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먹거리 유감
4. 먹거리 유감
  • 시사안성
  • 승인 2018.05.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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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의 안성살이
필자 정인교
필자 정인교

안성과 인연을 맺은 것은 안성농업전문대학에 입학으로 시작된다. 서울촌뜨기였던 내가 선택한 전공은 농업과였다.

그 당시 안성 또래친구들 말로는 똥통학교로 치부되던 인기가 없었던 학교였고 그저 그런 전공이었던 셈이다. 부끄러워했던 여느 학생들과 달리 원래 좀 특이했던 내게는 정말 즐거웠고 재미있는 학창시절이었다.

교수님들의 교수방법이 약간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실제로 전혀 모르는 새로운 학문을 탐구하는 기간 내내 신기해했으며 적성에 맞아 나름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자랑스러웠던 학창시절이었다.

 

지금까지도 그 전공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그 언저리에 기웃거리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안성에서 여태껏 살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농업분야의 관심이 나도 모르게 농업의 새로운 정보나 정책, 문제점에 대해 좀 더 살펴보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먹거리를 대하는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 공기와 더불어 사람의 몸속으로 집어넣는 것이 먹거리인 음식들이다. 이걸 단순히 먹는다’ ‘마신다’ ‘숨쉰다라는 가치가 드러나지 않는 말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살면서 흔히 반복적으로 하는 하찮은 행동들이 알고 보면 인생 사는데 제일 중요한, 생명을 유지하는 일들이다. 그래서 제일 값어치가 높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교적 싼 가격에 거래가 되든지 공기처럼 아예 공짜일 때도 많다.

이 비용은 중요한 사회적 비용이어서 비싸지면 국민들이, 특히 그 중에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너무 흔해버린 지금 우리의 관심정도는 정말 커피보다 못한 것 같다.

 

10살 무렵 서울도심에서는 물을 사고판다는 소식을 뉴스를 보고 충격적이었다.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을 왜 사먹는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가끔 집에서 보리차를 끓여서 먹긴 했어도 주 식수원은 그냥 수돗물이었다. 앞으로는 공기가 그렇게 될 것 같다.

5월 학교 운동회에서 모두 마스크 쓰고 달리는 아이들 모습... 이게 우리들이 말하는 경제발전이고 행복한 삶인가 의문스럽다.

 

먹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몇 년 전에 안성에서 서울로 1년 동안 출퇴근한 적이 있다. 그 전까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점심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안성에서는 집에서 먹던지 동료들과 함께 도시락이나 점심식사를 안성관내 식당에서 해결할 때는 몰랐으나 서울 먹거리는 만만치 않아 애를 먹었다.

도시락 싸오는 분위기가 절대 아닌 서울은 무조건 식당을 가야했다. 점심시간 때 미어터진 식당가를 돌고 돌고 무엇을 먹어야 할지 정말 골치 아팠다.

공장에서 찍어 낸듯한 음식 맛은 한 달도 안 되어 질려버렸다.

 

그런데 식당보다는 편의점에 많이 가는 것이 의아스러웠다. 컵 밥 또는 삼각 김밥이 아니더라도 값싼 먹거리가 제공되는 편의점이 인기였다.

정장차림에 편의점 창가에 줄지어 앉아 먹는 모습은 점심식사를 먹는다라는 개념이 아니라 때운다라는 개념이 맞을 것 같다.

사료 먹는 것 같아서 좀 안쓰러워 보였다. 대형 마트에 쌓여있는 음식재료를 보면 절반정도는 그냥 용도 폐기될 것 같이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다. 음식은 공산품이 되었다.

 

예전에 평택시내 한 초등학교 정문 앞 문방구에 볼일이 있어 1시간정도 머문 적이 있었다. 문방구는 학용품 뿐아니라 장난감과 함께 주전부리 먹거리가 꽤 있었다.

무료함에 과자종류의 겉 포장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대부분 인도네시아 산이었으며 원료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기재되지 않았다.

영어인지 인도네시아어인지 모를 언어로 가득 메운 겉 포장지는 믿음이 가지 않았다. 특히 그 가격에 더더욱 그러했다. 단돈 50원이었다.

그 초코바 같은 50원짜리 과자를 한 움큼 잡은 어느 학부모 한 분이 아들 반 친구들에게 간식으로 줄 거라며 사갔다. 우리 아들 반 친구어머님이 아닌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하나??

 

우리 몸을 구성하는 것, 우리가 사용할 에너지를 만드는 것은 물, 공기, 먹거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단지 이 세 가지에만 맞춰 인생을 바라보면 우리들은 점점 초라해지고 있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에 의해 만들어진다.

미세 플라스틱이 점점 쌓여만 가는, 독성물질이 시나브로 쌓여가는 인체로는 미래가 없다. 후손들이 살아갈 지구가 걱정이다.

 

정인교(안성천 살리기 시민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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