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 윤교수의 국내외 지방자치 혁신사례 탐방기8 - 안성에 가칭 국립 한국장인대학교를 설립하면 어떨까요?
(연속기고) 윤교수의 국내외 지방자치 혁신사례 탐방기8 - 안성에 가칭 국립 한국장인대학교를 설립하면 어떨까요?
  • 시사안성
  • 승인 2019.12.0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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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했고, 현재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인 윤종군 교수의 “윤교수의 국내외 지방자치 혁신 사례 탐방기”를 연재한다.
“카드”와 “텍스트”를 혼합한 형식과 내용면에 있어 새로운 이 연재는 약 10회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안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장이 확산되길 기대한다. 이번호에는 여덟번째로 "안성에 가칭 국립 한국 장인대학교를 설립하면 어떨까요? "를 게재한다.

 

안성에 가칭 국립 한국장인대학교를 설립하면 어떨까요?

 

일본 이시카와 현에는 가나자와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인구 47만 정도의 중소 도시이지만, 매년 세계에서 7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유명 관광도시입니다. 제가 이 도시를 주목했던 이유는 어느 지인께서 하신 말씀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무형문화재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이분들을 안성에 모시고 후학을 양성해야만, 우리 안성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습니다.”

사학을 전공한 저 또한 이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안성맞춤의 어원은 안성 유기에서 시작됐고, 안성 유기가 살아나야만 안성맞춤 브랜드가 전국적으로 아니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TV 방송에 출연하다 보면 친한 PD나 작가들이 안성 유기 판매점을 적극 취재하고 싶은데 그런 거리가 있느냐고 물을 때가 있습니다. 동시에 유기를 생산하는 곳은 몇 군데가 있으며, 유기 장인의 명맥을 잇기 위해 후학을 양성하는 곳이 있느냐고 물을 때는 눈앞이 캄캄해지기도 합니다.

꼭 유기만을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안성은 예로부터 가죽신, 갓 수선, 방각본 제작 기술, 백동연죽과 한지 제작 기술이 유명한 고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역사와 전통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안성은 안성이 잘 해온 것들의 명맥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가나자와 도시는 도쿄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데, 이곳에는 1996년 설립된 가나자와 장인대학교가 있습니다. 장인대학교는 전통 장인들을 양성하는 곳으로, 소수 정예 수강생만 받아 최고의 전문 장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대학입니다. 석공, 미장, 기와, 조원, 대공, 다다미, 창호, 판금, 표구 등 9개 과목을 3년 교육과정으로 양성하며, 과목당 정원은 5명 내외이고, 학비는 무료, 연간 운영비는 가나자와 시에서 전액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받은 30세에서 50세까지의 수강생들은 3년 과정 수료 후 본인 희망에 따라 3년 전문과정을 추가 수료하면 장인기능사 자격이 부여되고, 장인 기능사 자격을 소유하면 현()과 시의 건축물을 수복(修復)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반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위해 1년에 한 번씩 시민들을 위한 체험 이벤트를 진행하며, 교육 과정을 통해 수강생이 만든 제품은 판매하지 않고 공공기관이나 희망단체 등에 기부한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문화재청 산하에 특수로 설립된 한국문화전통대학교가 있습니다만 이곳은 장인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라기보다 문화재 관리 전문 양성 교육기관의 성격이 강합니다.

안성의 유기 전문가에게 들은 얘기로는 전국에는 아직도 유기 생산하는 분들이 많은데, 생산은 다른 지역에서 하면서 안성의 브랜드만 입혀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덧붙여 안성이 더 늦기 전에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후학들을 양성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을 몹시도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우리 안성은 도기동 산성을 비롯해 수많은 역사 유물을 비롯, 관광 자원이 풍부합니다. 도기동 산성은 백제와 고구려가 융합된 한반도의 보기 드문 귀한 유적지입니다. 또한 아직 그 규모조차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도기동 고분군 발굴이 시작된다면, 이것이 안성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따라서 도기동 산성 주변에 공예 장인촌이 들어서고, 많은 유기 판매점과 공방이 함께 한다면, 구도심 활성화는 물론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을까요?

여기에 가나지와 도시처럼 가칭 국립장인대학교를 설립하고, 전국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전통 장인들이 이곳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모습이 갖추어진다면, 진주, 이천에 이어 유네스코 공예 창의도시 선정도 머지않을 일이라 생각합니다.

가나자와의 시장은 지역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계승해 왔느냐가 도시의 경쟁력이라고 말합니다. 가나자와는 400년 전부터 전통 공예 진흥을 장려해 왔고,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공예품을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시민에게 홍보해왔다고 합니다.

안성은 천년의 기술 안성 유기를 보유한 고장입니다. 우리에게 더 큰 먹거리와 브랜드가 될 전통 공예 예술 기반이 서둘러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윤종군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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