공부하며 연주하면, 우리는 훌륭한 시인과 작곡가를 만나게 된다. 왜냐하면 예술 작품에는 예술가의 삶과 정신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시와 음악에는 예술적인 아름다움과 더불어 소중한 인문정신이 깃들어 있다. 노래하는 인문학이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예술적인 감동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며 삶의 지혜까지 더해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예술인가?

그런데 모든 연주는 또한 궁극적으로 연주자 자신의 삶과 정신세계를 담아낸다. 그래서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연주자마다 모두 다르게 연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연주를 통하여 우리가 아름다운 인생을 함께 나누고 교감하는 것이야말로, 소리 예술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아니겠는가?

우리가 감상하고 연주할 수 있는 시와 노래, 문학과 음악이 풍성하게 있다는 것,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훌륭한 시와 곡을 만든 시인과 작곡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점점 더 깊어만 간다.

 

연주하라, 낭송하라, 노래하라!

응답하라 2020!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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