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도축장 반대 1인시위 100일 “잘못된 행정 바로 잡아야 안성의 미래가 있다”
(기자수첩)도축장 반대 1인시위 100일 “잘못된 행정 바로 잡아야 안성의 미래가 있다”
  • 시사안성
  • 승인 2019.11.2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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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행정에 대한 저항,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고자하는 순수한 마음, 안성 미래 발전방향에 대한 고민,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 안성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식량산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 축산업의 대기업 장악에 대한 우려 등의 마음이 모아져 말 그대로 추우나 더우나, 눈이오나 비가오나 각계각층의 평범한 안성시민들이 1인시위에 나서 매일 꼬박 2시간동안 소리없이 외치고 있다. 지난해 91일에 이어 올해에는 지난 22일까지 100일동안 말이다. 안성역사에서 유레 없는 시민들의 자발적 행동으로 이미 안성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되었다.

수고한다면서 더운 날은 차가운 음료수를 추운 날은 따뜻한 음료수를 전하는 손에서 한 없는 부끄러움과 동시에, 1인시위를 통해 시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몸소 배우고 실천해 나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성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민주주의의 숭고함을 다시 깨닫는다.

그러나 한편에서 절망적이다.

100일동안 시민들이 외치는 동안 꿈쩍도 하지 않는 시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저 거대한 관료권력인 안성시의 모습과, 시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며 표를 얻거나 표를 얻고자 하는 그러나 시민위에 군림하는 정치인들의 침묵은 참담한 절망을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 사석에서 만난 적지 않은 전현직 안성시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도축장이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점에 공감을 표했다.

행정의 잘못됨을 지적하기도 하고, 안성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공감했고,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있는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와, 안성시의 숙원사업인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들이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는 침묵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책임제기에 대한 부담과 우려, 그리고 표에 도움이 될지 계산하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절망하는 이유다.

공무원과 시민 일각에서는 안성의 부당한 행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그렇게 해서 도축장 취소 행정결정을 내리면, 업체가 안성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할 것이고 안성시가 시민의 세금으로 막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일부 공무원들은 관행이었다고 이야기하고 관련 공무원이 문책을 받을 것이 걱정된다고도 한다.

그럴듯하다. 그러나 본말이 전도된 우려다.

지금 도축장 문제는 안성시의 잘못된 행정에서 비롯된 점이 크다. 반대대책위원회에서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대로 업체에서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면 안성시는 당연히 그 타당성여부를 검토하고 특히 혐오기피시설인 도축장의 경우에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밀실에서(?) 몇 몇 의사결정권자들이 자의적으로 결정했다. 행정절차 진행과정에서도 위법이라고 할 만한 정황들이 드러났고 관련 공무원은 업체에서 주선한 선진지 견학(?)을 다녀온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명백하게 잘못된 행정이고 바로잡아야 한다.

업체에 손해배상을 하는 것이 두려워서 잘못된 행정을 용인한다면 앞으로 이러한 잘못된 행정은 바로잡히지 않을 것이다. 손해배상을 하더라도 잘못된 행정은 바로잡고, 그 비용을 포함해 잘못된 행정에 대한 책임을 관련자들에게 물어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행정이 반복되지 않고 잘못된 행정으로 인한 시민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래야 안성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

그 실마리를 풀 당사자는 우선 안성시다.

그러나 안성시가 못한다면 시민의 힘으로, 그리고 시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 시민들은 이미 100일동안의 1인시위를 통해 나서고 있다.

현직에 있는 정치인들이 나서야 한다.

현직 정치인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와 안성시장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타당한 이유없이 침묵하는 것은 자신들이 국회의원, 시장이 되어서도 잘못된 행정에 침묵하고, 관행을 이유로 잘못된 행정을 반복하겠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도축장 문제는 이제 단지 도축장을 유치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안성의 미래, 안성의 미래에 희망이 있는가를 묻는 문제가 되었다. 다름아닌 시민의 힘으로 말이다.

이제 안성시와 안성시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안성의 미래에 희망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봉원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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