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배우는 독일어 - 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13
노래로 배우는 독일어 - 정경량 교수의 노래하는 인문학 13
  • 시사안성
  • 승인 2020.02.2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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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배우는 독일어 책 표지
노래로 배우는 독일어 책 표지

내가 독일어를 처음 배우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이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공부에 제대로 몰두하지 못했기에, 독일어에도 별다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대학 입시에 떨어져 재수생활을 하는 동안, 묘하게도 독일어에 대한 흥미가 높아져 나는 영어보다도 독일어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헤세의 작품 <<데미안>>으로부터 받은 커다란 감동과 더불어, 나는 그 후 독일어와 독일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었다.

그리고는 1984년 봄, 30세의 젊은 나이에 목원대학교에 교수로 부임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대학입시 학부제로 인하여 소위 인문학의 위기가 닥쳐왔다. 내가 속했던 독일어 문학 학과의 경우도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독어독문학과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고심하게 되었다. 당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러하였다: “이 상황에서 교수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독일어 공부를 더욱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자!”

그러자 떠오른 생각은 어려서부터 취미로 해 왔던 기타 연주를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겨난 수업이 바로 <노래로 배우는 독일어>이다. 그때부터 나는 수업 시간에 기타를 들고 들어갔으며, 기타는 내 수업의 요긴한 교육기자재가 되었고, 독일 노래는 소중한 학습 내용이 되었다.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독일어를 공부하는 이 수업은 학생들에게 독일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데에는 아주 좋은 교수법이었다.

그래서 이 수업 방식과 교재는 머지않아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많은 독일어 교수와 고등학교 교사들이 선호하여 활용하게 되었다. 목원대 교수 부임 때의 일화를 들었던 전북대 교수 친구가 이 <노래로 배우는 독일어> 수업의 소식을 접하자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경량이가 이제 기타를 다시 잡았구나...”

그렇게 해서 오랜 세월 동안 나는 대학에서 <노래로 배우는 독일어> 수업을 즐겁게 진행하였다. 그리고는 이어 독일 시문학 수업도 독일 노래와 가곡을 활용하여 기타 치며 함께 노래하는 독일 시문학 수업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독일 시와 음악> 수업이었다. 기타와 노래를 활용하여 즐겁게 진행한 이 수업들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나 또한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었다.

목원대 독문과 팜플렛
목원대 독문과 팜플렛

수업 시간에 독일어 시낭송과 노래 부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2000년도부터는 학생들의 학술제 또한 <작은 음악회>라는 이름으로 하여, 악기 연주와 시낭송, 노래 부르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독일어 문학 전공 수업과 활동이 <아름다운 시와 음악> 교양 수업으로 이어졌으며, 마침내 노래하는 인문학으로 펼쳐지게 된 것이다.

그 어린 시절 취미로 시작했던 기타 연주와 노래 생활이 훗날 이렇게 내 인생 전체로 확대되고 심화될 줄을 내 어찌 알았겠는가?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좋은 책을 쓴 독일 퀴스텐마허 목사님의 말처럼, “취미 생활을 거의 프로에 가깝게 해보라”! 그러면 생각지도 못한 멋진 일들이 펼쳐질 테니...

오랜 세월 동안 나는 대학에서 수업의 연장 활동으로 매년 <작은 음악회>와 매학기 <아름다운 시와 음악 콘서트>를 주관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다. 은퇴도 했고 마지막 수업도 다 끝낸 상태이니까. 하지만 그 시절 즐겁게 함께했던 시와 노래의 감동은 우리 학생들과 나의 마음속에 언제나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정경량(노래하는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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