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이야기 1부
칸 이야기 1부
  • 시사안성
  • 승인 2018.05.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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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의 안성살이 - 6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어렸을 때 동물을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도 집안에서 길렀던 애완동물들과의 즐거웠던 추억들이 남겨져 있다. 하지만 함께 살며 즐거웠던 기억 저편에 이별의 아픔은 상당히 컸던 것 같다.

 

첫 번째 키운 강아지는 치와와였다. (오랜만에 떠 올려보니 두 글자였던 강아지 이름이 가물거리고 생각이 나질 않는다. 에효~~) 너무 작은 치와와는 새끼 배어 이모네로 요양을 보냈다.

요양 간 치와와는 새끼를 두 마리 낳았고 한 마리는 어미 배에 깔려 죽고 한 마리가 겨우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모두 팔아버렸다. 아이들 생각을 고려치 않은 어른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두 번째 키운 개는 스피츠였다. (강아지로 불리기엔 좀 큰 편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오래 살 지는 않았지만 같이 달리고 놀던 하얀 그 놈을 무척 좋아했었다.

어느 날 엄마가 저 아저씨 따라가 뭘 받아오라고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나는 동생과 스피츠를 데리고 아저씨를 따라 뒷산에 갔다.

아저씨는 스피츠를 데리고 가더니 너희들은 기다리란다. 오래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동생과 아무 생각없이 놀던 내게 아저씨는 무엇을 건넸고 엄마에게 갖다 주란다.

스피츠가 보이지 않았지만 아저씨가 데려오겠지 생각했나보다.

 

그 날 저녁 밥상에 고깃국이 올라왔다. 우리들은 계속 스피츠를 찾았고 엄마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몇 달 지나 알게 된 것 같다. 예전에 먹었던 돼지고기와 약간 다른 고기 맛의 주인공이 스피츠라는 것을...

몸이 좋지 않았던 엄마가 보신용으로 잡았던 것이다. 애완견이고 그리 크지 않은 몸집의 스피츠를 몸보신용으로 결정을 내린 어머니에게 할 말을 잃었다.

어릴 때 큰 충격이었다. 내가 맛있게 먹었던 고기가 스피츠였었다. 그리고 개를 키운 기억은 없다.

 

고양이 한 마리가 생겼다. 낮잠을 자고 있는 내 배위에 자고 있는 새끼 고양이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 녀석도 우리 집에 살 인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고양이가 커지자 밖으로 내몰린 고양이를 묶어놓으려고 빨간 끈으로 목줄을 했다. 밤에 도망가지 못하게 나무에 묶어 놓았던 고양이는 아침에 묶어놓은 나무에 매달려 죽은 채 발견되었다. 가시가 많았던 나무인지라 묶인 채 나뭇가지로 뛰어 올라간 고양이는 가시에 찔려 반대편으로 내려온 게 화근이었다.

그 이후로 집에서 동물을 키운 적이 없다. 애정을 주기 힘든 존재가 되어버렸다.

 

안성 시내에서 금광면 시골로 이사 온 후 목조주택 건물인 우리 집은 들쥐의 서식공간이었다. 심지어 목재 벽속에 침투하여 깊은 밤 벽을 갉아대는 이 놈들을 막아야 했다.

또한 먹거리가 풍부하고 우거진 풀로 인해 은폐와 엄폐가 쉬워진 우리 집 주변에 뱀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지인을 통해 검은 수컷 고양이가 입양되었다. ‘하루라고 이름이 붙여졌지만 집안에서는 키우지 않았다.

 

다행히 집주변에 쥐와 뱀은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반 야생으로 키운 고양이는 1년이 지나면 도망갔다.

도망을 간 건지 죽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발정기를 겪은 수컷 고양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 후 고양이가 또 입양되어 왔다.

왕성한 생식능력을 갖춘 암고양이를 데리고 있는 옆 동네 노을이네 덕분에 수컷 새끼고양이가 또 생겼다.(우리 집은 희한하게 안사람을 제외하곤 암컷이 없다.) 고양이 이름은 필드였다.

전에 있던 놈에게 무심했던 것을 반성하고 애정을 좀 더 보인 필드가 우리 집에 머문 기간도 별반 차이 없었다.

첫 번째 발정기는 무사히 넘긴 필드’ 1주일이 넘어 홀쭉해져서 집에 들어왔다. 돌아온 필드는 집에서 다시 안정을 찾았고 요양을 즐겼다. 몸을 추스른 후 두 번째 가출한 필드는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요즘은 서울을 가나 시골에 가나 어디를 가도 고양이들이 천지다. 어떨 때에는 쥐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이 보면 숨고 도망간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헤쳐 놓고 근처 어린이공원 모래밭은 고양이 화장실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애완용 고양이들은 대부분 중성화수술을 받는다.

서울시에서는 길고양이에게도 중성화 시술을 하여 길고양이 수를 대폭 줄이는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처음엔 중성화 수술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현재로서는 생각이 바뀌고 있다. 길고양이에게 안락사보다 중성화 수술이 개체조절생명중시라는 양면의 목적을 해결해 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수컷 노란고양이 은 길고양이 태생이다. 주워오기 잘하는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안고 왔다.

이 녀석은 밖에 나가면 개고생(?)인걸 아는 놈이었다. 모든 가출의 유혹이 찾아오더라도 집으로 오는 귀소본능이 있었다. 2년이 넘게 집을 안 떠나는 게 신기했다. 어떤 날은 전쟁을 치르고 왔는지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계속)

정인교(안성천 살리기 시민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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