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이야기 2부
칸 이야기 2부
  • 시사안성
  • 승인 2018.05.3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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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의 안성살이 - 6

칸이 우리 집에서 함께 생활한지 2년이 한참 넘은 어느 날 마을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고양이 세 마리가 우리 집 데크에서 야옹거리며 앉아 있었다.

흰색과 노란색의 새끼고양이 두 마리와 암컷으로 보이는 노란 고양이 한 마리였다. 칸과 서로 부비며 먹이도 나눠먹는 모습이 마치 한 가족처럼 보였다.

마을사람들은 칸이 숨겨놓은 가족을 데려 왔다고 수군거렸고 우리 집 고양이 사료가 순식간에 줄어드는 상황을 안사람은 걱정스러운 한 숨으로 내뱉기 시작했다.

아빠로서 칸은 자기 역할에 충실해 보였다. 잠시 때를 놓치면 낯가리는 고양이들을 대신해서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마을사람들에게 다가가 야옹거리며 먹이를 구걸했다.

마을고양이들에게 천대받던 새끼고양이 칸은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고양이들 중 일진이 되었고 칸의 새 가족들은 아빠 보호아래 마을에서 안전하게 지냈다.

올 봄맞이 농사철이 되어 마을 주변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마을 아래 밭을 일구는 이웃주민이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농작물을 해쳐서 덫을 설치하니 고양이들을 조심시키라고 주의를 주었다.

고양이를 반 야생으로 키우는 우리 집은 소용없는 일이다. 조심하라고 고양이에게 떠들어봤자 알아듣지를 못할 것이고 묶어놓자니 칸이 빼고 잡히지도 않는 녀석들이다.

그리고 덫을 허가 없이 놓는 건 불법이지 않은가! 뭐라 할 수도 없고 난감해 하고 있었다.

평상시 집주인처럼 집에 가끔 찾아오는 칸은 아니나 다를까 앞발이 다쳐서 왔고 집에서 치료하던 중 어느 날 조용히 사라져 버렸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칸이 죽었다고 생각하여 명복을 빌고 있던 중이었다. 마을 주차장에서 뼈만 남은 채 앙상한 몰골로 나타난 칸! 다친 다리는 뼈까지 부러져 덜렁덜렁 거리며 힘든 모습으로 다가왔다.

수소문 해보니 동물병원 다리 절단수술은 50 ~ 100만원 정도 한다고 했다. 사료 값에 병원비까지...~ ㅠ ㅠ

우리 식구들도 아직까지 병원비로 50만원을 써본 적이 없는데 앞이 깜깜해졌다.

서울 삼촌네 똥강아지가 큰개에게 물려 수술비 300만원 들었다고 했을 때 저런 강아지 300마리를 살 돈으로..정말 돈 많네~’하고 비아냥거렸는데 그 벌인가??

칸에게는 미안하지만 할 수 없이 우리 집에서는 안락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다음날 저녁 마을회관에서는 조촐한 바자회가 열렸다.

옆집에 사는 동물을 사랑하는 대학생과 그 어머니의 아이디어로 칸 수술비마련 바자회가 열린 것이다. 집집마다 살만한 물건을 가져오면 대충 한 눈 감고 팔아주는 그런 바자회였다.

덤으로 미대 다니는 대학생의 기념품도 받고..ㅎㅎ 극악무도한 고양이 주인을 설득하여 수술을 하게 하였다. 동물병원 원장님의 도움 받아 수술비 30만원으로 이 일을 끝냈다.

 

* 동물을 별로 좋아하는(?) 내게도 안성 관내에 공개적으로 벌여지는 동물학대가 많아 보인다. 먹는 음식으로 취급되는 개는 장날 새벽시장근처에서 구겨진 채로 라면박스정도 되는 크기에 담겨 있는 모습이라든지, 어쩌다 도망 나온 큰 개를 취급하는 장사꾼의 모습은 대놓고 욕설을 한 바가지 해주고 싶은 심정일 정도이다.

또한 안성경찰서 부근 개 도살장은 20년 넘게 그 자리에서 개를 잡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생상태도 불결하고 혐오스럽기까지 한 개 도살장이 시내 버젓이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아무리 허가받은 상태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재 우리 정서로는 지나쳐 보인다.

야생동물도 마찬가지이다. 금광면 산골짝기에 야생동물을 잡기 위한 올무와 덫이 많다. 뭘 잡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산길을 헤매는 사람도 다칠 모양새였다.

그리고 안성에서 야생동물 로드 킬도 제법 많은 편이다. 도로에 동물사체를 하루 다섯 번은 보는 거 같다. 고라니나 고양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 집에서 키웠던 고양이들도 이렇게 죽지 않았을까 짐작할 정도이다. 내 생각엔 과속만 하지 않으면 절반정도 줄일 수 있을 거 같은데 방법은 그리 쉽지 않다.

그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우리가 훼손하고 자동차도로로 차지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텐데 큰일이다.

우리들은 동물을 사랑하지는 않아도 학대할 정도의 조건과 환경은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한다.

 

정인교(안성천 살리기 시민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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