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의 생활화와 대중화 - 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14
시와 음악의 생활화와 대중화 - 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14
  • 시사안성
  • 승인 2020.04.2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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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4년 봄 학기에 새롭게 신설되는 <아름다운 시와 음악> 수업을 무척이나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었다. 이 수업을 위해서 나는 자장가를 비롯하여 동요, 민요, 대중가요, 가곡, 기독교 노래 등 중요한 노래 장르를 선정하고서, 각 장르별로 국내외의 훌륭한 노래들을 수집하고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해 나갔다. 그리고는 그 노래들을 인문학과 문화예술의 차원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

나는 특히 이 수업의 학습목표를 어떻게 정해야 할까 그 겨울 내내 고심하였다. 심사숙고 끝에 내가 학습목표로 내린 결정은 시와 음악의 생활화/시와 음악 생활의 대중화였다.

시와 음악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공자는 <<논어>>에서 말하기를 흥어시, 입어예, 성어악(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시를 통해 순수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예의를 통해 도리에 맞게 살아갈 수 있게 되며, 음악을 통해 인격을 완성한다고 하였다. 그 옛날 공자가 이렇게 시와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가하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독일의 헤르만 헤세는 , 음악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라고 말할 정도로 모든 예술 중에서 음악을 가장 사랑하였다. 또 독일의 시성 괴테는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이라고 말할 자격도 없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때서야 비로소 반쪽 인간이 된다. 그러나 음악 활동을 하는 사람은 온전한 사람이다고 하면서 음악 활동을 극찬하였다.

그렇다. 우리에게 감상할 수 있는 시와 음악이 있고, 연주하며 노래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곡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런데 아무리 훌륭하고 아름다운 시와 노래들이 많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 예술작품들을 감상하고 공부하며 활용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나는 <아름다운 시와 음악> 수업의 학습목표를 시와 음악의 생활화/시와 음악생활의 대중화로 정했던 것이다.

한국의 교육현실은 아직까지도 대학 입시위주의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 청소년들이 시와 음악 예술을 제대로 즐기거나 활용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 점이 안타까워서 나는 대학에 들어온 우리 학생들만이라도 시와 음악의 진정한 예술적 감동을 체험하고, 훌륭한 시와 노래에 담긴 소중한 인문정신을 깨달아 우리의 삶과 사회를 성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아름다운 시와 음악수업을 개설하여 진행해 왔던 것이다.

매학기 나는 수강생들에게 이 수업의 학습목표를 설명하였다. “시와 음악의 생활화는 나 자신, 즉 개인을 위한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해 생활 속에서 시와 음악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시와 음악의 가치와 효능을 나 혼자만 누리면 되겠는가? 아니다. 시와 음악의 예술적 감동과 소중한 인문정신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시와 음악 생활의 대중화를 함께 추구해야만 한다.

이렇게 설명하고 나서 나는 학생들에게 늘 이렇게 당부하였다: “시와 음악의 생활화/시와 음악생활의 대중화를 비단 한 학기만의 수업목표가 아니라, 살아가는 날 동안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이러한 수업목표와 함께 학생들에게 시와 음악 생활을 권면하다 보니, 어느 날 담당교수인 내가 솔선수범으로 더욱 모범을 보여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042학기 때 정교수와 함께하는 클래식 기타와 노래의 밤이라는 제1회 독주회를 열게 되었던 것이다. 독주회에 대한 계획을 처음 집에서 꺼내놓았을 때, 아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 이렇게 반응했다: “당신은 인생이 코미디야!”

돌이켜보면 즐거운 기대감과 설레는 마음으로 했던 그 독주회가 오늘날 노래하는 인문학자로 살고 있는 내 삶의 본격적인 출발점이었던 듯하다. 이제 나는 대학에서 은퇴를 하여 더욱더 노래하는 인문학의 삶과 사회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니 시와 음악의 생활화/시와 음악 생활의 대중화는 나이 들어 더욱 간절해진 내 삶의 꿈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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