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 - 박종권의 사담기
정년퇴임 - 박종권의 사담기
  • 시사안성
  • 승인 2019.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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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 - 37
퇴임 인사하는 필자/ 2002. 8. 20일 10시에 재직학교 강당에서 열린 정년 퇴임식장에서 퇴임 인사를 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
퇴임 인사하는 필자/ 2002. 8. 20일 10시에 재직학교 강당에서 열린 정년 퇴임식장에서 퇴임 인사를 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

탈무드에서는 출항하는 배보다 임무를 마치고 퇴역하는 배가 오히려 더 격려와 칭송을 받아야 할 일이라고 역설한다. 취역(就役)하는 배는 드넓은 바다를 동경하면서 희망차게 출항하지만, 퇴역하는 배는 항로의 모든 난관을 다 극복하고 돌아오니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는 논리이다.

출항은 필요한 물품을 가득 싣고 미지의 세계를 항해하면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항해를 마치고 항구에 돌아오는 배는 비록 낡고 돛이 꺾이거나 칠이 벗겨져서 상했어도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항로의 모든 난관을 다 극복하였으니 공로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25세 희망찬 나이로 교직(敎職)에 진출하였으나 정년이 되어 2002820일자로 재직하고 있던 학교에서 마련해준 정년퇴임식으로 교직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교원 65세 정년 보장이 당시 IMF 영향으로 3년 단축되어 62세로 정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퇴임자 좌석/ 정년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단상 좌석에 앉아서 경청하고 있는 필자와 가족
퇴임자 좌석/ 정년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단상 좌석에 앉아서 경청하고 있는 필자와 가족

당시 행사 내용을 보도한 지역 신문을 찾아보니 퇴임사에서 오늘 이렇게 이 자리에 서고 보니 교육자로 살아온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고 인사말을 시작하였다.

돌이켜 보면 교사로 첫걸음을 내 디뎠을 때의 설레임과 열정, 학생들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이 남아 있지만, 이제 비상(飛上)하려던 꿈을 접고 닻을 내리려하니 진한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는 심정을 피력하였다.

성대한 퇴임식이 되도록 준비해 준 학교운영위원회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이 많이 생각난다.

그동안 함께 고생하여 준 학교 선생님들과 지금은 30대 중반 쯤 되었을 사랑하는 제자들이 많이 보고 싶다. 라벨라비타 합창단의 축하공연은 자리를 더욱 빛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꽃다발 증정/ 학생 대표의 꽃다발 증정 모습
꽃다발 증정/ 학생 대표의 꽃다발 증정 모습

돌이켜 볼 때 학교 관리직의 역할은 교육경영론이나 교장론 책자에 적혀있는 이론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래 우리나라를 짊어질 국민 2세 교육에 임하는 교원 자신의 인간주의 교육철학이 얼마나 투철하며 그에 따라 성실하게 실천할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고 생각된다.

관리직으로 근무하였던 1990년대 중반의 시대적 요청은 새로운 1000년을 준비하는 소위 밀레니엄(Millennium) 시대였다. 또한 정권교체로 교육정책이 획기적으로 변화되기 시작되었기 때문에 일선 학교장의 교육개혁 의지가 적극적으로 요구되기도 하였다.

흔히 교육 현장에서 회자되고 있는 말이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운영은 학교장이나 교육청 책임이지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교사들은, “교육이 잘 안 되는 이유는 교육정책이 잘 못 되었기 때문이고 교장 교감에게도 책임이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학교 교원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이다.

제자의 큰 절 모습/ 교사시절 제자 부부가 축하하러 왔다가 은사의 고마움을 큰 절로 표시하는 모습
제자의 큰 절 모습/ 교사시절 제자 부부가 축하하러 왔다가 은사의 고마움을 큰 절로 표시하는 모습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인 모든 교육공동체가 함께 참여해야 하는 연대의식, 즉 학교운영의 당위성과 책임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요청에 따라 모든 초, 중등학교에 의결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가 설립 되도록 입법화된 것이다.

당시 학교운영위원회의 법적 구성원은 당연직인 학교장 1, 선출직인 교사위원 3, 학부모위원 3, 지역사회위원 2인이었다. 가장 중요한 교육 수요자인 학생은 구성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학교운영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사항은 학교를 명문교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학생을 대변(?)하는 학부모들은 자녀를 명문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는 입시위주의 수월성 교육을 원한다. 그렇지만 정작 학생들은 특기, 적성에 따라 다원화된 교육을 원한다. 그리고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필자는 매년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 날 20년 후에 개봉할 타임캡슐을 교정에 매립하는 행사를 따로 갖기도 하였다. 학생들의 자유를 제약하는 학생선도규정집, 주입식 대학입시제도 등 18종을 땅에 묻고 새로운 세대를 대비하기 위한 의지를 다짐하자는 뜻이었다.

축하공연/ 필자가 소속된 ‘소리모음 중창단’(현 라벨라비타 합창단)의 정년퇴임 축하 공연 모습
축하공연/ 필자가 소속된 ‘소리모음 중창단’(현 라벨라비타 합창단)의 정년퇴임 축하 공연 모습

재직 중, 교육부 주최로 45일간, 한국교원대학교에서 가진, ‘교과교육 연구활동 결과물 심사에서 전국 교사들이 출품한 우수작을 심사하면서 높은 수준의 다양한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정부에서 지원하는 새교육공동체위원회교육정책 리포터 활동, 유명 교원단체 부설 H교육신문사 모니터 활동 등은 학교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한 도서출판 Y사 집필위원, 공무원시험 문제은행 출제자로도 참여한바 있었다.

학교경영 사례는 경기도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학교운영위원회 당연직 학교장 연수회에 강사로 초빙되어 일반화되기도 하였다. <지역사회 인적 물적 자원 활용을 통한 학교운영위원회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도내 초, 중등학교 교장 전원을 대상으로 발표할 기회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필자는 교육계에서 많이 구독하고 있는 월간지 중등**교육’(1999. 12)에 표지모델이 되어 사례가 기사화되기도 하였다. 또한 D여자대학교에서 주최한 ‘98 전국 중등학교 열린교육 전문과정 연수를 통하여 사례발표자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학생 조회/ 퇴임식을 앞두고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마지막 학생 조회를 준비하고 있는 광경
학생 조회/ 퇴임식을 앞두고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마지막 학생 조회를 준비하고 있는 광경

재직 중 특히 관심이 컸던, 생태연구 특별활동인 가시고기 탐사반학생들의 창의적인 활동은 자랑하고 싶다. 연구 결과는 전국 과학전람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당시 방송과 교육 잡지 그리고 언론 매체에서 많이 보도되기도 하였다.

일본에서는 이미 멸종되었으며 우리나라 강원도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세계적 희귀어종 가시고기를 채집하여, <둥지 짓는 큰 가시고기과 어류 3종의 생식행동 비교연구>라는 주제를 통하여 학교교재 담수어로 개발, 멸종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가시고기 탐사반은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 과학실에 수족관을 설치, 생식활동을 관찰하기 위해 8mm디지털 카메라로 자동촬영을 하였으며 이들의 수정란을 스포이트(spuit)로 꺼내 해부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등 고난도의 연구를 통하여 출품하게 된 것이다.

야심차게 기획한 교내 형사모의 재판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이 입을 법복(法服)을 빌리기 위해 인근 법원을 방문하여 법관을 만났을 때, 유난히도 눈이 반짝반짝 빛났던 학생들의 학구적인 모습도 떠오른다. 학생들 노력으로 도내 준법우수학교로 선정되어 검찰지청으로부터 현판과 상금 1백만 원을 받는 영예도 누렸다.

지금은 은퇴한 원로 교육인의 한 사람으로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있지만 학교에 있을 때의 교육활동을 회상하게 되면 자랑스럽게 털어놓고 싶을 때도 있고 그 순간 스스로 흐뭇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전을 찾아보니, 은퇴(隱退, Retirement)라는 말은 맡은 직책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서 한가로이 지냄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지만 퇴직 당시 필자는 스스로 인생의 전환점을 통해, 보다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그리고 자신 있고 보람차게 인생 제2막을 열어갈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기도 하였다.

필자는 정년퇴임 이후 모 국립대학교 시간강사로 위촉되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계속 강의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당시 해당 대학에서는 교육부로 부터 새로운 대학원을 인가 받아 교육학과를 처음으로 개설하여 지역사회에 헌신하고자 모색할 때였다.

마지막 훈화/ 전교생 앞에서 마지막 훈화하는 필자
마지막 훈화/ 전교생 앞에서 마지막 훈화하는 필자

마침 새 정부가 들어서자 교육개혁 정책이 입안되고 국민들의 교육 여망이 높을 때였다. 대학 내에 관내 초, 중등 교사들의 연수 과정과 대학원 석사학위 과정을 설치하여 달라는 건의사항이 교육부에 올라간 때이기도 하였다.

사담기를 쓰기위해 대학에서 강의 경력 증명서를 발급 받아보니 근무부서(****대학원), 근무기간(10), 직위(시간강사), 교과목(사회교육행정 외), 주당 시수(6~9) 등이 4p에 걸쳐서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총장()과 박종권() 간에 체결된 시간강사 위촉 계약서는 매년 학기별로 2회 씩 체결하였으니 계약서 만 해도 재직기간 동안 20차례에 걸쳐서 작성되었던 것이다.

최근엔 대학강사 처우개선법이 제정된 관계로 방학 중에도 급여를 지급하게 되었고 처우가 대폭 향상되었으나 강사 위촉의 기회만큼은 하늘에 별 따기라는 세평이다. 필자는 당시 10년 동안, 학부 교양 선택과목 3학점(3시간) 씩 두 차례, 야간 대학원에서 교육학 3학점(3시간)을 담당하였으니 스스로 대견하다는 느낌이다.

정부 훈장증 사본/ 퇴임식 즈음에 정부에서 수여한 ‘옥조근정훈장’증(25.5cmx37.7cm) 사본(패용 훈장은 별도)
정부 훈장증 사본/ 퇴임식 즈음에 정부에서 수여한 ‘옥조근정훈장’증(25.5cmx37.7cm) 사본(패용 훈장은 별도)

 

대학에서 강사직을 그만 둔 다음에는 개방직 공직자 공모 절차에 따라 시() 평생학습 관장에 위촉되어 4년간 활동하기도 하였으며 그 후 지자체 공직자윤리위원장 임기 4년을 끝으로 완전히 은퇴 하였다.

교직에 있을 때의 각종 사진 자료, 청소년 관련 교육 이수증과 자격증, 언론기사 및 기고문, 연구 문헌과 저작물, 강의록과 노트, 영상 자료와 퇴직 후에 딴 여러 가지 평생교육 자격증들을 정리해 본다.

교직 정년퇴임 즈음에 받은 각종 공로패와 감사패, 대통령 표창장, 지역 사도대상, 시 문화(교육), 자랑스런 동문상, 스카우트 무궁화 금장, 정부 옥조 근정훈장을 다시 한 번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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