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 유기 제작법
주물 유기 제작법
  • 봉원학 기자
  • 승인 2018.05.22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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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맞춤 유기 이야기 - 6

주물 유기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부질간 공정과 가질간 공정 두 가지로 나뉜다. 부질이란 녹인 쇳물을 주형()에 부어 기물을 만드는 과정을 말하며, 부질하는 곳을 부질간, 부질하는 장인을 부질대장이라고 부른다. 부질간에는 풀무질(풍구)로 바람을 불어 쇠를 녹이는 화덕이 있다. 부질간에서의 작업은 갯토 만들기, 주형 만들기, 번기 만들기, 쇳물 끓이기, 그을음질 하기, 쇳물 붓기 등이다.

가질이란 부질하여 만들어진 기물의 거친 표면을 깎고 다듬어 유기 본래의 색을 내 주는 공정을 말하며, 가질하는 곳을 가질간, 가질장인을 가질대장이라고 부른다. 가질간에서의 작업은 가질, 장식, 광내기 등으로 이루어진다.

갯토 만들기

갯토란 주물사(鑄物沙)를 말한다. 일명 해토라고도 하며 한강 하류의 김포 또는 평택·아산만 등 서해안의 조수물이 교차할 때 가라앉은 앙금으로, 이것을 건조시킨 후 체로 곱게 쳐서 간수 처리한 것이다. 이렇게 처리된 갯토는 각종 기물의 본을 넣는 틀에 다져 넣어 쇳물을 붓는 거푸집을 만드는 데 쓰인다.

쇳물 끓이기(용해, 합금)

주물할 금속을 합금 비율에 맞춰 도가니에 넣고 이 도가니를 화덕 속에 넣는다.

계속 풀무질을 해가며 용융 상태를 살핀다. 금속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유철인 경우 보통 섭씨 900도가 되면 끓기 시작한다.

용해(합금)
용해(합금)

 

번기(番器, 鑄型) 형태 만들기

쇳물이 준비되는 동안 쇳물이 들어갈 번기의 형태를 만든다. 즉 등날판(개판) 위에 틀을 놓고 그 위에 송탄 가루를 뿌린 후 갯토를 채워 넣는다. 어느 정도 갯토를 채워 넣으면 갯토방망이와 달구대를 사용하여 단단히 다진다. 송탄가루를 뿌리는 이유는 나중에 번기를 주물사와 쉽게 분리하기 위해서다. 표면을 잘 다듬고 본틀 부면에 물칠을 한 후 엎어서 번기를 살짝 들어 올리면 거푸집의 암틀이 된다. 암틀 한쪽에 물줄이라 하여 쇳물이 들어가는 길을 만든 후, 같은 방법으로 수틀을 만든다.

송탄가루 뿌리기
송탄가루 뿌리기
갯토 뿌리기
갯토 뿌리기
갯토 다지기
갯토 다지기
표면 고르기
표면 고르기
본기 들어내기
본기 들어내기
물칠하기
물칠하기
깃털로 다듬기
깃털로 다듬기

그을음질 하기

쇳물이 잘 스며들고 그것을 단단히 말리기 위하여 암틀과 수틀 윗면을 엎어 놓고 그을음질을 한다. 옛날에는 관솔로 했으나 요즘에는 솜방망이에 경유를 칠하여 나오는 그을음으로 한다.

그을음질 하기
그을음질 하기

쇳물 붓기

암틀을 등가래(쇳물을 부을 때 가스가 생기면 튈 우려가 있으므로 벽에 밀착시켜 놓은 판자)에 밀착시키고 수틀을 밀어 넣는다. 끓인 쇳물을 붓기 전에 도가니 위의 불순물을 제거한 후 유석을 첨가하여 온도를 맞춘다. 이후 완성된 번기들의 유구(쇳물 주입구)에 쇳물을 붓는다. 쇳물을 붓는 공정을 부질 작업이라 하며, 이곳을 부질간이라 한다. 쇳물이 굳으면 향남틀을 제거하고 기물을 꺼낸다.

쇳물 붓기
쇳물 붓기
향남틀 해체하기
향남틀 해체하기
기물 꺼내기
기물 꺼내기

가질하기

부질이 끝난 기물은 가질틀에 거친 표면을 깎아주는데 이 작업을 가질이라 하고, 이 작업을 하는 곳을 가질간이라 한다. 가질틀은 양발을 교대로 굴려서 부착된 기물의 표면을 깎아 내는 돌림틀을 말한다. 가질틀의 윗부분에 장부(기물을 끼운 머리목을 박아 움직이지 않게 해 주는 것)가 있어 기물에 알맞은 머리목을 고정시킨 후 다시 주물된 기물을 끼워 넣고 질나무에 가질칼을 대고 속도를 발로 조정하며 수차례 반복하여 깎는다.

가질하기
가질하기

장식하기

가질이 끝난 기물 중 화로를 비롯한 기타 기물의 손잡이나 굽, 뚜껑의 꼭지 등을 붙이거나 그림이나 글씨를 넣는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을 장식이라 하며 이 작업을 하는 곳을 장식간이라 한다. 조각 장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주물을 뜰 때부터 본체에 조각을 해서 장식간에서 다듬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기물 전체에 도금을 하거나 은입사, 길상문양을 조각하는 별도의 조각 장인이 작업하기도 한다.

광내기

장식을 마친 기물에 광을 내는 곳을 광간이라고 한다. 곱게 빻은 기와가루를 가는 체로 곱게 쳐서 쇠기름에 혼합한다. 이것을 걸레에 묻혀 가질틀에 대고 닦아 소박하고 은은한 유기의 광을 내 작업을 마무리 짓는다.

홍원의(안성시청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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