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일생 동안 공부한다.
학이시습(學而時習)의 고전적인 의미도 있지만, 보통 평생교육, 평생학습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평생교육’은 가르치는 사람이나 기관(공급자)의 입장에서 쓰여 지는 용어이고, ‘평생학습’은 배우는 사람(수요자)의 입장에서 쓰여 지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은 평생교육에서 평생학습의 개념으로 이행되어가고 있다. 학습이란 자기의 능력을 창의적으로 발휘하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양식이며 따라서 그 목적은 어디까지나 행복한 인간과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인간 존중을 위한 학습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이다.
평생교육(Life-long Education) 이론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65년 파리에서 개최된 UNESCO 성인교육 추진위원회에서 ‘인간이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통하여 행해지는 교육을 전체적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 UNESCO ‘세계교육의 해’ 기본이념이 평생교육이었던 것을 계기로 1973년 UNESCO 한국위원회에서 평생교육발전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듬해 그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그런데 평생교육의 개념 보급과 활동이 더욱 본격화 된 것은 1980년 제5공화국 헌법 제29조(현행 헌법 제31조)에서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해야 한다.’는 조항을 규정함으로써 평생교육체제가 갖추어지게 된 것이다.
1982년에 사회교육법이 제정되어 시행하다가 1999년 ‘평생교육법’으로 명칭이 변경된 다음부터 국민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 교육사회, 평생학습사회‘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한국교육은 총체적으로 평생교육과 평생학습체제로의 개혁을 시도하면서 추진하게 되었다.
평생교육법 제9조에 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평생교육시설의 설치, 평생교육사의 양성,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및 평생교육기관에 대한 경비보조 등의 방법으로 모든 국민에게 평생학습의 기회가 부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체계에 따라 교육부에서는 2010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을 설치하여 본격적인 평생교육을 추진하게 된다. 또한 광역자치단체마다 ‘시.도 평생교육진흥원’을 설치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조례를 정하여 ‘시군구 평생학습관’ 체계를 갖추게 된다.
필자는 2013년 3월,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방직으로 민간전문가를 초빙하는 평생학습관 관장 채용공고 계획(공고 제2013-387호)에 따른 서류심사와 면접시험을 거쳐 4월 8일자로 임용되어 지자체 평생교육기관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교직에서 2002년 8월에 정년퇴임하고 난 이후 10년 동안 국립대학에서 평생교육학(사회교육행정) 강사로 재직하다가 2012년 8월 말로 두 번째 퇴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교육에 평생을 바친 사람으로서 마지막으로 명예직에 헌신하는 일은 행복한 길이며, 자신을 도구로 내어놓는 것은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라 기쁜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평생교육은 최고의 복지이며, 평생학습은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복지정책에서 흔히 쓰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는 사람이 태어난 이후 빵을 통한 사회보장 정책이지만, 평생교육 정책은 태어나기 전인 ‘잉태에서 영혼까지’ 정신적인 양식을 주는 진정한 복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최고의 복지국가인 북유럽의 평생학습 체제를 보면 매우 부럽기도 해서, 평소에 이를 본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 한 나라의 예를 들면, 스웨덴은 전국에 약 28만개의 평생학습 Study Circle이 있으며 전 국민의 60% 이상이 평생학습 동아리에 가입되어 있다.
시민 3~12명이 모여 20시간 이상 자신이 원하는 학습을 지속할 경우 운영비의 75%까지 정부가 지원해 준다. 만약 토마스라는 청년이 친구 2명과 함께 프랑스 맛 집을 찾아가는 탐구여행계획을 세울 경우, 해당 분야 전문가를 코디네이터로 동반시켜주고 운영비를 전부 지원해주는 사례도 있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평생교육 정책의 진정한 목적은 지방자치단체 마다 평생학습 활성화를 통하여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자아실현’을 통한 시민의 행복 창출에 있는 것이다.
평생교육은 지자체마다 매우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역 실정에 맞는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구상하여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평생교육 조례를 제정하여 평생학습을 전담하는 부서를 갖추고 행복한 평생학습도시를 가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생학습도시 조성사업은 ‘개인의 자아실현, 사회적 통합증진, 경제적 경쟁력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개인의 삶의 질 제고와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시민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학습을 즐길 수 있는 학습공동체 건설을 도모하는 총체적 도시 재구조화 운동’이다.
필자가 참여할 당시 지자체에서는 ‘창조적인 평생학습도시, 100세 시대 맞춤형 평생학습체제’ 구축을 위한 추진계획에 따라 평생학습조례를 제정하였다. 평생교육협의회와 평생학습실무협의회를 구성하였고 시의회 결의문 채택과 관계기관 MOU체결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추진하고 있었다.
공직자들과 함께 첫 사업으로 기획한 ‘맞춤 학습도시 행복만남 프로젝트’가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실시한 공모사업에서 ‘2013 지역 평생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국비지원으로, 베이비부머 등 은퇴를 앞둔 중장년(4050) 세대의 경제적 자립과 고령사회에 대비한 생애 재설계 사업을 무난하게 시행 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국비와 도비 보조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던 세부사업 내용을 보면 ‘경기도형 Golden-triangle프로젝트’인 가정과 사회가 함께하는 토요학교(가사토) 운영과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에서 구축한 ‘평생교육 e-러닝’ 통합운영 등이었다.
지자체 평생학습 체제 구축을 위한 ‘평생교육 중장기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평생교육 기반구축을 위한 환경 분석을 하였다. 평생학습 인프라 현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시민요구 실태조사를 통하여 질 높은 프로그램 우선순위를 도출하기도 하였다.
단기.중기.장기 단계별로 추진할 실천과제와 성과지표를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우선 선진국형 평생학습동아리 지원제도 정착, 배움터.일터.삶터가 연계되는 평생학습마을 조성, 평생학습형 일자리 연계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학습자를 찾아가는 평생학습’ 모델을 갖추는 것 등이다.
또한 마을주민의 학습재능기부 일상화와 주민자치 활성화, 평생학습 소외계층과 다문화 지원사업, 그리고 도시-농촌마을의 협력모델과 대학 특성을 활용한 평생학습 지원체제 구축 및 시민 생활 속으로 문화예술을 확산하는 과제도 정하였다.
저변확대를 위해 추진되는 프로젝트 명칭을 보면, 평생학습 동아리별 우수 프로그램 공모 및 발표회, 대학 내 지역학 강좌(정규 학점취득) 설치 및 문화예술 아카데미 운영 등이다. 또한 기관단체별, 동아리별로 찾아가는 평생학습 강좌, 지역축제 형 다문화 우수프로그램 경연대회 등이 있다.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보면, 주민센터 평생학습 강좌, 주민센터 워크숍, 평생학습 시범마을 지정 등이 있다. 지역 평생학습대학 운영의 형태는 시민 평생학습대학(대형 강좌), 카페형 평생학습대학, 찾아가는 행복(문해)교실 등이다.
2014년 3월에는 그동안 여성회관에서 실시하던 평생교육체제를 조례개정을 통하여 교육협력과로 업무 이관하여 평생학습관을 신설하게 되었다. 평생학습관은 평생교육 업무의 콘트럴 타워가 되어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자아실현을 통한 시민의 행복을 창출하는 역할을 직접 하게 된다.
선도기관인 평생학습관에서는 시민이 원하면 누구나 희망에 따라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인문학 강좌와 직업향상교육 및 시민참여교육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평생학습 강좌를 운영하였다.
분기별로 60여개 강좌를 설치하여 연간 약 3500여명의 시민이 학습에 참여하고 있다. 정규 운영과목은 학력보완교육 3개 강좌, 직업능력교육(자격증) 14개 강좌, 인문교양교육 22개 강좌, 문화예술교육 17개 강좌 등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시사안성 보도에 의하면, 단기교육으로 실시하는 <생애별 평생학습>프로그램인 20.30대(3D프린팅), 40대(수제카페디저트), 50대(마크라메), 60대(수기자연체형관리), 70대(왕초보 스마트폰) 강좌와 <상남자 평생학습>프로그램인 ‘와인 읽어주는 남자’, ‘상 차리는 맛에 빠진 남자’라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은 인기과목이라는 소식이다.
회고해 보면, 지자체 평생학습관에서 2017년 4월까지 4년간 공직자 신분으로 협력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였고 또 많은 공부를 하기도 하였다. 필자 역시 스스로 평생학습에 참여함으로써 인생 보람을 얻을 수 있었고 노년기에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서울특별시에서 부터 제주자치도 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144개 우수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었고, 해마다 열리는 전국 평생학습박람회와 세미나에도 참석하여 연구하고 체험하기도 하였다.
재직하는 동안, 평생학습 시범마을에서 기획하고 있는 평생학습코디와 독립하여 강좌를 진행하는 마을 강사, 그리고 평생학습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자원 봉사자들에게서도 많은 감명을 받기도 하였다.
당시, 찾아가는 행복(한글)교실에서 이제 막 한글을 깨우친 사람의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시집을 발간하고 시화전도 가진 김영자(당시 67세)씨의 작품은 여러 학습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평생학습관 수강생들이 매년 갖는 ‘평생학습 프로그램 작품전시 및 성과발표’로 이루어지는 공연은 놀라울 정도의 수준이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심사에 합격하여 채용된 강사 한 분 한 분의 열정적인 활동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고마울 따름이다.
필자는 당시 70대 후반이었지만 2년 과정으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S디지털 대학 온라인 강좌와 출석수업 및 실습과정을 거쳐 교육부장관이 발급하는 평생교육사(평생교육법 제24조)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또한 안전교육지도사(1급), 스피치컨설팅 지도사(3급) 자격증을 새로 취득하기도 하였다. 가지고 있던 경기은빛독서나눔이 인증서, 방과후활동 강사, 성교육강사, 학교폭력예방강사, 노인심리상담사(1급), 노인자살예방지도사, 생활마술사(3급) 자격증 등은 강의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였다.
시대적으로 볼 때, 고령화사회를 넘어선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지역성장 저하로 인하여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은 점점 고조되어 가고 있다. ‘잉태에서 영혼까지’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평생학습체제 구축은 더욱 더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평생교육, 평생학습은 인생 120세,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필수 요소이자 우리의 자산이다.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선진국들은 이미 평생교육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으며, 이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국가의 경쟁력으로 간주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평생교육 프로젝트가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개별적, 경쟁적으로 추진되었다면, 앞으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계, 국가, 광역자치단체, 지역사회의 모든 자원을 서로 연계시킨 통합체제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역사회 내에서도 사회기관 단체 및 행정기관 간에 행복의 가치를 공유하여, 평생학습의 통합적인 정보시스템이 갖추어졌으면 좋겠다. 또한 행정기관에서도 교육기관은 물론, 행정부서간 ‘융합형 평생학습체제’를 갖추어 운영하게 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