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윤교수의 국내외 지방자치 혁신 사례 탐방기 1 - ‘안성맞춤’을 너머 ‘안성다움’을 찾자!
(연속기고)윤교수의 국내외 지방자치 혁신 사례 탐방기 1 - ‘안성맞춤’을 너머 ‘안성다움’을 찾자!
  • 시사안성
  • 승인 2019.10.1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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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했고, 현재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인 윤종군 교수의 “윤교수의 국내외 지방자치 혁신 사례 탐방기”를 연재한다.
“카드”와 “텍스트”를 혼합한 형식과 내용면에 있어 새로운 이 연재는 앞으로 약 10회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안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장이 확산되길 기대한다. 이번호에는 첫번째로 " '안성맞춤'을 너머 '안성다움'을 찾자"를 게재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컴퓨터 학자이자 교육자인 앨런 케이가 했던 말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 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또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안성 도대체 어떻게 먹고 살아가야 하느냐?” “우리는 30년 후 다음 세대에게 어떤 안성을 물려줄 것이냐?” 많은 안성 사람들을 만나면서 듣는 말이다. 조선시대 전국 3대 시장에 빛나던 안성, 삼도의 물품과 해산물을 내륙 가장 깊은 곳에서 교역하던 과거 안성의 영화를 기억하며, 지금은 평택, 용인, 천안 등 인근 도시에 비해 뒤쳐진 현실을 자조하는 목소리들이다. 물론 나는 도시의 외형적인 성장이 곧 우리의 목표가 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지역과 대비되는 우리 안성만의 독자적인 콘텐츠가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지방자치 실현’에 어느 정도 그 해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13일 간에 걸친 단식 끝에 부활시킨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25년이 넘었다. 그동안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특별한 정책들이 시도되었다. 이낙연 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 교통 소외지역 주민을 위해 실시한 ‘100원 택시’, 화성시가 농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실시한 ‘농민 월급제’, 아산시가 어르신들의 공동체 생활 지원을 위해 실시한 ‘어르신 이미용 쿠폰 지급 사업’ 등이 그것이다.

또한 지자체만의 노력으로 된 것은 아니지만 파주시가 중앙정부와 함께 추진한 ‘파주출판산업 단지 조성’ 등 지역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정책들도 추진되었다. 그러나 모든 지자체들이 이렇게 긍정적인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연예인들 배만 불리는 지역 축제만 늘렸다는 비판적인 얘기들도 있다. 안성의 지방자치는 과연 어디에 속할까? 지방자치를 선도하는 모범지역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나는 특별히 김두관 국회의원이 남해군수 시절 만들어 낸 ‘남해 독일인 마을 조성사업’과 일본의 후쿠이, 도야마, 이시카와현 등 호쿠리쿠 3개 현이 만들어 낸 지방자치의 혁신에 주목하고 싶다. 6-70년대 외화벌이를 위해 독일로 떠난 수많은 간호사와 광부들이 있었다. 인생 노년기를 고국에서 보내고 싶어하지만 국내에 삶의 터전이 없었다. 이를 알게된 김두관 남해군수는 해안가 경치 좋은 곳에 ‘독일인 마을’을 조성했다. 독일을 대표하는 맥주 축제 등 문화 콘텐츠도 준비했다. 이를 통해 인구 5만이 채 안되는 작은 시골마을인 남해군을 연간 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 중심도시로 육성했다. 남해군 관광 담당 공무원에 따르면 못해도 연간 2천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올리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호쿠리쿠는 겨울이면 눈이 많이 내리는 등 자연환경이 험하고 도쿄, 오사카 등 번성한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일본의 변방지역이다. 그러나 이 중 한 도시인 후쿠이현은 일본 경제기획청이 선정하는 풍요지표(신국민생활지표)에서 5년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고, 노동자 실수입에서도 수도 도쿄를 이기고 1위를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삶의 질은 더욱 풍족하다. 정규직 노동자 비율 1위, 전국 학생 학력평가 1~2위, 고교생 취업 내정율 2위, 인구 10만 명당 사장 배출율 33년간 1위, 맞벌이 비율 1위, 서점 숫자 1위, 보육원 수용 비율 1위 등 이 모든 기록이 후쿠이현이 보유하고 있는 기록들이다. 2002년 1월 49세의 젊은 나이에 시장에 취임한 모리 시장의 혁신적인 정책들이 만들어 낸 결과이기도 하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안성시민들이 ‘안성맞춤’이라는 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이만한 ‘지역 홍보 대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도시는 드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끔 생각한다. 혹시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우리들 사고의 영역을 안성 안에 가둬두고 있지는 않은가? 오히려 안성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물음 뒤에는 경부철도, 경부고속도로가 안성 유지들의 반대로 평택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에버랜드, 한국항공대학교도 안성으로 오려했는데 반대해서 오지 못했다는 안성의 폐쇄성을 지적하는 오래된 근거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제 ‘안성을 너머 안성 그 이상을 꿈꿔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외부가 안성에 맞추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안성을 대한민국과 세계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조선시대 전국 3대 시장의 명성은 외부 세계에 대한 개방성과 진취성이 만들어 낸 결과일 것이다. 이제 우리도 안성의 선대들이 만들어 낸 그 정신으로 안성의 풍요로운 미래 30년을 설계해야 한다.

지난 15년 여 동안 청와대 행정관과 민주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민주당 당직자로 활동하면서 국내외에서 시행되고 있는 많은 지방자치 모범사례들을 접했다. 이 정책은 안성에서도 시행되면 좋겠다. 그런데 왜 우리 안성은 이런 멋진 정책들을 시도하지 못할까 하는 부러움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 한국진로교육학회 이사,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한 훌륭한 지역 진로교육정책이 시행되는 것을 보았다. 이런 경험을 ‘시사안성’을 통해 안성시민과 나누고자 한다. 완결된 주장도 아니고,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맹목적인 외침도 아니다. 안성의 미래를 생각하는 많은 안성시민들에게 생각의 단초가 되고, 사고의 영역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윤종군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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